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기자수첩] 한국교회언론회여, 침묵하라
한국교회언론회의 얼척 없는 개성공단 두둔 논평 유감

입력 Feb 12, 2016 07:08 PM KST
kaesung
(Photo : ⓒ연합뉴스 TV 방송화면 캡처)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11일 개신교계가 속속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 대표회장 유만석)는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취하자 즉각 논평을 내고 정부를 두둔했다. 이 같은 행태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논란이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했다.

이들은 38개 교단 연합체로 주로 보수교단의 입을 자처해왔다. 교단 연합체가 일방적으로 정부를 두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 같은문제에 앞서, 이들이 낸 논평이 사리에 맞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언론회가 개성공단 중단 방침에 대해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우리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하였다.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의 일부를 개성공단을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54,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있고, 우리나라 기업은 124개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개성 공단을 통해 북한 당국에 유입되는 금액은 연간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2년간 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금액은 대략 6,0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정부가 발표하였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회당 3,0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 상당히 많은 금액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얼마만큼의 금액이 '상당히 많은 금액'일까? 그 금액이 ‘명약관화하게' 핵,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을까? 적어도 단체 명의를 걸고 낸 논평이라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공신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언론회의 논평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의 명분으로 내세운 ‘개성공단 자금 북한 핵 개발 유입설'은 햇볕정책 비판론자들의 논리를 확장시킨데 불과하다. 뉴라이트가 내놓은 교학사 역사 교과서엔 이런 내용이 수록돼 있다.

"1998년에는 김대중이 대통령에 취임하여 야당에 의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중략) 그러나 지나친 대북 유화 정책을 추진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도록 하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1980년대 초반이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이 포착된 시점은 햇볕정책이 펼쳐지기 훨씬 전인 1989년이다.

한국전쟁 직후 포병 장교로 한국에 근무했고, 이후 <워싱턴포스트>지 특파원으로 20년 넘게 한국을 취재했던 고 돈 오버도퍼는 자신의 저서 <두 개의 한국>에서 이렇게 적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8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미국의 정찰위성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약 1백 km 떨어진 영변의 한 강가에서 원자로와 비슷한 시설이 건설중인 모습을 촬영했다. 수수께끼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중략) 미국의 정보 분석가들은 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사진들을 토대로 문제의 원자로에서는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두 가지 물질, 다시 말해 천연 우라늄을 핵반응 연료로 사용하는 흑연이 조절 감속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략) 북한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최초의 영변 원자로 1호는 전력 생산능력 5MW급으로 분류되는 비교적 소형 원자로였다. 그런데 1988년 6월 이보다 훨씬 거대한 원자로가 영변에 건설되는 장면이 위성 카메라에 잡혔다."

<두 개의 한국>을 근거로 내세운 이유는 외국 연구자가 비교적 국내정치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서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다, 돈 오버도퍼가 특파원으로서 남북한을 넘나들며 한국전쟁 이후 상이한 길을 간 남북한 상황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을 두둔해도 좋고, 비판해도 좋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단체 명의를 걸고 논평을 내려면 정확한 사실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교회언론회뿐 아니라 기독교계 전반에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이 떠오르면 출처 불분명한 사실무근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무차별 퍼져 나간다. 이로 인해 개신교는 여론으로부터 '근거 불명의 카카오톡 메시지나 유포하는 집단'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처지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주류 교단 연합체가 근거가 희박한 논평으로 신뢰도 추락에 일조한다.

그간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교회의 ‘입'임을 자처해왔다. 그런데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은 거짓 일색이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잘 모르겠으면 침묵하라. 그것만이 안그래도 바닥까지 내려온 한국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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