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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일그러진 행태 유감

입력 Feb 08, 2017 08:15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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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일부 극우 성향의 신도와 목회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데 대해 NCCK비상시국대책회의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강력히 규탄했다. 사진은 지난 달 24일 오후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준동이 도를 넘는 상황이다. 7일 오후 자유청년연합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박영수 특검과 이규철 특검보 모형을 목 매달아 놓은 채 시위를 벌였다. 지난 달 8일엔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국방부 앞으로 달려가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서울 시청 일대에서 열리는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탄핵 기각'과 함께 ‘계엄령 선포', ‘군대여 일어나라'는 살벌한 구호가 여과 없이 등장한다.

박 대통령 지지집회엔 60대 이상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왜 이토록 박 대통령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할베의 탄생>의 저자 최현숙 씨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공간적으로 내몰린 노인들의 인정투쟁'이라고 설명한다. 최 씨는 지난 6일 <한겨레신문>에 이 같이 밝혔다.

"거리에 나온 촛불시민들의 모습은 노인들에겐 혼란이고, 이것은 전쟁의 기억과 동일시됐다. 몸에 새겨진 기억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지 못한 노인들에게 국정 혼란은 두렵고 무조건 막아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커 보였다."

최 씨는 그러면서 "노인들의 인정투쟁은 극단으로 흐를 수 있다"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최 씨의 지적대로라면, 만약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다면 파국적인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인간의 일

차분히 따져보자.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정치는 인간의 일이다. 정치인 역시 인간이다. 그래서 가끔씩 실수도 하고 또 잠깐 판단이 흐려져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또 탐욕에 눈이 멀어 부정한 돈을 챙길 수도 있다. 가장 나쁜 경우로 권력에 중독돼 자기 잇속 차리는 데만 골몰하는 지경까지 치닫기도 한다.

이 같은 일을 감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리고 감싸서도 안 된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정치는 인간의 일이고, 따라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광경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에 따라 잘못이 드러났다면 사법부는 권력자를 단죄해야 한다. 특히 권력자가 저지른 범죄는 공동체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단죄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지지자들은 드러난 사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드러난 사실 앞에 겸허하라

무엇보다 잘못은 잘못이다. 광장에 모인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대통령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즉, 박 대통령을 탄핵까지 몰고 간 도화선이 됐던 최순실의 테블릿 PC는 조작이고, 박 대통령은 1원 한 푼 받은 적 없고,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은 그저 심부름꾼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같은 주장의 진위는 일일이 따지지 않겠다. 왜냐면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몇몇 극우 매체들을 제외한 모든 언론들이 이 같은 주장의 허구성을 세세하게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나고, 국회가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자신은 아무 잘못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단지 소극적으로 드러난 의혹을 부인하는 수준이라면 모르겠다. 20년 넘게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참모에게 잘못을 전가하는가 하면, 40년 동안 자신을 보필한 비선실세를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규정하고 선을 긋는다.

박 대통령은 또 8일엔 특검 대면조사도 거부했다. 지난 해 11월 제2차 대국민사과에서 밝힌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 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박 대통령이 워낙 왕족처럼 자라온 탓도 있지만, 지지자들이 그를 맹목적으로 숭배한 데 탓도 크다.

한국 정치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무흠의 존재로 추앙하는 반면, 상대 정치인에 대해선 작은 실수라도 대역죄라도 저지른양 거침 없이 매도하는 풍토가 존재해왔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보수 우파정권이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정치공작은 합리적 사고 앞에 금방 힘을 잃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을 흠모하는 보수 개신교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엔 개신교 쪽 성도와 목회자들도 다수 참여해 왔다. 기자는 현장에서 서로를 ‘집사님', ‘권사님'으로 부르며 열렬히 탄핵반대를 외치는 보수교회 성도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7일 JTBC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모 대형교회에서는 탄핵반대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도 한다.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든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표시할 수는 있다. 이건 헌법적 권리다. 그러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잘못까지 눈 감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교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종교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신약성서 히브리서 11장 1절 말씀은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런 믿음을 추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검찰, 특검, 언론 등 사회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입증한 사실마저 부정하니, 보이지 않는 성령의 존재는 어떻게 믿는지 모르겠다.

정치권력은 유한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비리가 계속 드러나 마음 상하는 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드러난 죄상 앞엔 겸허해야 한다. 그게 인간된 도리다.

박 대통령 지지세력과 박 대통령을 흠모하는 보수 개신교 성도·목회자들이 부디 인간의 길을 포기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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