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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성교회 세습, 막는다고 막아질까?
교회 기득권, 호락호락하지 않다…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입력 Oct 30, 2017 07:25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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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교회개혁예장목회자연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사진 좌)와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사진 우). 명성교회는 결국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을 관철시켰다.

요 며칠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기독교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사실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 목사의 퇴임 이후는 그의 정년이 다가오던 2015년 이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게다가 이미 충현교회, 금란교회, 임마누엘교회, 왕성교회 등 대표적인 대형교회를 일군 목회자들이 아들에게 세습을 완료한 터라 명성교회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물론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가 2013년 총회를 통해 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키기는 했다. 그러나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의 '통큰 세습'과 임마누엘 교회 김국도 목사의 ‘징검다리 세습' 등 이미 후계구도를 완성한 목회자들이 법망을 피해갈 방법을 시전(?)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명성교회는 2014년 지부격인 새노래 명성교회를 세우고 김삼환 원로목사의 친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으로 세우더니 3년이 지난 지금 노회를 움직여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강행했다.

이 지점에서 야박한 소리를 해야겠다. 먼저 기독교계 시민단체들과 몇몇 뜻있는 목회자들이 명성교회의 세습 시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는 있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반대한다고 해서 세습을 안할 위인들도 아니다. 설령 하나님의 은혜로 세습을 막는다한들, 김삼환 목사는 어떤 식으로든 교회를 자신의 수중에 두기위해 갖은 수를 다 쓸 것이다.

무엇보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저지한다고 해서 명성교회가 하루아침에 하나님의 공의를 이 땅에 실현하는 공교회로 탈바꿈하지도 않을 것이다. 교회 기득권이 그렇게 말랑말랑 하지 않다. 그리고 왜 명성교회만 문제를 삼나? 명성교회 말고도 세습한 교회는 많다. 다른 교회는 막지 못했으니 명성교회만은 막아야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군색하다.

딱 하나, 명성교회 성도들이 들고 일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성도들이 아무런 저항감을 보이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때려봐야 헛수고다. 여러 경로로 명성교회 성도들의 반응을 살펴본 바 오히려 성도들은 김하나 목사의 위임 청빙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명성교회 김성태 장로는 최근 일고 있는 세습 논란과 관련, 각 교계 매체에 입장문을 보내 명성교회의 입장을 변호했다. 김 장로는 입장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현재 명성교회는 청빙위원회와 당회 공동의회를 거쳐 교회를 이끌어갈 2대 목사로 김하나 목사님을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김하나 목사님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명성교회는 우리 교회에 적합한 목회자, 무엇보다도 다수의 성도들이 원하는 목사님을 모시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습니다."

뿐만아니라 29일 <노컷뉴스>는 명성교회 분위기와 관련, "'아들 세습안' 노회 통과 이후 첫 입장 발표를 한 김삼환 원로목사는 비난 여론에 대한 해명 대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적어도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세습을 막을 이렇다할 명분도, 뾰족한 방법도 없다.

세습 막는다고 안할 명성교회가 아니다

그럼 명성교회의 대물림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묘안이 없다.

명성교회 사태에 행동에 나선 뜻있는 분들에겐 참으로 송구하다. 그러나 중병이 든 환자에게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일 보다, 차라리 한국교회를 살릴 새로운 교회모델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후계구도가 이뤄진 교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1세대 목회자들이 카리스마형이었던 반면, 2세대는 관리형인게 특징이다. 말하자면 성장 보다 관리에 무게중심을 싣는다는 말이다. 사실 신도수 많고 부유한 교회를 물려주는 건 부를 유지하기 위한 예측가능한 수순이다. 갈수록 교세가 줄어드는 와중임을 감안해 볼 때,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교회의 대형화만이 축복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절은 지났다는 말이다. 교회를 나가지 않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키고 있는 ‘가나안' 성도들이 담론으로 떠올랐고, ‘건강한 작은교회'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다. ‘대형교회 = 성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 땅에 실현하려는 고민을 제대로 담아낸다면, 명성교회 세습이 기독교계와 사회에 미칠 파장은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다.

어차피 명성교회는 800억 비자금 조성의혹, 김삼환 목사의 세월호 망언, 교회 대물림 등 공교회로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명성교회를 회복시키면 더 크게 쓰임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고쳐 쓸 수 있는 상태는 이미 넘어섰다. 교회를 대물림하든 말든 저들에게 맡겨두자. 어차피 막는다고 안할 사람들 아니다.

그보다 생산적인 고민에 집중하자. 이게 명성교회, 그리고 보다 궁극적으로 한국교회를 갱신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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