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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세월호와 구원파: 신앙 윤리에 대하여

▲23일 한 조문객이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 임시분향소 앞에서 헌화를 하기 전에 추모의 기도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DB

데이비드 흄은 “종교가 전혀 없는 사람을 찾아 보아라 만일 찾는다면 분명히 그들은 어느 정도 짐승에서 멀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회의론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존재(Homo Religiosus)임을 암시한다. 인간의 종교성은 짐승과 인류를 구분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서는 인간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간적 속성이 기본적으로 발견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면 부끄러워한다. 종교적 차원에서 말하자면, 죄를 저지르면 애통하며 회개한다. 이것이 종교인을 규정하는 기본적인 소양인 것이다. 
 
그런데, 일명 구원파라고 불리는 종교단체의 신도들로 추정되는 세월호의 선장 등 선박직 선원들은 이러한 종교인의 규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과 항해사들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로 엄청난 재난을 초래한 사실에 대해 별다른 양심의 가책이나 심리적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유치장에서 끼니마다 식사를 거르지 않았고 수시로 낮잠을 잤으며 유치장 바깥의 텔레비전을 통해 영화나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를 가끔씩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차가운 바다 속에 실종된 어린 학생들과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에 대해 무관심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목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구속된 이후 이 선장과 항해사 및 조타수가 별다른 이상 동향을 보이지 않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국민들의 비난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의 운항회사가 구원파와 관련되어 있고 세월호의 선박직 선원들은 대개 구원파 신도들이라는 보도를 접했을 때, 어떻게 구원파는 그 신도들을 종교인의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인간’으로 만들었는가가 궁금해진다. 본지 지유석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구원파는 구원을 강조하기 때문에 일단 구원받으면 회개 등의 종교의 기본적 소양이 불필요하다고 본다. 죄를 깨달으면 바로 구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후로 전개되는 현세에서의 삶을 원하는 대로 기쁘게 살면 된다고 가르친다. 즉 영혼이 구원 받으면 어떤 육신적 행위도 면죄 받는다는 것이다. 현대판 영지주의와 쾌락주의의 교묘한 조합이 느껴진다. 어느 종교든 교리적 특성과 논리가 있기 때문에 교리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행동화되었을 때의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구원파 신도들의 위와 같은 행적에 대해서는 종교의 기본적 속성과 관련하여 지적되어야 할 사항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종교 행위의 사회적 파장은 결국 윤리적인 문제로 귀착될 수 있다. 윤리적인 문제는 사회 공동체의 질서와 개인의 양심을 포괄한다. 구원파 신도들의 행적은 질서와 양심에 저촉된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다. 유치장에 있는 선박직 선원들의 무관심한 듯한 행동에 대해 언론의 보도 시각이 곱지 않은 것도 그러한 판단을 반영한다. 일반 국민들은 종교에 대해 그 교의의 윤리적인 실천을 기대하는데 그 선원들의 행동에서 그러한 기대가 좌절되는 순간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모든 종교가 그 사랑을 행하지 않을 때 그 종교와 그 신앙체계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야고보서2장14, 17절) 
 
사도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이 죽은 것이며 그 자체로는 구원을 이룰 수 없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구원파는 다수의 신도들이 질서와 양심에 저촉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것을 신도들 개인의 소양 문제라고만 간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이 양심에 화인 맞은 것 같은 사람들도 구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relegere)란 말은 ‘다시 읽다,’ ‘주의 깊게 관찰하다’ 등의 뜻을 갖고 있으므로 구원파는 종교의 기본적인 속성을 구성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세계, 사회, 자연, 역사 등과의 관계에 대하여 자신을 다시 읽고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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