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심광섭의 미술산책] 뼈의 감각과 신앙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J.Sahi, Hungertuch(단식보), 1976.

9월 한 달 주일 아침 성가대 말씀묵상을 인도하면서 다섯 개의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첫 주에는 예배에 대한 묵상이었다. 예배는 아름답다, 예배는 거룩하다. 예배는 아름다운 거룩함이고 거룩한 아름다움이다. ⑵둘째 주는 영광이다. 무엇을 보고 우리는 거룩한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하나님의 영광이고 영광송에 관한 것이었다. ⑶셋째 주는 하나님의 영광을 감지하고 경험하는 인간의 감각이다. 모세가 본 떨기나무,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돌이켜 가서 이 큰 광경을 보리라-느낌, 지각, 감각(시각, 청각, 미각, 후각); 百聞而不如一見-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의 질적 차이. ⑷오늘 네 번째 시간에 나머지 감각, 곧 피부감각(촉가), 내장감각 그리고 뼈의 감각이다. ⑸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성찬에 관한 묵상이다.
 
몸의 일곱 번째 감각은 뼈의 감각이다. 내장감각이 애절한 연민과 곡절한 恨의 감각이라면 뼈의 감각은 영웅적 결의의 감각이다. 내장감각의 여성적이라면 뼈의 감각은 남성적이다. 뼛속(骨髓)은 신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최후의 살(肉)이다. 
 
야훼 하나님은 자신의 계명이 인간의 마음만이 아니라 뼛속 깊이 나무도장이 새겨지듯 한 획 한 획 새겨지길 원하신다. “너희는 내가 일러준 이 말을 너희의 마음에 간직하고 골수에 새겨두어라.”(신 11:18) 
 
예레미야는 말씀선포의 사명이 뼛속까지 사무치게 녹아든 사람이다.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렘 20:9); 시인들이 시를 쓸 때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라고 말한다. 
 
시인 김수영은 68년 펜클럽에 한 강의,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하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속이 꽉 찬 배추가 본디 속부터 단단하게 옹이지며 자라는 게 아니다. 겉잎 속잎이랄 것 없이 저 벌어지고 싶은 마음대로 벌어져 자라다가 그 중 땅에 가까운 잎 몇 장이 스스로 겉잎 되어 나비에게도 몸을 주고 벌레에게도 몸을 주고 즐거이 자기 몸을 빌려주는 사이 속이 꽉 차가는 것이다.
 
빌려줄 몸 없이는 저녁이 없다는 걸 
내 몸으로 짓는 공양간 없이는 
등불 하나 오지 않는다는 걸 –김선우, <빌려 줄 몸 한 채> 중에서.
 
빈말, 헛말, 거짓말,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은 키에 날리는 쭉정이 신세다.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다가와
고래고래 날뛸 때
키로 쭉정이를 날리듯 밀어내고 –고진하,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날뛸 때> 중에서
 
여기서 몸은 몸의 온 감각, 곧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내장감각 그리고 뼈의 감각이다. 신앙은 온 몸으로 경험하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노래는 온 몸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앙을 고백해야 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마가 12:30) 하신 말씀은 일곱 가지 네 모든 감각들을 동원하여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감각은 생동성과 풍요로움을 보증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복음을 모든 감각을 다하여, 곧 보고 듣고 만지며, 냄새 맡고 맛보며, 내장과 근육(애끓는다) 그리고 뼈의 감각(골수에 사무친다)을 사용하여 생생하고 풍요롭게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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