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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사적인 판결을 앞두고
헌재 최종선고는 새 나라를 위한 시작이다

입력 Mar 09, 2017 07:07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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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을 밝히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가 채 18시간도 남지 않았다. 10일 오전 11시 이뤄질 헌재의 판단은 기각이든 인용이든 역사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 즈음에서 ‘법'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법'(法)이란 한자어는 ‘물(水)'이 ‘흐른다(去)'는 뜻이다. 즉, 물이 흐르듯 순리대로 이뤄지는 게 법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나라에서 법이 순리대로 적용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법을 통치수단으로 삼았다.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초대 국무총리와 현 국무총리이자 대통령권한대행 등 현 정부 고위인사들은 하나 같이 법률가 출신이었다. 이들은 법을 무기 삼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국민으로 분류해 사회에서 배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고,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법률가들 몇몇은 구속됐다. 그러나 이들은 ‘통치행위'라는 법률 용어로 자신을 변호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법은 기득권층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때가 많았다. 그러나 법이 대통령 한 사람의 심기에 따라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경우는 전제군주 시대에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말하자면 법이 법이 아닌 셈이었다. 그래서일까?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선고도 순리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세상이 불안하고, 정치가 전횡을 부려 힘없는 국민들이 살기 힘들어지는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종교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논점을 기독교(개신교)계로 한정해 보자. 적어도 박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개신교 교회, 특히 신도수 많고 부유한 교회들이 힘든 국민의 피난처 역할을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슬픔 당하고, 아픔 당한 이들을 외면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문지성 학생의 어머니 안명미 씨는 지난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한 사순절 기도회에서 이 같이 증언했다.

"저는 교회가 정말 정의로운 모습인 줄만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파서 힘들어 하니까 분명 교회는 우리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교회의 모습은 '못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와서 세월호를 외치는데 교회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이 지점까지만 해도 한국교회의 직무유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계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흡사 박 대통령이 강도 만난 이웃이라도 되는 양 연민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지난 제98주년 3.1절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벌어진 구국기도회가 그 한 단면이다.

보수 개신교계, 누구를 품었나?

이날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미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태였다. 구국기도회 무대는 탄기국이 마련해 놓았고, 또 일간지 광고를 통해 구국기도회가 탄핵 반대 집회 사전행사 성격임을 알렸다.

구국기도회를 주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충분히 오해할 상황'이라면서도 "3.1절 기도회 중 단 한번도 '탄핵 기각'이나 '각하'와 같은 정치적 발언은 결코 등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발언이 나왔냐의 여부가 아니다. 이 대표회장은 기도회장에서 "공산독재를 무너지게 해 달라. 대한민국에서 공산세력을 따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호소는 듣기에 따라서는 현 탄핵 정국과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공산세력과 연관짓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탄기국은 현 정국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행동은 삼가라는 것이다. 이영훈 목사가 우리 속담만 염두에 두었어도 오해는 사지 않았을 것이다. 옛 속담도 되새기지 못하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더 오묘한 이치를 담고 있는 성경은 어떻게 설교할까? 그의 설교를 듣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더구나 구국기도회에 참여한 성도들은 그 자리에 남아 탄기국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 와중에 조용목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은혜와진리교회는 성도들을 대거 동원했다. 아픔 당한 이웃을 외면하던 교회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곤경에는 호위무사 노릇을 했으니, 안 그래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뒤이은 탄핵정국이란 초유의 사태는 더욱 혼미해졌다. 이런 보수 기독교계가 헌재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화합을 입에 올리며, 헌재 결정 승복을 공공연히 말하고 나섰다. 정말이지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박근혜 씨 파면은 정의를 세우는 첫 단추

법이 순리를 거스르고, 약한 자의 피난처가 되어야 할 교회가 약한 자들을 거리로 내모니 이제 임박한 헌재 결정 이후에도 이 나라는 당분간 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비관만 할 수는 없다. 부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바란다. 모두가 박근혜 씨 파면에 뜻을 모아주기 바란다. 박근혜 씨가 집권 기간 동안, 그리고 직무정지된 와중에 보여준 모습은 일국의 지도자라고 하기엔 형편없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나서서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고 비국민들을 배제한 건 대한민국 헌법을 모독한 심각한 행위다. 박근혜 씨의 파면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바로 잡는 초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저 순리에 마음을 맡기기만을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한다.

그리고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세월호에 이어 다시 한 번 바닥을 드러냈다. 사실 탄핵 정국 와중에 탄기국 집회에 세를 보탠 행위는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거스른 심각한 배도행위다. 박근혜 씨가 세상 법정에 서야하는 당위만큼, 보수 개신교계는 역사와 민족의 심판 앞에 서야 한다. 부디 현명한 국민들이 한기총을 필두로 하는 보수 개신교에 파산 선고를 내려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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