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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병욱 면직, 총회가 나서라

노회에 기대 난망…총회 개혁의지 시험대

▲최근 4차에 걸쳐 전병욱 면직 관련 재판국 모임이 열렸던 평양노회 사무실 전경. ⓒ사진=지유석 기자

그야말로 용두사미다. 아니, 용의 머리조차 되지 못했다. 예장합동 평양노회(이하 노회)의 전병욱 면직 재판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 데, 재판국 설치 자체가 기적이었다.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재판이었는데, 괜한 기대를 품은 게 잘못이었다. 

노회는 이 달 A와 B로 갈라선다. 사실 노회 분리는 지난 해 초부터 불거진 쟁점이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또 노회가 목회자들의 사교클럽에 지나지 않는데다, 특별히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목회자들끼리 줄서기가 횡행하는 난장판이어서 노회 분립은 그들만의 관심사일 뿐이다. 그럼에도 목회자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성적 욕망에 눈멀어 세상법에서도 엄중히 다스리는 성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도 버젓이 새교회 사업을 시작한 전병욱 목사에 대해선 하나님 앞에 마음을 찢는 제사장의 심정으로 심판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노회는 절차를 핑계로 차일피일 전 목사에 대한 면직을 미뤘다. 그것도 무려 4년씩이나 말이다. 이런 노회를 그냥 볼 수만은 없어 『숨바꼭질』을 출판했다. 이때 피해자들은 남몰래 마음 한 구석 깊이 간직해왔던 고통스런 기억이 공론의 장으로 나오는 광경을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다. 
그래도 겨우 무엇인가가 이뤄지는 듯 했다. 노회는 재판국을 설치했고, 3차례에 걸쳐 전 목사를 피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을 돌아봤을 때, 노회가 과연 치리 의지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전 목사는 자신이 재판국에 불려나오는 모습을 노출시키기 싫었던지 새교회 추종자들을 대거 재판국 앞에 동원시켰다. 추종자들은 취재진은 물론, 전 목사에 대한 정당한 징계를 요구하는 이들에 대해 온갖 종류의 위해를 가했다. 
노회의 의지가 의심스러웠던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전 목사는 어디까지나 피고소인 신분이었다. 피고소인으로 재판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성도들을 동원해 분위기를 잡는 건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재판국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전 목사는 재판국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분명 전 목사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전 목사는 『숨바꼭질』 편집진들 및 네티즌을 상대로 맞불 소송을 벌였다. 전 목사 측이 작성한 고소장에서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는 대목은 찾기 힘들었다. 
그가 혐의를 부인한 이유는 죄의식 불감증만은 아니다. 노회 재판국은 사회법정과 달리 사법권이 없다. 따라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버티고만 있으면 재판은 진행이 힘들다. 더구나 재판국 내부에서 전 목사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전 목사의 버티기 작전은 효과 만점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평양노회의 분립이 확정됐다. 위 사진은 작년 10월 열린 임시노회의 모습. ⓒ사진=지유석 기자

좋다. 백보 양보해서 피고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전 목사가 성도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데 대해서 제재할 근거도 뚜렷하지 않는데다 재판국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재판국으로서도 난감한 입장이라고 치자. 그럼 피해자는 왜 불러냈을까?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증언 과정에서 밖에서 다 들리도록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전 목사에 대한 치리 의지도 없었으면서 왜 굳이 피해자를 불러내 흐느껴 울게 해야 했을까? 
목사들의 정치놀음에 실종된 정의 
되풀이해 말 하건데 목사들의 정치놀음엔 관심 없다. 사실 정치가 그렇게 좋으면 목사직 내려놓고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할 일이다. 예장합동 평양노회에서 정치의 생리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혔으니 여의도에 적응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의 범죄로 인해 울고 있는 한 영혼의 아픔을 도외시한 판짜기는 분명 죄악이다. 의견대립은 순전히 핑계다. 전 목사의 성범죄는 너무나 명확해서 사실여부를 따지는 일 조차 무의미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치리는 사법권의 문제가 아니라 노회, 아니 한국교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죄악의 문제였다. 
이제 총회가 나설 차례다. 원래 전 목사 면직 재판은 재판국이 1개월 동안 심리를 진행하고, 임시노회를 열어 면직을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 목사가 결과에 불복해 총회에 제소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또 재판국이 전 목사에 대해 면직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총회의 최종승인을 거쳐야 했다. 한편 삼일교회는 전 목사 면직건을 총회로 가져갈 전망이다. 어떤 식으로든 총회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전 목사의 성범죄, 그리고 회개 없는 교회개척은 비단 전 목사 개인, 그리고 사건의 이해당사자인 삼일교회와 홍대새교회만으로 국한할 수 없는, 한국교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십자가다. 과거 전 목사가 설교와 저술을 통해 기독교인, 특히 청년 기독교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던가? 전 목사의 죄악상이 5년 넘게 아무런 해결을 못보고 논란만 일으키고 있는 현실은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폭로한다. 
현 예장합동 총회장은 임명을 전후로 개혁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총회가 길자연 총신대 총장과 김영우 재단이사장을 강도 높게 압박하는 등 의지를 보인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개혁의지를 가늠하기엔 미약하다. 진정 아들 이삭을 하나님의 제단 앞에 바치는 아브라함의 심정으로 전 목사 면직을 처리해주었으면 한다. 부디 이번 사건을 예장합동 총회의 개혁의지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로 삼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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