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홍혜선의 혹세무민, 반드시 책임 물어야

한국 교회, 평화체제 구축에 앞장서야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 사람들을 속여 정신을 홀리고 세상을 어지럽힘”
그야말로 혹세무민이다. 유투브 등에 ‘12월 전쟁설’을 유포한 홍혜선 이야기다. “북한군이 땅굴을 통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북한군은 어린이들을 납치해 인육으로 먹고 여성들을 제2의 정신대로 만들 것이다”는 주장도 그렇지만, 그런 장광설을 굳게 믿고 가정을 버리고, 빚까지 내어 태국-캄보디아 등지로 피난을 떠난 이들이 상당수라는 사실도 어처구니없다. 어쩌다 한국 사회가 이 지경이 됐을까? 
미국의 반항적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무어는 <볼링 포 콜롬바인>을 통해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빈발함에도 근절되지 않는 근본 이유가 바로 지배층이 끊임없이 ‘충격과 공포’를 조장하는데 있다고 꼬집었다. 쉽게 풀이하면 권력자들이 지배를 쉽게 하기 위해 국민들을 겁준다는 뜻이다.  
홍혜선의 거짓 예언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미국과 비슷하다. 즉 이 나라의 지배권력이 공공연히 안보불안을 조장한데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란 말이다. 한국전쟁 이후 이 나라의 지배 권력은 안보 불안감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했다. 교회도 이 같은 일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더구나 10년 주기로 되풀이 돼 오다 최근 몇 년 사이 빈도가 증가한 각종 참사는 불안감을 더했다.    
홍혜선의 거짓 예언에 넘어간 사람들이 빈발하는 사건-사고를 하나님의 예언의 징후로 받아들였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투명해야 할 정부와 사실만을 전달해야 할 언론이 일찌감치 그 역할을 내팽개친 것도 거짓 예언이 창궐하는데 한 몫을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카이스트 이원재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 사회는 “홍혜선이라는 씨앗이 딱 뿌려졌을 때, 순식간에 꽃피도록 준비된 사회”였던 것이다.   
▲거짓 전도사 홍혜선의 간증 집회 홍보물 ⓒ출처=유튜브

한국교회도 홍혜선의 혹세무민을 조장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전쟁 이후 교회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무색하게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조장해왔다. 이와 관련,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지난 해 8월 <성서대전 청장년 여름 수련회>에서 “나 자신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국민 다수가 이 같은 부당한 분단 현실에서 아파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정말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예수를 잘 믿는다고 스스로 자랑하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그 지도자들이 같은 동족을 주적으로, 사탄으로 몰아 부치는 일에 더욱 열을 내며 앞장선다는 비극적 현실이다”고 개탄했다. 홍혜선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전국 각지의 교회를 돌며 간증집회를 가졌다. 
홍혜선의 무책임, 사법기관 나서서 단죄해야 
일단 거짓 예언 현상에 대한 분석은 무의미하다. 온갖 사회심리학 이론을 동원한 현상 분석이 피해 입은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사법체계를 총동원해 홍혜선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의 거짓예언이 우리 사회에 남긴 폐해가 심각해서다.   
그의 예언을 믿고 태국 등지로 떠난 ‘피난민’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라며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홍혜선 자신은 당당하다. ‘내가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식이다. 엉터리 예언으로 수많은 가정을 파탄냈음에도 어찌 이토록 당당할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다시는 이런 엉터리 예언자가 혹세무민하지 못하도록 사법정의를 세워야 한다. 홍혜선이 끝내 자신의 죄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사법기관이 나서서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남북분단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에 앞장서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평화로운 공존이 시급한 과제다.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남북간의 사소한 마찰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서다. 예수께서는 불안한 시대에 평화의 왕으로 오셔서 평화를 선물해 주셨다. 따라서 예수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 역시 평화를 세상에 가져다주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북한을 사탄마귀로 분칠하고 적대감을 고취시키지 않았다면 홍혜선 같은 거짓 예언자들은 아예 설 자리조차 없었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거짓 예언으로 피해 입은 이들 앞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두 번 다시 거짓 예언자가 발 못 붙이도록 사랑과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한국 교회는 회개할 일이 많다. 회개하는 심정으로 사회와 국민 앞에 나아가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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