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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극한의 기능장애에 빠진 한국교회
보수 기독교계 반동성애 총공세 단상

입력 Jun 25, 2015 06:51 AM KST
오는 6월28일(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퀴어 문화축제 퍼레이드를 앞두고 전운이 감돈다. 이날 오후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본부장 소강석 목사)는 덕수궁 대한문에서 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연합예배를 위해 주요 교단장들은 지난 20일(토)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단장들은 연합예배 참석 인원을 5만으로 보고 산하 노회와 교회에 참여를 독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의 반동성애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아주 유별나다. 백남선 총회장(예장합동), 정영택 총회장(예장통합), 송덕준 총회장(예성) 등이 연합예배 대회장을 맡아 모처럼의 교단 연합이 이뤄졌다. 교단장들이 낸 성명엔 결기가 가득하다. 퍼레이드를 취소하지 않는다거나 서울시에서 직권으로 광장사용을 취소하지 않을 시 “메르스가 창궐한다 할지라도 순교하는 마음으로 연합예배를 개최할 것을 선포”했다. 또 연합예배 후엔 “연합예배를 마치고 태극기를 선두로 참여교단의 교단기를 들고 교단장들이 동성애를 조장하며 한국교회의 복음을 막는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려 청와대로 가겠다”고도 했다. 
기독교계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썩 반갑지만은 않다. 지난 수년 동안, 엄밀하게 말하자면 장로 대통령이 집권한 2008년 이후 한국 사회는 온갖 부조리로 몸살을 앓아왔다. 군사기지를 짓겠다며 폭탄으로 희귀한 바위를 폭파하는가 하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할지도 모를 통상조약을 수적 우위를 앞세워 날치기 통과시켰다. 특히, 보수정권은 사회적 약자들을 가혹하게 다뤘고, 권력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쟁점은 철저히 외면했다. 세 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한국교회가 이토록 사회적으로 첨예한 쟁점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을까? 그렇지 않다. 기독교계는 쟁점 마다 진보-보수로 나뉘어 대립했고, 특히 보수교단은 정권의 우군임을 자처했다. 지난 2012년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서경석 목사는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제주도로 내려왔다. 서 목사는 보수단체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정의 구럼비 바위는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도에 골프장 지을 때엔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해군기지를 짓고, 미군도 이 기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전문 시위꾼들이 몰려들어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이런 진실을 알아야 한다.”  
사소한 돌덩어리에 불과할지라도 구럼비는 엄연히 하나님이 창조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서 목사의 발언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목사의 입에서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발언이 거침없이 튀어 나왔지만, 그때 기독교계는 잠잠했다. 
한편, 동성애 관련 교단장 회의가 있기 이틀 전인 18일(목) 예장합동 백남선 총회장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백 총회장이 보낸 메시지엔 “6월28일 퀴어 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교회가 반대 기도회를 3시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진행하는데 서울 경기지역 교회들이 참여하여 교회와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여 비통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내 최대 교세를 가진 교단의 수장이 직접 나서서 동성애 반대집회 참여를 독려했다는 사실은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 그런데, 총회장은 교단 소속 목사의 성추행 행각보다 동성애가 더욱 심각하다고 여기나 보다. 총회장은 수년 째 표류 중인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성추행 행각엔 미온적이다. 전 목사 사건과 관련, 726명의 목회자가 그의 면직과 자정을 촉구하는 성명에 서명했지만, 총회장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이런 와중에 동성애 문제엔 적극적으로 나서니 총회장은 우선순위를 혼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동성애 쟁점화 시도, 치부 가리기 위한 술책?
기독교계 바깥에서는 보수 기독교계가 동성애에 집착하는 이유를 각종 비리로 얼룩진 교회의 치부를 가리려는 시도라고 진단한다. 서로 장자교단이라고 자처하는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각각 전병욱 사건과 황형택 목사의 청빙을 둘러싼 갈등에 수년째 발목 잡힌 와중이니 이 같은 진단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례는 동성애를 부각시켜야만 하는 기독교계의 부조리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황 총리는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자신의 블로그에 내전과 적은 수의 기독교인을 근거로 아프가니스탄을 “영적으로 죽은 나라”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황 총리는 로펌 재직 시절 17개월간 16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개월 마다 평균 1억을 번 셈이다. 법조계엔 고위 법관이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해서 황 총리 정도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바보라는 속설이 팽배하다. 이른바 전관예우 관행이다. 선진국 치고 고위 공직자가 공직을 떠나 기업체로 자리를 옮겨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드는 의문, 고위 법관이 법복 벗고 로펌에 취업해 매월 1억씩을 버는 이 나라는 영적으로 건강한 나라인가? 황 총리의 처신에 대해 기독교계는 침묵을 지켰다. 오히려 황 총리가 협동 전도사로 시무했던 교회는 그의 총리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로 인해 이 나라에 무시무시한 심판이 임할 것처럼 선전한다. 분명, 사도 바울은 로마서 1장26절과 27절에서 “동성애를 순리를 거스르는 부끄러운 일”로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인간의 죄악이 비단 동성애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또 소돔과 고모라의 몰락은 동성애보다 물신숭배와 사회정의 시스템의 붕괴에 원인이 있다. 
한국교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잘 안하려 한다. 그리고 안 해도 되거나 심지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극성을 떨며 해내고야 만다. 말 그대로 기능장애다. 장로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런 기능장애가 서서히 드러나더니 지금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한국교회에 구원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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