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상식 회복이 필요한 종교권력

MBC 'PD수첩', 명성교회·조계종 재차 정조준

MBC

(Photo : ⓒ MBC)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재차 명성교회를 정조준했다.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20일 연말특집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명성교회를 정조준했다. PD수첩은 10월 9일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 의혹을 파헤친 바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악스러운 일들이 차례차례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명성교회가 소유한 부동산 규모는 놀라울 지경이다. PD수첩 취재진이 확인한 바 명성교회가 전국에 소유한 부동산은 23만9621㎡, 공시지가 1600억 원 규모다. 이쯤되면 명성교회는 교회라기보다는 부동산 재벌에 더 가깝다.

PD수첩이 비단 명성교회만 '찍어' 비리를 드러낸 건 아니다. PD수첩은 5월 1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조계종 설정 전 총무원장의 은처자·학력위조 의혹과 종단 내 권승들의 성폭력·도박 의혹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계종의 타락상은 말 그대로 눈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정결을 요하는 스님에게 숨겨놓은 처와 자녀가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는다니, 그런 스님이 불교 유력 종단의 최고 지도자에 올랐다니, 그저 할 말을 잃는다.

그 뿐만 아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조계종 호계원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경북 김천 직지사 주지로 있는 법등 스님은 수인·명인 자매 스님들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았다. 또 조계종 수석부의장을 지냈던 장주 스님은 천년 고찰 불국사 경내에서 스님들이 도박판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더욱 놀라운 건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이 도박판 주인 노릇을 했다는 증언이다.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역시 도박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PD수첩'이 조계종과 명성교회를 정조준한 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비리는 공중파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나 JMS 정명석 교주 등이 그랬다. 그러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기성 종교의 비리를 건드린 건 이례적이다. 스캔들로 얼룩진 조계종과 '땅부자' 명성교회는 기성 종교의 타락을 드러내 주는 생생한 단면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존재의미를 묻게 했다.

보도 이후에도 모르쇠로 일관 중인 종교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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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MBC)
명성교회가 전국에 239,621㎡, 공시지가 1,6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PD수첩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방송 이후 이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식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설정 전 총무원장은 보도 이후 MBC가 불교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원로 스님인 설조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과 신도들의 개혁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총무원장에서 물러났다. 반면 성폭력 의혹을 받는 법등 스님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다. 또 조계종 비리의 원천으로 지목 받고 있는 자승 전 총무원장은 동안거를 빌미로 은신해 있는 와중이다.

명성교회라고 다르지 않다. 명성교회는 방송을 전후해 신도들 내부결속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김삼환 원로목사로부터 교회를 물려받은 김하나 목사는 신도들 앞에서 이렇게 외친다.

"마귀 사탄이 절대로 우리 교회를 틈타지 못할 줄로 믿습니다."

교단 내 분위기는 더욱 엉망이다.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지만 이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명성교회 장로들이 동남노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노회장인 김수원 목사에게 욕설을 가하는가 하면, 교단 목회자들이 아예 '예장통합 정체성 및 교회수호연대'라는 단체를 꾸리고 총회 결의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20일자로 성명을 냈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근자에 예장 통합 총회는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져왔으며, 제103회 총회는 여론에 편성하여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특정 교회의 자유를 훼방하고, 교단의 헌법과 규칙 및 절차를 유린한 총회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헌법을 위반한 제103회 총회를 규탄한다."

'특정 교회'라고 에둘러 적었지만 이 교회가 명성교회이라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명성교회 세습이 신학적으로 정당한지 여부를 떠나서, 총회라는 최고 의결기구에서 결정했으면 따라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렇게 종교권력이 외부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졌을 때 자정보다는 내부 결속에 더 급급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법부나 한국전력 등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겠으나, 적어도 불통과 폐쇄성에 관한 한 종교권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왜 그럴까? 변상욱 CBS 대기자의 말에서 답을 찾아본다.

"교회는 자기 교인들만 자기를 믿어주고 따르면 돼요. 다른 교회 교인들이 뭐라고 욕을 하든지 일반 사회에 여론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이 없어요. 자기 교인들만 자기를 믿어주고 ‘아멘 아멘' 외치면서 따르고 헌금만 제대로 해주면 아무 걱정이 없어요."

이제 더 이상 종교권력의 타락상을 좌시할 수는 없다. 신산한 세상사에 지친 이들이 기댈 곳 중 하나가 바로 교회나 사찰 같은 종교기관이다. 이렇게 피난처의 역할을 해야 할 교회와 사찰이 오히려 세상 사람들을 등치고, 삿된 권력과 결탁해 거짓 복음을 설파하면 그 폐해는 곧장 사회 공동체가 떠안아야 한다. 타락한 종교권력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으로 명성교회 세습을 정당화하고, 그래서 총회 결의까지 흔드는 명성교회 교역자·장로들과 교단 목회자들은 요한복음 3장에 나오는 니고데모와 예수의 신학문답을 다시금 묵상하기 바란다. 예수는 늦은 밤 자신을 찾아온 니고데모에게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한다. 니고데모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자 예수 그리스도는 니고데모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은 내가 이 세상 일을 말하는데도 믿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늘의 일을 두고 하는 말을 믿겠습니까?" - 요한복음 3:12 (공동번역)

이 말씀을 명성교회에 적용해 보면 이렇다.

"세상의 상식쯤은 우습게 아는 초대형교회와 그곳에 빌붙은 목사들이 어찌 하나님의 뜻을 설교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교회가 상식부터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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