오피니언

[서광선 칼럼] 내 눈의 들보, 네 눈의 티

서광선 회장(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신 장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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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BS 보도화면 캡처)
▲"장애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에서, 여당 대표라는 어른이 한다는 말이 “요새 정치권을 보면, 정신 장애인들이 많아요...”라고 했다던가?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면서 이러한 발언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지껄이고 있는 것을 보며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당 원내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최근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모습.

2018년 막판에 여의도 정치판 소식은 거의 희극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웃지 못할 희극을 보는 것 같았다. 지난 날 대한민국의 총리를 지냈다는 "노련한" 정치인이 여당을 대표한답시고 이런저런 공식 모임에서 하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어처구니도 없고 너무 한심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가령 베트남 정부의 고위 정치인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이라고 한다는 말이 고작, "베트남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을 좋아한답니다."이었다. 그런 "성희롱"에 가까운 말이 아니어도 베트남 축구팀 감독으로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인을 자랑할 수도 있고, 1960년대와 70년대,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의 야만적 행동에 대한 "사과"로 외교적인 자리를 품위 있게 만들 수 있었을 터인데, 너무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최근에는 장애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에서, 여당 대표라는 어른이 한다는 말이 "요새 정치권을 보면, 정신 장애인들이 많아요..."라고 했다던가?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면서 이러한 발언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지껄이고 있는 것을 보며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료 정치인들, 아무리 야당 정치인들, 함량 미달의 정치인이 있다 한들, 공석에서, 그것도 장애인들과 보호자들 앞에서 그런 "망발"을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게다가 이런 말을 하는 본인이 "정치인"이면서 아무리 적대적 야당 정치인들이라 해도, 예의도 품격도 없이 그들을 "정신 지체아" 정도로 폄하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며칠 동안 그의 "사과" 기사를 읽으면서도 분노와 부끄러움을 금하기가 어려웠다.

기독교의 신약성서를 보면, 그 옛날, 예수가 한 말이 떠 오른다. "남을 비판하는 대로 너희도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남을 저울질 하는 대로 너희도 저울질을 당할 것이다. 어찌하여 너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네 눈의 티를 빼내어 주겠다'고 하겠느냐? (마태복음 7장 2절-4절: 공동변역)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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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자기들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야당이 되었다고 현 정권의 눈의 티를 보고 저렇게 소리 지르고 있을까 싶었다." 야당 원내 대표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현 정권을 "양두구육"이라고 비판하며 청와대 민간인 사찰고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

2018년 12월 31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야당 위원들이 청와대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불러 지난 몇 달 동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비위 문제로 항간의 소문 만 파다한 "촛불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에 대한 실상을 폭로하기 위한, 청문회도 아니고, 특별 조사나 심문도 아닌 애매모호한 모임을 하루 종일 하는 것을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지켜보았다.

야당 위원들은 나름대로, 현 정권이 불법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민간인을 사찰하고 촛불 정부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각종 "증거"를 제시하면서 "민주주의"를 내 걸고, 박근혜 이명박 정권을 "적폐"라고 규탄하고 탄핵한 현 정부의 "위선과 부도덕" 나아가서는 불법을 규탄하고 있었다. 야당 원내 대표는 날카롭게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까지 동원하며 현 정권을 공격하고 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은 새 정부에 그런 인사가 감찰반에 들어와 이런 물의를 일으키게 된 것을 사과하였지만, 청와대의 지시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 절대 아니라고 방어하였다. 다만, 옛날 "적폐정권"에서 해 오던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 새 정부에 들어 와 이런 물의를 일으켰다고 단호히 맞섰다.

야당 위원들이 입을 열고 현 정권 실세들을 공격할 때 마다, 내 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는 자기들이 해 온 비리와 불법,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과 나아가서 불이익에 대한 반성 없이, 현 정권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 저런 예리한 논리와 비판정신으로, 자기네가 여당일 때 부패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을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세상이 좋아 져서, 저렇게 자유롭게 마음 놓고, 현 정권을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있네..." "정말, 철판을 얼굴에 깔고 떠들지 않고는 저런 뻔뻔한 소리는 못할 거야..."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자기들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야당이 되었다고 현 정권의 눈의 티를 보고 저렇게 소리 지르고 있을까 싶었다.

성경의 예수의 말씀은, "네 눈에서 들보를 빼 내어라. 그러면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지 않겠느냐?" (마태복음 7장 5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문호 베르쟈에프는 경고하기를 "독재와 싸우던 운동가들이 자기네가 권력을 장악하면, 자기네들이 싸우던 상대(독재자)가 하던 나쁜 짓을 고대로 따라하기 쉽다."고 했다. 오늘의 촛불 정권이 명심해야 할 경구이다. 이번 국회운영위가 여야 모두에게 자기 성찰의 귀한 기회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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