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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핵무장 외치는 기독교인, 제정신인가?
일부 기독교계, 핵무장 동조하며 기독교 정신 배반해

입력 Feb 19, 2016 07:33 PM KST
kidokdang

최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핵무장론이 솔솔 고개를 들고 있다.

핵무장론은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 나왔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월15일(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동시에 폐기하는 ‘조건부 핵무장' 등 자위권 차원의 대북 억제수단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군불을 지폈다.

이러자 기독교계 일각에서 공공연히 동조하고 나섰다.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기독민주당은 핵무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리에 "국방개혁, 핵 위협엔 핵 무기가 답"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까지 했다. 보수 복음주의권의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샬롬나비) 역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상응한 핵과 로켓 실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며 핵무장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문제를 던져보려 한다. 기독교는 어떤 시선으로 ‘핵' 문제를 바라봐야할까?

우선 정치권이든 기독교계든 핵무장론은 허황되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궁극적으로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핵개발에 나서면 당장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아야 한다. 북한은 IAEA 사찰을 우습게보다가 핵 문제를 키웠다. 1992년 북한은 사찰을 받기로 하고 한스 블릭스 당시 IAEA 사무총장의 방북을 허용했다. 블릭스 총장은 북한의 핵시설을 면밀히 관찰했다. 변호사 출신의 블릭스 총장은 정치논리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 핵확산 방지를 위한 보편적인 국제규약을 확립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런 태도로 인해 북한 측과 마찰을 빚었다. 한국 역시 핵개발에 나선다면 국제제재는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국제제재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1970년대 수포로 돌아간 핵무기 개발

사실 핵무기 개발은 오랜 내력을 지닌 쟁점이다. 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프랑스와 협력해 극비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미국은 1974년 이 사실을 알아챘다. 당시 인도가 비동맹 국가로는 처음으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고, 여기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핵관련 자재의 유통 경로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자재 대부분이 한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프랑스와 협력을 파기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박 대통령은 "국가적 신의에 관한 문제"라며 버텼다. 이러자 미국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1976년 당시 국방장관이던 도널드 럼스펠드는 "한국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안보 및 경제 협력관계를 포함해 한국과의 모든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사실상 미국이 대한(對韓) 안보공약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던 셈이다. 이러자 박 대통령으로서도 버틸 방법이 없었다.

지금이라고 상황이 다를까? 미국이 한국의 핵개발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 핵이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을 부추길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과의 동맹에 악영향을 주는데다, 주변국들의 핵도미노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전문가 의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남북나눔운동 교육국장,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북한과 교류 경험을 가진 윤환철 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은 아래와 같은 견해를 전해왔다.

"핵무장론은 우리나라를 북한과 똑같이 전 세계의 제재 대상국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핵 현실은 미국의 핵무기가 폭격기와 잠수함(SLBM)으로 언제든 한반도 주변에 들어와 있을 수 있기에 추가적 핵무장론은 문제만 일으킬 뿐 더 이상 어떤 새로운 자위수단도 아니다."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핵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다. 이미 한국의 핵능력은 상당 수준에 올라 있다. IAEA 등 국제기구의 면밀한 감시 때문에 ‘당장' 핵개발을 못할 뿐, 한국 역시 마음만 먹으면 우수한 성능의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이미 갖춘 상태다.

기독교 정신과 핵무기, 양립할 수 없어

이제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살펴볼 차례다. 핵무기는 죽음의 무기다. 물론 이전에 개발된 무기 역시 인명을 살상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이전의 무기는 복원 가능성이 있었다. 유럽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치르고도 다시 사회를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핵무기는 아예 생명의 존립기반을 파괴해 버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독일에 핵무기를 퍼붓고, 독일이 그 앙갚음으로 역시 핵무기를 동원해 영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을 공격했다면? 재건은커녕 아예 인류 자체가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과거 냉전 시절 미소 양국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핵전쟁이 벌어졌을 경우 인류 공멸로 귀결될 것임을 명확히 인식했다. 미-소의 첨예한 대립은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보라. 방사능 유출로 인해 그곳은 생명이 싹틀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렸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좋았더라'며 흡족해 하셨다. 그러나 핵무기는 하나님의 창조질서 자체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는 살상무기다. 기독교 정신에 비추어 볼 때 핵무기는 반성서적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이라면 핵무기 자체를 금기시하고, 핵무기를 갖고 벌이는 강대국의 세력게임에 제동을 걸고 나서야 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는 소명을 내리지 않았던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남긴 가르침의 핵심은 사랑, 생명, 그리고 평화다. 그렇기에 기독교를 참칭하면서 핵무장론에 동조하고 나선 무리들은 기실 예수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배도의 무리들이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핵무장을 입에 올리는 무리들을 보시면 어떻게 반응하실까?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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