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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양노회와 전병욱씨 사이에 교감 있었나?
사회법정, 노회 제식구 감싸기에 경종...뒷거래 있었다면 고백하고 회개하라

입력 Jun 11, 2017 10:05 PM KST

'종교'라는 낱말의 원뜻은 '으뜸 가르침'이다. 즉 세상과 만물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도록 일깨워주는 근본원리를 담고 있는 게 종교라는 말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예수를 믿고 그의 가르침을 따라 행하는 종교다. 예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과 분명 다른 가르침을 전했다. 몸소 가난하고 병든 약자들을 찾아갔고, 그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포했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현실은 예수의 가르침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 1일 법원은 무척 의미 있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삼일교회가 전병욱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별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전씨가 삼일교회 시무 당시 복수의 여성도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전씨의 성추행이 처음 수면으로 떠오른 시점은 지난 2010년이었다. 전씨는 처음엔 침묵했다. 단지 안식월을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이 전부였다. 삼일교회 측이 '설교정지 3개월, 수찬정지 6개월'이란 징계 아닌 징계를 내렸지만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뿐, 교회 측은 이를 숨겼다.

한편 전씨는 2011년 삼일교회를 완전히 떠났고 다음 해인 2012년 홍대새교회를 개척했다. 물론 이때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러자 삼일교회 성도들은 관할 노회인 평양노회에 전씨의 면직을 촉구했다. 평양노회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2014년 전씨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한편, 치리에 미온적인 평양노회의 행태를 비판한 책 <숨바꼭질>이 나왔다. 결국 평양노회는 재판국을 꾸리기로 하고 전씨를 피고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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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현장 활동가 L씨)
▲평양노회 재판국에 출두하던 전병욱 씨

그러나 재판은 순탄치 않았다. 전씨는 재판국에 출석하면서 성도들을 동원해 취재진들의 접근을 막았다. 사실 이는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과연 평양노회가 전씨를 징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다. 한 예로 전씨가 추종자들을 동원해 재판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음에도 재판국은 수수방관했다. 그리고 재판국이 최종판단을 내릴 즈음 서기가 사퇴해 절차를 무력화시켰다. 더구나 평양노회가 둘로 쪼개졌고, 이에 따라 재판국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원 평양노회가 재판을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평양노회는 끝내 지난 해 2월 최종결론을 냈다. 이들이 낸 결론은 이랬다.

"피고 전병욱 목사는 2009년 11월 13일 오전 삼일교회 B관 5층 집무실에서 전OO와 부적절한 대화와 처신을 한 것이 인정된다."

"전 목사의 '여성도 추행건'의 진상은 그간 언론에 의해 부풀려져 알려진 것과는 상당 부분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전씨가 복수의 여성도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숨바꼭질>에 실은 사례만도 8건이다. 이에 대해 전씨와 홍대새교회 측은 복수의 피해자의 존재는 물론 성추행 행위 자체마저 완강히 부인했다.

홍대새교회는 기자를 비롯해 <숨바꼭질> 편집진들과 전씨를 비판한 네티즌을 상대로 무더기 고소고발했다. 2015년 7월 세 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고 전별금 수수 및 이에 따른 2년간 목회금지 약속, 성중독 치료 등의 쟁점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도의 사진을 공개하며 "주위에서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전병욱 목사를 따라다니던 이"라고 매도했다.

전병욱씨 봐주기로 일관했던 노회 재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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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작가 김신의)
▲면직재판 진행시 평양노회장은 홍대새교회를 찾아 홍대새교회를 "지키겠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결과적으로 평양노회는 전씨의 주장만 받아들였다. 재판국은 심리과정에서 오히려 원고 측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뿐만 아니라 정식 공문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의 출석을 요구했다. 해당 공문엔 "쌍방(참고인과 피고 전병욱 목사)간 대질 심문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안의 본질은 전씨의 성추행 행위가 실제 있었느냐, 그리고 실제로 있었다면 목회자로서 적절했느냐의 여부였다. 그러나 재판국의 관심은 전씨와 삼일교회 사이에 목회금지 약속이 있었나, 삼일교회가 실제 전씨에게 성중독 치료비를 지급했냐에 있었다. 결국 재판국은 2차 사안을 끌고와 본질을 흐린 셈이다.

그러나 사회 법정은 평양노회의 결론을 전부 뒤집었다. 전씨가 여성도들을 상대로 성추행, 성희롱 행위를 자행했음은 물론 이 행위들이 관련 법 위반임을 적시했다. 이어 전씨에게 민사상 배상책임을 지웠다. 민사사건이라 전씨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지만, 전씨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는 성추행 행위를 자행했고 이에 상응하는 배상책임을 지웠다는 점은 의미 있는 판단이다.

반면 평양노회는 전씨 구하기에 급급했다. 노회장인 김진하 목사는 재판국 구성이 논의되던 시점인 2015년 11월 드러내놓고 홍대새교회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설교가 이뤄진 곳은 바로 홍대새교회였다.

"우리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홍대새교회를 공격하고 전병욱 목사를 공격하지만 우리 평양노회는 보호할 것입니다. 지킬 것입니다. 이 홍대새교회가 앞으로 한국의 청년문화를 새로 끌어가는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써가는 귀한 교회가 되도록 힘껏 밀 것입니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평양노회가 전씨에 대해 봐주기 재판을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재판국 막바지 전씨 측이 성도 동원을 하지 않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점은 전씨와 재판국 사이에 일정 수준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또 있다.

재판국의 최종 판단이 있기 전인 2016년 1월, 삼일교회 박 아무개 장로는 폭탄선언을 했다. 박 장로는 재판국에 출석해 "전 목사는 '2년 내 수도권 내 개척 금지'를 약속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문제의 증언을 한 박 장로는 전 목사 사임 이후 줄곧 전 목사 복귀를 주장해온 인물이었다. 박 장로는 자신의 증언내용을 기독교계 언론에도 흘렸다. 한편 재판국은 최종 판단에서 박 장로의 선언을 양심고백이라고 치켜세웠다. 흡사 짜여진 각본이라도 있었던 것 처럼 사태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모종의 교감이 의심스러운 정황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은 공의로운 하나님이다. 반면 평양노회 재판국은 노골적인 제식구 감싸기로 사법정의 실현을 방해했다. 오히려 사회 법정이 노회가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 세웠다.

아직까지 예장합동 교단과 평양노회는 아무 말이 없다. 이들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공의로워야 할 교회법정을 더럽힌 죄, 그리고 으뜸 가르침을 설파해야 할 종교 본연의 사명을 어긴 죄다.

무엇보다 평양노회는 전씨를 감싼 데 대해 속히 회개하고 왜 졸속 판결을 내렸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다. 혹시 재판국과 전씨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면 이 점 역시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예장합동 평양노회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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