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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선 칼럼]"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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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논설주간/ 혜암신학연구소 편집위원장)

2016년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복 많이 받으라"고 합니다. 무슨 복을 받으라고 축복의 말을 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이 말씀하신 산상수훈의 "복"들이 떠올랐습니다. 2016년 새해 아침에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복"들을 간절하게 기원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산상수훈 식으로 말하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축복은 무엇보다도 "마음이 가난해지라"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5장에는 "마음"이 가난해지라고 했지만 누가복음 6장에서는 그냥 "가난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 그리고 "지금 굶주린 사람들이 복을 받는다"고 까지 말씀하십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려면 우선 가난해지라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해지는 것이 어떻게 복 받는 것이냐 질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마음도 가난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가난해지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인사하면 욕이나 먹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새해 인사이며 축복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시는 인사이면서 동시에 한국 교회에게 한국의 목회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이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두 번째 복은 애통하고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받는 복입니다.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위로의 말씀과 함께 축복하십니다. 이젠 벌써 재작년이 됩니다.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와 함께 귀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잃고 아직도 그 눈물을 거두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드리는 새해 인사입니다. 찢어지는 가슴 속에 깊어지기만 하는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뼈저리게 야속하기만 합니다. 기적을 주시지는 못할망정, 눈물을 흘리는 이들에게 "지금 슬퍼하는 사람들아, 너희들은 복을 받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의 엄마들과 아빠들은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말씀하신 예수님의 새해 축복은 온유한 사람들에 대한 축복입니다. 그들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온유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그 뜻도 모호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마 착한 사람이란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새 착한 사람이 복 받는 것 보았습니까? 온유하고 착하고 부드럽고 싸우지 않고 사납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까? 싸우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어떻게 땅을 차지 할 수 있다고 합니까? 어떻게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까? 어떻게 부동산을 만들고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고,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졸업하면 변변한 일자리에 취직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온유한 사람, 착한 사람이 땅을 차지하고 기업을 이어 나가는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조용한 음성으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복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네 번째 축복은 더더욱 어려운 축복입니다. "의(義)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정의의 사람에게 내리는 축복입니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받는 축복입니다. 목에 칼이 들어 와도 옳은 말을 하고 옳은 판단을 하고 아닌 것은 "아니요" 할 수 있는 사람이 받는 축복입니다. 재판장에 선 법관들이 받을 수 있는 축복입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말이고, 그래야 축복 받을 수 있습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선의 축복을 받으려면 바른 말을 해야 하고 정의를 위해서 목숨 바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합니다. 바른 말을 하는 교수들, 하나님의 말씀을 옳고 바르게 설교하는 목사들이 받을 수 있는 축복입니다. 이 땅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정의의 맑은 물을 마시게 될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정의가 없는 행복은 거짓 행복이고 "지옥의 행복"에 불과합니다. "헬 조선"에는 정의의 맑은 물이 썩어 있기 때문에 지옥입니다.

예수님의 다섯 번째 축복은 긍휼히 여기는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받는 축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나온 사람들, 가는 데마다 "갑질"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받을 수 없는 축복입니다. 예수님의 축복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금과 은과 돈과 명예와 권세만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받을 수 없는 축복입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받게 되는 축복은 자비를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당해서 다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고 치료해 주고 여관비까지 아무 대가도 생각하지 않고 마련해주는 일이 바로 자비를 베푸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그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무슨 축복을 받았는지 기록이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이국땅에 끌려가 일본 군인들의 성 노예로 인생을 잃어버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고 정의를 외치지 않는 한국의 자손들과 일본의 자손들은 영원히 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의 동정이나 자비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을 받기에 너무 부족합니다. 우리가 전쟁으로 모두 다 죽어갈 때,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고 함께 죽어 간 많은 나라들의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역사, 자비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받을 축복이 가슴 깊이 와 닿습니다. 예수님은 로마제국의 거짓 평화로 노예생활을 하는 유대나라 민중들을 향해서 말씀하십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 평화를 핑계로 해서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고 무기 장사를 하고 형제자매를 증오하고 전쟁을 준비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총칼과 핵무기를 모두 내려놓고, 미움과 분노 대신에 생명과 사랑으로 손을 내밀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받는 축복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하나님의 자녀"라고 예수님은 축복하셨습니다. 해방 70년과 분단 70년을 허망하게 지내버리고 맞은 2016년에는 평화를 위해서 일해야 하겠습니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휴전선의 철조망을 거두고 거기에 아이들 놀이터를 만들고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휴전선 평화공원 축구장에서 경기를 하고, 남으로 오는 기차, 북으로 가는 기차가 쉴 새 없이 왕래하고, 중국으로 러시아로 유럽으로 뻗어 나가는 평화의 대륙, 우리 유라시아 대륙에 퍼지는 평화의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2016년 새해 인사를 나눌 때 마다, 우리는 "평화의 기도," "평화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한국의 기독교회, 한국의 종교인들은 "평화의 축복"을 기원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야 하늘의 자녀라는 말, 하늘의 축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복, 새해에는 그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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