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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힌 양심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화가 크라나흐는 종교개혁의 동반자이며 루터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을 뿐 아니라 루터의 사상을 그림을 그려 유포함으로써 종교개혁 사상을 확산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 루터의 초상화는 초상화중 가장 초기의 것으로서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수사로서의 루터의 모습.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Martin Luther as an Augustinian Monk, 1520.

교황청은 루터를 파문하기로 결정하고 1521년 4월 17일 보름스에서 제국회의를 열었다. 황제 앞에 선 한 수도사의 최후 진술은 더욱 엄숙하고 숭고하게 다가온다.
 
“교황과 공의회는 되풀이해서 오류를 범했으며 모순된 말을 했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만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 내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철회할 수 없으며, 철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의 양심에 거스르는 행동은 옳은 것도 안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교회와 신학대학, 혹은 기독교계 언론 등에서 종교개혁의 달을 맞아 특별 행사, 세미나 등을 통해 종교개혁을 기념한다. 종교개혁 주일을 위한 교독문과 찬송가도 있다. 이런 관습에 젖어있던 나는 독일 유학시절(1985-91년) 막상 독일 교회와 신학대학에서는 아무런 행사나 특별예배도 드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매우 의아해 했다. 한 독일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었으나 오히려 내 질문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더 이상 묻지는 않았으나 그들에게 종교개혁일이 더 이상 의미가 없든지, 아니면 가톨릭과 개신교가 절반씩인 독일에서 종교개혁일 기념은 종교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종교전쟁의 기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종교개혁의 산지인 독일이 이렇게 종교개혁일에 무관심할진대 한국교회에서는 왜 이 날을 열심히 기념하는 것일까?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기념설교에서 중세후기에 부패했던 가톨릭을 비판하면서 현재의 가톨릭을 부정하고 기독교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대체적으로 강하다는 인상이다. 
 
자기비판을 통한 자기긍정에 이르기보다는 타자의 비판을 통해 자기의 정당성을 확보해보자는 무의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종교개혁을 상기하고 되새기는 목적은 남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옳음을 입증하기보다는 먼저 자기를 성찰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나부터 먼저 바로잡기 위함이어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이유는 자기를 반성하고 자기를 비판하며 더 나아가 자기를 죽기까지 부정할 준비와 각오를 함으로써 선한 전체를 이루는 ‘예언자적 직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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