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장로교회의 미래와 치킨게임

9월 셋째 주는 200여개 교단이 난립한 장로교회에서 총회행사가 물결을 이루는 기간이었다. 이 주에 백석과 대신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대신교단, 그리고 예장합동교단과 예장통합교단 및 기독교장로회 등의 거대교단들이 총회를 갖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뒤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통합),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기장) 등의 총회 주제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겠다는 다짐을 공표하고 있다. 100회 총회라는 기념비적 전환의 시점에 이러한 희망찬 의기투합이 구체적인 지침을 따라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100회의 역사를 돌아볼 때, 중흥기를 거쳐 누구나가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사에 있어서 고질적인 현상이 하나 눈에 띈다. 그 현상은 오늘날의 교회의 위기를 초래한 데 분명히 일조했다. 그것은 교회 내의 분쟁이 치킨게임의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대결의 당사자들이 승리만을 목표로 격돌할 때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 서로를 마주보고 자동차를 돌진하므로 누군가가 핸들을 꺾어 ‘치킨’(겁쟁이)이 되지 않는 한, 충돌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없게 된다. 이처럼 교회 내의 분쟁은 파열음을 내며 매일반 이전투구로 이어졌다. 치킨이 되지 않으려는 당사자들의 자존심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의 진실성이 훼손되고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처지로까지 전락당하는 일들이 벌어져 왔던 것이다.   
▲얼마 전 열렸던 기장 제100회 총회 전경. ⓒ베리타스 DB

최근에 벌어진 이단심의 논쟁이나 목회자의 비리와 관련된 법정 공방 등에서는 치킨게임의 열기마저 느낄 수 있다. 분쟁의 당사자들은 모두 상대방이 치킨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서 마치 자동차의 핸들에다 손을 묶고 돌진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래서 결국 이단 규정을 남발하던 사람들이 이단으로 규정당하는 일을 겪게 되고, 목회자의 품행이나 교회운영상의 비리를 교정하겠다고 벌인 법정 공방 때문에 교회가 일반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는 파국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교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성도들과 일반시민들의 수만 늘게 됐다. 물론, 이러한 치킨게임 식의 논란만이 수적 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비판여론을 높이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교계 분쟁의 당사자들을 볼 때, 그들은 성령을 받기 전의 야고보와 요한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가고자 할 때 사마리아 사람들이 통과를 허락하지 않자 그 ‘천둥의 아들들’은 예수께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누가복음9장54절)라고 묻는다. 그들은 구세주를 곁에 모신 자로서의 자부심과 천한 사마리아인들에게 훼손당한 자존심 때문에 방해자에 대한 처단을 거침없이 제안한 것이다. 치킨게임의 쌍방은 모두 ‘천둥의 아들들’의 심리와 논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버트란트 러셀이 “치기어린 불량배들”의 치킨게임을 보고서 “무책임하고 퇴폐적이며 부도덕한” 짓이라고 비판했듯이, 교회 분쟁의 당사자들은 자기주관에 사로잡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려는 듯이 치기를 부렸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치킨게임이 사회의 기성질서에 대한 도전이나 ‘이유 없는 반항’류의 심리적 조건 등 때문에 촉발된 것일 수 있지만, 정치인이나 목회자들의 치킨게임은 자신들의 체면 때문에 국가나 교회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을 우려해야 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예수께서는 이들을 꾸짖으셨다. 단순히 타이르신 차원이 아니라 혼쭐을 내셨다(Jesus ... rebuked them, 누가복음9장55절).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서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제자들이 집중하기를 원하셨다. 교회 내에서 치킨게임을 벌이는 당사자들의 마음 상태에 예수의 꾸짖으심이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이 교회 내 분쟁에 대해 당사자 쌍방을 모두 비난하는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는 발언은 아니다. 교회 내에 분쟁이 없을 수 없으니 어떤 것은 돌파해야 하고 어떤 것은 우회하거나 양보해야 한다. 간혹 치킨이 되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악을 대적하는 결연함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의 진로를 방해하는 세력이 분명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승천의 기약을 이루고자 하는 일에 전념하셨다. 예수를 따르는 자들도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 분쟁이 생겼을 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승리만을 목표로 돌진하려는 결정보다 예수께서 당신을 방해하는 세력에게 오히려 희생당하고자 하신 그 결단의 의미를 먼저 새겨야 한다. 이 때문에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통합)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기장)는 총회의 주제를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장로교회 총회사의 새로운 100년은 화해와 십자가의 희생이 구현된 일들로 점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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