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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보도’와 ‘개입’ 사이

JTBC 취재진의 정유라 신고, 보도원칙 어긴 일일까?

JTBC
(Photo : Ⓒ JTBC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독일·덴마크 등에서 도피행각을 벌이던 정유라가 1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데 JTBC 취재진의 신고로 체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현지시간으로 1일 오후 8시 덴마크에서 체포됐다. 정유라의 체포 소식에 소셜 미디어는 들썩였다. 그러나 이내 환호성은 갑론을박으로 바뀌었다. 덴마크 현지에서 정유라의 행적을 추적하던 JTBC 취재진이 덴마크 경찰에 신고해 체포됐다는 취재 후일담이 알려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논란의 핵심은 기자가 ‘비개입 원칙'을 어기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이다.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점을 공론화했고, 해당 게시글은 <허핑턴포스트>, <미디어 오늘> 등에 실렸다. 박 이사의 주장 가운데 핵심은 이 대목이다.

"정유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JTBC 기자는 현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체포되는 장면을 촬영해서 보도한 것은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기자이기에 앞서 하나의 시민이고, 그의 신고는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개인의 결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 그게 보도윤리다. 그런 게 2017년 언론계에 남아있다면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리둥절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누가 세웠는지 모르겠다.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면 현장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개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기자란 직업이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다.

현실은 관점이다

관건은 현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재구성하는가가 핵심이라는 말이다.

‘박근혜 게이트'에 분노해 1,000만 명의 시민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관점에 따라 달리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촛불집회는 대통령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반면, 박근혜 게이트에 비판적인 관점이라면 촛불집회는 정당한 국민주권 행사로 보도된다.

물론 반론은 있다. JTBC의 신고행위가 정당하다면, 에드워드 스노든을 취재한 <가디언>지 기자도 스노든을 고발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반론은 타당하다. 이 경우는 쟁점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살펴보아야 하겠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정부의 치부를 폭로했다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스노든의 폭로로 곤란에 처한 오바마 행정부는 스노든의 여권을 말소하는가 하면, 세계 각국에 압력을 넣어 그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다. 이런 와중이라면 인류 공동체는 국적이나 인종을 초월해 그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 스노든을 취재한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와 유언 맥카스킬, 다큐멘터리 제작자 로라 포이트러스는 그의 신변 보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만약 '보도할 뿐 개입은 안된다'는게 원칙이라면 이들은 원칙을 보란 듯이 어긴 셈이다.  

그러나 정유라는 명백히 범죄자다. 정유라는 비선실세인 엄마를 등에 업고 승마 체육 특기자로 이화여대 특례 입학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재학 중에도 훈련을 이유로 수업에 소홀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학점을 취득했다. 이 학교 총장, 학장 등이 나서 학사관리를 도왔기 때문이다. 정유라가 온갖 특혜로 입시관문을 가뿐히 통과하는 사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이에 특검은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정유라는 특검의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자 독일-덴마크 등지를 오가며 도피행각을 벌였다. JTBC 취재진은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의 핵심 인사인 정씨가 도주할 우려까지 있는 상황에서 저희 JTBC 취재진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유라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이고, 유럽에서 도피행각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타당한 수순이다.

저널리즘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본연의 임무가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는 건 아니다.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은 충돌하기 마련이고, 이 가운데 얼마나 '올바른' 관점으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느냐가 ‘좋은' 저널리즘과 ‘나쁜' 저널리즘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정히 보도윤리를 따지고 싶으면, 무능력자인 박근혜 씨에게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를 덧씌우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를 내고도 이제껏 아무런 사과도 없는 대다수 언론매체들에게 가서 따지기를 바란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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