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동성애 관련 '소돔과 고모라' 성경 기사 둘러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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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The Levite’s Concubine Morgan Picture Bible)
▲레위의 첩이 베냐민 사람들에 의해 능욕 당하고 죽자 그의 남편이 그 첩을 토막내어 각 지파들에게 보내는 모습.

동성애와 관련된 성경 기사를 놓고 해석학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최근 '한백 신학 교실'을 운영하며 반동성애 사상의 근거로 작용하는 성경 기사에 대해 성서 비평의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특히 김 실장은 반동성애 사상의 핵을 이루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동성애를 암시하는 표현인 "상관하리라"라는 구절을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해당 표현은 사사기 19-21장 '레위인의 첩' 이야기에 동일하게 사용된다. "네 집에 들어온 사람을 끌어내라 우리가 그를 상관(相關)하리라"(삿 19:21)

김 실장은 그러나 "상관하리라"는 표현이 동성애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기존 해석을 뒤집었다. 그는 사사기에서 베냐민 사람들이 요구한 '상관'은 그 목적이 성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기서의 '상관'은 부족을 지탱하는 '숭고한' 이데올로기의 긴장 관계 속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평등에 대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에브라임 부족은 부족동맹 이스라엘을 이끌어온 으뜸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어느 부족도 다른 부족 위에 있어서는 안 되고 어느 씨족도 어느 문중도 다른 씨족과 문중 위에 있어서는 안되지만 "현실은 에브라임 부족이 다른 부족을 압도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사사기> 끝자락에 덧붙여진 부족동맹 후기 상황을 반영하는 두 텍스트에 대해 "(부족 동맹 간)갈등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에브라임과 베냐민 간의 갈등의 맥락은 ▲에브라임 수위권이 흔들리고 있고 이것은 군주제에 반대하고 문중, 씨족, 부족간 평등을 추구하는 동맹 이데올로기의 사회적 통합의 효과가 점차 위축되어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여전히 에브라임 부족이 여전히 강력한 부족이었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고 했다.

이러한 부족 긴장 관계 속에서 베냐민 사람들은 에브라임에 살던 레위인이 베냐민 땅에 들어왔을 때 레위인을 가만두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결국 베냐민 사람들이 레위인의 첩 사건을 일으켜 한 여인을 처참히 능욕하는 일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사사기의 "상관하리라"는 말을 단순히 육체적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정하여 소돔과 고모라 기사에 적용, 동성애 반대 기사로 규정하는 것은 성서의 맥락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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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이영진 교수 페이스북)
▲이영진 호서대 교수

하지만 이영진 교수(호서대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상관하겠다"는 말은 명백히 동성애를 뜻한다고 반박했다. 이영진 교수는 "상관하겠다"의 기호·어원학적 분석을 토대로 자기 주장을 전개했다. 그는 "'상관하겠다'로 번역된 '야다'는 구약성서에서 '알다(know)'라는 표현 645회를 포함, 총 947회나 사용되고 있는 단어다. 947회가 모두 성관계를 은유하지는 않지만, 창세기에서만 무려 120여 회가 사용된 중에서는 거의 성관계를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소돔 사람들이 롯에게 찾아온 손님들을 '상관하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롯이 자기 두 딸을 손님 대신 내어주면서 남자를 '안' 적이 없다고 했을 때의 표현들 곧, '상관하겠다', '안 적이 없다'는 의미들은 다 성적 표현이다(창 19:8)"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명기 역사가'라 불리는(모세오경으로부터 사사기, 열왕기서에 이르는 문체가 신명기적 필치라 하여 붙여진 이름) 이 사사기의 저자가 바로 저 창세기 텍스트를 그대로 사사기 19장의 문맥에도 옮겨오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사기의 저자인 신명기 역사가는 사사기 19장을 기술할 때, 목적어인 '그들을(남성천사들)'에서 '그 남자를(레위)'에 맞춰 수/태만 반영했을 뿐, '데려오라'는 뜻인 '야차'와 '알다'라는 뜻인 '야다'를 그대로 복기함으로써 매우 의도적으로 창세기의 동성애 악을 재현해 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궁극적 악'을 멸절한 도성의 대명사 소돔의 '궁극적 악이었던' 동성애와 일치시켜 놓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이것이 바로 동성애 악의 본질인 것이다. 친 동성애 신학이 창궐하는 오늘날 우리 시대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지수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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