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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입력 Apr 17, 2014 04:33 AM KST
▲폴 고갱, The Yellow Christ (Le Christ jaune), 1889.

폴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는 예수께서 골고다의 언덕이 아니라 프랑스 북서 지방인 퐁타방 브르타뉴에서 책형을 당하고 있다. 고갱은 1886년 이곳을 찾은 이후 이곳 농민들의 삶과 이들의 관습에 매료되어 있었다. 십자가의 예수가 역사적 배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화가는 골고다의 역사적 재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을 색감이 완연한 가운데 후경으로 생트마르게리트 언덕이 보인다. 
 
이 작품은 고갱이 심취해있던 브르타뉴 원시주의를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십자가와 십자가 배경의 역사적 차이는 색채를 통해 극복된다. 노랗게 칠해진 예수의 몸과 배경인 브르타뉴 동산이 온통 노랗고 붉은 풍경이다. 현실세계와 가공의 세계가 섞여 있다. 그림에서 예수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하늘을 향해 절규하기보다는 우울하고 삶에 지친 표정으로 멜랑꼴리한 연민을 자극하고 있다. 밭일을 하던 아낙들이 십자가 밑에 앉아 드리는 기도의 모습은 경건하다. 여인들은 그 고장 전통 머리쓰개를 하고 있다. 선의 음영 없이 선명한 색상으로 채색했으며, 대상의 주위는 가느다랗고 파란 윤곽선으로 에워쌌다.
 
고갱은 그림을 통해 성서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제가 무엇이든 화가의 감성, 정신적인 상징과 은밀한 내면의 경건의 신비를 탐색한다. 고갱은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환상과 영성의 신비를 색채와 형태의 구성과 조형성을 통해 탐구하고 있다. 그림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색체와 빛과 조형을 통해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기서도 십자가의 道가 따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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