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홍대새교회 성명 유감

전 목사와 홍대새교회, 공동운명으로 엮여

숨바꼭질은 계속되는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2010년 7월 이후 5년 넘게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가 그가 2012년 5월 개척한 홍대새교회(이하 새교회)가 지난 7월18일(토)과 25일(토) 두 차례 성명을 발표하며 그간 전 목사와 관련하여 부각되었던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전 목사는 자신을 숨겼다. 두 차례의 성명, 그리고 7월30일(목) 3차 성명에 앞서 발표한 입장문 모두 자신이 아닌 새교회 성도 일동 명의였다. 성도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던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먼저 해당 사건에 접근하는 기자의 시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새교회의 2차 성명을 다룬 기사에 대해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부분은 기자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기자이기에 앞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블로그와 SNS를 통해 그의 성범죄 의혹을 고발해 왔다. 이로 인해 삼일교회와 법적 분쟁을 빚기도 했다. 삼일교회 측은 기자에 대해 2010년 12월, 그리고 2011년 2월 각각 명예훼손으로 형사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이어 기자는 『숨바꼭질』 공동편집자이자 편집장으로서 참여했기 때문에 이 사건에 관한 한, 사실상의 당사자다. 그래서 악성 댓글은 예상했던 일이었고, 새교회 측 공격에 대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생기기는 했다. 
그러나 새교회 측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으려 한다. 새교회 측은 반칙을 일삼았고, 따라서 여기에 대해 해명한다는 건 반칙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새교회 측은 기자는 물론 이○○ 장로, 나○○ 장로, 유○○ 씨, 전○○ 씨 등 사실상 전 목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문건이 공개됐다. 더구나 삼일교회 측이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보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상담에 응한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사실을 문제 삼는가 하면, 피해자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피해자에게 ‘꽃뱀’ 인상을 씌우는 행태까지 드러냈다. 
▲2010년 5월 31일 삼일교회 새벽기도회 현장.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 당시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던 전병욱 목사가 한 교인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게다가 새교회 측은 2차 성명을 통해 “전병욱 목사가 홍대새교회를 개척하고, 송태근 목사가 삼일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13년 1월 14일, 삼일교회 당회장 송태근 목사와 피해보상대책위원장 이광영 장로는 전병욱 목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겠다며 삼일교회 홈페이지에 피해사실 접수 공고를 냈다. (중략) 한 달간 접수를 받겠다고 했다가 2월 22일까지로 기간을 연장, 최종적으로 상담에 응한 3인에게 총 1억 원의 피해보상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새교회 측이 이 사실을 입수한 경로는 평양노회 재판이었다. 즉, 지난 해 평양노회에서 그에 대한 면직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얻은 사실을 성명에 공개한 것이다. 
새교회 측은 1차 성명에서는 성중독 치료비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이들은 부인의 근거로 삼일교회 나○○ 장로가 친필로 작성한 메모를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메모엔 성중독 치료비라는 항목 대신 ‘기타예우’라는 항목이 기재돼 있었다. 말하자면 명확하게 적시되지 않았기에 성중독 치료비는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목사 면직을 위해 페이스북에 개설한 ‘전병욱목사면직청원페이지’는 “‘성중독 치료비’로 항목을 쓰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부분이기 때문에, ‘기타예우’로 작성했다”고 나 장로의 언급을 인용해 반박했다. 그럼에도 새교회는 막무가내다. 이들은 7월30일(목) 입장문을 통해 “당시 당회가 정말로 전 목사에게 ‘성 중독 치료비’를 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배려나 지원이 아니라, ‘너는 성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하는 강한 압력에서나 가능하였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새교회, 성명 통해 반칙 일삼아 
이제 기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목을 언급할 차례다. 새교회 측은 2차 성명에서 기자의 메일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메일은 2011년 7월6일 작성된 것으로, 당시는 삼일교회와 고소 취하를 위한 접촉이 오가던 시점이었다.  
기자는 블로그 활동 중 전 목사에게 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유○○ 씨와 직접 접촉을 가졌고, 유 씨의 증언을 토대로 게시물을 작성했다. 이에 대해 삼일교회 법조 대리인인 정 모 변호사와 남 모 변호사는 유 씨의 증언을 거짓으로 몰아갔다. 이에 기자는 유 씨에게 2차 피해가 가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유 씨를 거짓말쟁이로 여기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적어 정 모 변호사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 메일이 어떻게 새교회로 흘러 들어가 성명에 반영됐는지 의아스럽다. 새교회 측이 기자의 메일 내용을 문제 삼기 이전, 어떤 경로로 기자와 정 변호사 사이에 오간 메일을 확보했는지부터 해명하는 것이 도리다. 
전 목사와 새교회에 당부한다. 누구나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문제 해결의 문제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바로 그 시점에 전 목사가 자신의 죄를 통회자복했다면, 사건이 5년의 시간을 끌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 목사는 끝내 자신을 드러내기를 거부했고, 계속해서 뒤로 숨었다. 그러다 급기야 새교회 모든 성도를 자신과 공동운명으로 엮은 뒤 입장을 밝힌다고 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말았다. 목사 한 사람 지키겠다고 저지르는 죄악이 작지 않아 보인다.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전 목사와 새교회가 더 이상의 선을 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지난 7월28일(화) 삼일교회 치유와 공의를 위한 TF팀, 그리고 3인의 당회장로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삼일교회는 기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기자 역시 블로그 활동을 통해 교회의 처사에 대해 침소봉대한 것을 사과했다.  
삼일교회 측이 초동대처를 부실하게 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TF팀을 꾸려가며 잘못을 차례차례 바로 잡아나가는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과오를 바로 잡으려는 삼일교회 측의 노력은 한국 교회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서도 보기 드문 전향적인 일이다. 이 지면을 빌어 삼일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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