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기자수첩] 거리에서 실종된 공의의 하나님
그리스도인들의 탄핵 반대는 명백한 배도행위

입력 Feb 20, 2017 08:26 AM KST

"현실은 관점이다."

SF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토탈 리콜> 등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필립 K. 딕이 남긴 말이다. 작가의 말대로 현실은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재구성된다. 그리고 이 관점은 다 다르다. 몇 사람이 일정 수준 같은 관점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완벽히 일치하는 경우란 없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지점이 있다. 관점이 인간이 가진 보편적 가치체계를 거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개신교,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그리스도인이라면 ~~~해야하는 일 몇 가지' 혹은 ‘~~~해선 안되는 일 몇 가지'라는 식의 근거를 알 수 없는 당위론이 유행한다. 그리고 적용되는 주제는 포르노, 비키니, 심지어 셀카까지 다양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한 번 적용해 보자. 그리스도인이라면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서는 안될까? 아니면 당연히 반대해야 할까?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지지여부는 신앙과 관련 없다. 한 마디로 각자의 자유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모름지기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덕수궁 대한문 광장으로 뛰쳐나가 태극기를 흔들어야 할까? 아니면 광화문으로 가서 촛불을 들어야 할까?

이 경우의 답은 명백하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박 대통령 탄핵 반대에 나서서는 안된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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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보수 개신교 신도와 목회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12월 있었던 탄핵 반대 집회.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하나님은 한 분 하나님이다. 그리고 이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만, 세속의 권력이 학정을 일삼으면 철저하게 파멸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바로다. 동생 모세는 바로를 향해 끊임 없이 자신의 백성을 놓아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바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러자 하나님은 차례차례 재앙을 내리나, 그럼에도 바로는 마음을 돌이키지 않았다. 이 같은 강팍함은 파국을 초래했다. 이집트인 가정의 모든 맏아들이 떼죽음 당한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삶에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를 놓고 끊임 없이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 자, 하나님의 공의라는 관점에서 박근혜 정권을 바라보자. 현 정권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태연히 머리를 손질하는가 하면 개성공단 폐쇄로 기업인들을 울리더니, 12.28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상처 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의 최전선에 서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나라 그리스도인, 특히 개신교인들은 '하나님의 공의'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이 전혀 안되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의 와중에 ‘권위에 순종하라'는 사도 바울의 말씀을 들먹이며 침묵하거나, 공공연히 탄핵반대 집회 참여를 독려하니 말이다.

사도 바울이 권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은 공의로운 하나님이다. 권위에 순종하라면 이런 공의로우신 하나님께 순종해야 한다.

여러 경로로 자신과 함께 신앙생활 하는 집사님, 혹은 권사님이 박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나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의 행위를 탓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위임은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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