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기독교인의 변명과 변증

인터콥선교회(대표 최바울 선교사)가 작년 7월 인도의 불교성지인 마하보디 사원에서 찬송가를 불러 물의를 일으킨 청년들이 자 선교회 소속임을 확인하는 성명서를 7월10일(금) 발표했다. 그들이 인터콥 소속임을 확인해주는데 1년여의 시간이 걸린 점과 성명서의 해명이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합리적인’ 설명을 시도한 점을 고려할 때, 성명 발표가 그 사건에 대해 변명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명서는 “그 청년들은 인터콥 대학생 단기선교를 통해 나갔던 청년들이 맞다. 문제는, 이 사실을 인도국가 팀장과 인도권역 책임자가 본인의 선에서 해결하려고만 하던 생각에, 다른 선교사들이나 인터콥 본부장 최바울 선교사에게는 ‘잘 모른다, 우리와 관계없는 팀이다’라고 보고가 된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본지 7월14일자 “인터콥, 마하보디 사원 땅 밟기 사실 왜곡” 참조).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 그 청년들의 소속을 확인한 점은 그 동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되자 백기를 든 양상이다. 실제로 모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내부자 고발에 의해 이 사건에 대한 증거가 유포되었다. 이러한 정황은 내부자 고발이 없었으면 해명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넉넉히 추론할 수 있게 한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의 잊혀진 상황에 대해 해명하면서 당시의 내부 속사정을 소상하게 알린 점으로 보아 이 사건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해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성명서가 일종의 변증의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책임회피와 자기합리화는 변명의 어의론적 정의를 구성한다. 비록 변명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해명이 변증이라고 믿겠지만, 변증은 진리에 대한 설득이며 삶의 증거를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인도 마하보디 사원에서 이른 바 ‘땅 밟기’ 기도를 하여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인터콥 소속 청년들이었다"고 인터콥측이 지난 10일 해명했다. ⓒ사진제공=법보신문

기독교의 변증은 사도바울에게서 그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가 자신을 반대하는 동족 앞에서나 베스도 총독과 아그립바 왕 앞에서 자신을 ‘변명’한 것은 진리와 사실을 밝혀 알린 것이며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였으므로 변증에 해당한다. 물론, 진리와 사실, 그리고 삶의 증거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변명과 변증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바울의 설명을 들은 베스도 총독과 아그립바 왕이 “이 사람은 사형이나 결박을 당할 만한 행위가 없다”(행26:31)고 인정했다. 실제로 바울이 ‘사형이나 결박을 당할’ 상황에 처한 만큼 그의 해명 자체는 목숨을 걸만한 증거를 지녔던 것이다. 그는 기독교의 변증이 목숨을 담보할 만한 진실성을 토대로 해야 하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 점에서 기독교의 증거는 순교와 상통한다. 
따라서 기독교 단체의 해명은 과오에 대하여 자기합리화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솔직히 사과하며 책임을 지려는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단체의 운명을 좌우하더라도 변명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래야 그 해명이 진실을 담보하게 되고 증거의 순교적 의미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인터콥이 1년씩이나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은 단체에 타격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겠지만, 그것은 생명을 담보로 한 기독교적인 증거의 방식이 아니다. 기독교 단체가 복음 전도를 위해 존재하는 한, 상황에 따라 해명을 할 필요를 겪을 수는 있으나, 그때의 해명이 변명이 아니라 변증이 되기 위해서는 삶의 증거가 수반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울처럼 참소를 당해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라 하더라도, 즉, 단체의 이미지가 크게 타격을 입는다하더라도, 진실을 증거하려는 태도가 바로 삶의 증거인 것이다. 삶의 증거는 일상생활 속에서 복음의 정신대로 희생과 사랑을 실천할 때 형성되기 때문에 불교사원에 가서 소위 ‘땅 밟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으로 전도를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복음의 산 증인으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전도이며 진정한 기독교 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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