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노조 설립과 ‘S교회 주식회사’의 탄생

2014년 4월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의 직인이 찍힌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이 한 신문지상에 등장했다. 노조의 명칭은 대한기독교노동조합이며 소재지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36길 55 (신사동)로 명시되어 있다. 원래 노조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이다. 그렇다면 노조의 설립은 일차적으로 근로 현장에 유지, 개선, 향상의 필요성이 발생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통상적일 수 있는 이 일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 “회사”가 교회라는 점이다. 교회 안에 노조가 설립됨으로써 이제 교회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회사가 설립되고 난 뒤 노조가 결성되지만, 이 경우에는 노조가 설립된 뒤에 회사가 탄생하였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인데,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 교회에서는 그간 일처리가 일반회사의 관행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유지, 개선, 향상의 필요성이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교회는 이미 회사였던 것이다. 그 노동조합의 대표는 교회가 교회 직원들의 관리를 용역회사에로 이첩하고 그 과정에서 임금 삭감, 3개월 단위의 계약, 식대 미지급 등 근로조건을 현저하게 악화시키는 조처를 취했음을 알렸다. 물론 노조 설립 이후에 회유와 협박 및 외압이 들어오기도 했다. 일간지에서 자주 접하는 대로 회사의 이익과 근로자의 권익이 충돌한 전형적인 사안이다. 
 
그 교회는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선택된 것이 교회 내의 이해관계자가 제안했을 가능성이 큰 용역회사 활용 방안이다. 용역회사는 근로자를 사용자 입장에서 관리하므로 경제적으로나 인력활용면에 있어서 효율성이 크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중간관리체제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노조가 설립된 이 교회만 이러한 직원관리체제를 도입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외주’ 용역회사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창3:6) 한 제도가 아닌가?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조차 효율성의 비인간적 면모가 비판을 받고 있고 학문의 세계에서도 근대적 이성의 폐해로서 지목당하는 효율성의 가치가 21세기 교회 내부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를 탓하기 전에 복음적이지 않다. 교회의 정체성을 전복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교회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원리가 지켜지는 곳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원리는 이 교회의 관점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예수의 구원 사역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자들을 섬기라고 말씀하신다. 직접 섬기라는 말씀이지 용역회사에다 섬김을 이첩하라는 말씀이 아닌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예수께서 가르치고 행하신 대로 작은 자를 섬기라고 성도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복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복음인 이유는 사회의 관행에 억눌린 성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친 대로 실천할 때 삶에 대한 희망이 확산된다. 물론, 이렇게 원론적인 말로 현장의 복합적인 요인들을 덮어버리고 지도자들의 고충어린 결정을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노동조합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교회나 교회 지도자들을 비판하려고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본심은 무엇보다 복음 정신과는 상반되는 억압과 압제가 자행되는 현실을 해소하고 인간다운 대우와 섬김 받은 기억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교회지도자들은 노조가 설립되어 직원의 인권과 권익을 요구하는 현장이 하나님의 집이며 만인이 기도하는 곳임을 상기해야 한다.  
 
교회가 사회의 논리로 지배되는 곳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인력구조상 용역회사를 활용한 방안을 현실적인 지혜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억압과 착취의 구조를 이식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많은 기독교 대학들도 인력관리를 용역회사에다 이첩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 교회의 문제는 대형화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 있는데 대형화가 억압과 착취를 용납하거나 간과해도 되는 이유는 아닌 것이다. 아무리 대형화되었다고 해도 교회는 사회와는 다른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억압과 압제라는 효율적 수단을 포기하고 일일이 섬기고 일일이 설득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을 실천하여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기도와 성령의 인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만인이 기도하는 집에는 기도가 넘쳐야 하고 복음이 선포되는 곳에서는 복음이 실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근로자의 노동이라는 것이 탄력적이지 못하며 계측이 가능하지도 않은데다 명확하지도 않은 경향이 있어서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교회는 효율적이지 않거나 혹은 연쇄적으로 요구될 권익들의 손익분기점을 고민하기 이전에 그것을 허용함으로써 발생할 역기능을 감당할 결의를 먼저 다져야 한다. 때로는 훈계도 하고 징책도 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배고픈 양떼에게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막6:37)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상기해야 하는 것이다. 분명히 비효율이 초래할 역기능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기능은 교회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이다. 교회가 져야할 십자가를 용역회사에다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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