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경재] 한류(韓流)에 대한 문화신학적 조명(2)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2. 문화현상으로서 한류에 대한 문화콘텐츠학적 원인분석과 위기진단

(1) 왜 한류가 발생 하였는가?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베리타스 DB

한류가 발생하고 진행되어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주요한 동기들 즉 국가 문화정책과 문화산업적 요인, 한국민의 문화적 능력과 집약적이고도 중층적인 근현대 사회변동 경험에서 축적된 역동적 역사체험, 전자정보 기술혁명이 가져다준 미디아의 위력, 그리고 쏘련 사회주의 몰락이후 전개되어가고 있는 지구촌의 자본주의적 세계화라고 부르는 경제질서가 복합적 원인으로서 작용했다.
 
첫째,  한류의 시작단계 혹은 준비기는 1980년대말, 서울 88올림픽을 계기로해서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을 알리고 알려는 의욕을 가진 문화정보적 소통의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다.      
‘88 올림픽’은 한국민으로 하여금 세계 지구촌 속에서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자리매김과 자기정체성을 묻는 계기가 되었고, 오랜기간동안 동아시아의 약소국가로 인식되어 왔던 한국이 세계 올림픽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치루는 것을 보고, 세계인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및 제3세계 국가들은 한국이라는 작은나라의 경제적·문화적·사회적 역동성에 주목을 하면서 한류을 수용할 심리적 토양이 형성된 것이다.
 
둘째,  한류가 발생확장해간 이유중 경제적 동기에 기인하여 정부와 기업과 문화계가 ‘문화사업’으로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목적으로서 국가적 기획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문화외적 요인을 무시 할 수 없다.
  
순수한 문화활동과  예술적 창작활동이 경제적 뒷받침 없이 쉽게 달성될 수 없음은 현실이다. 그러나, 한류의 시작과 추진동력의 기본 심장에  ‘문화창조의 열정과 미학적 신명성’이 주도하는가 ‘문화산업의 수익성과  경제적 상품성’이 주도하는가의 문제는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점은 본론에서 중요한 아젠더로서 계속 논의할 것이다.
  
셋째,  한류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아시아와 지구촌에 퍼져나갈 수 있있던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서 지식정보화시대와 디지털 기술공학문명의 발달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기술문명에 들어선 지구촌 곳곳의 인간들은 공간과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은둔의 나라’ 한국문화의 진수를 눈과 귀와 몸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 정보화지구촌 시대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한류는 가능했던 것이다.
   
넷째,  한류의 비밀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한민족이 경험하고 극복한 근현대 인류사회사의 중층적 시련과 역경을 극복한 문화민족의 문화콘텐츠라는데 관심의 무의식적 쏠림이 있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은 세계사의 ‘고난의 영왕’(Queen of suffering)이 되었다. 조선조 봉건사회에서 민중의 고난, 19세기말부터 불어닥친 세계열강들의  식민지배통치 시련, 냉전시대의 정치이념적 인간집단의 광기,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과 노동자의 소외경험, 형식적 민주주의를 시민혁명을 통해  정치현대사에서 피로쟁취한  시민혁명의 고귀한 체험, 자연자원이 없는 주변부 국가에서 기술집약적 디지털 기계수출국과 정보화사회에로 최단시일 안에  이룩한 집중력등등이 지난 120년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다. 그런 역사적 삶을 살아온 한민족이 만들어낸 문화콘텐츠에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세계인들 특히 아시아인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 점이 궁금했던 것이고 한류를 통해 그점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다섯째, 한류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서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매우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한민족의 문화·미학적 자질과 자산과 능력이 한류를 가능케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4가지 원인이 간접적이거나 외면적 요인이라고 한다면 다섯째 원인은 직접적인 내면적 원인이자 본질적 동력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점이 무엇인가를 문화신학적 측면에서 고찰하려는 것이다.

(2) 한류 문화콘태트중 TV드라마와 K-팝을 통해 나타난 한류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류방생의 동인중 위에서 언급한 직접적이고도 내면적 동력으로 여겨지는 한민족의 문화·미학적 자질과 자산, 그리고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형상화 해내는 문화창조적 능력이 과연무엇인가라는 연구는 민족우수성을 자화자찬하는 소아병적 과대망상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한민족의 문화예술적 능력속에 깊이 내재한 문화예술적 DNA의 분석은 필요하고 진지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얼굴을 직접보기 어렵듯이, 한류의 문화예술적 특성을 검색하는데 있어서 TV드라마와 K-팝에 대한 아시아및 세계의 한류팬들과 언론들의 소감과 평가를 우선 귀담아 듣는 일이 필요하다.
 
우선 한류를 절정기로 촉발시킨 TV드라마 작품들, 그 중에서도 일본에서 큰 문화적 돌풍을 일으킨바있는 <겨울연가>와 중국 및 아시아문화권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 <대장금>의 수용자분석과 드라마 작품으로서의 텍스트분석을 시도한 전문가들의 연구보고서를 드려다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류를 통해 나타내 보인 한국 TV드라마는 고전연극론에서 멜로드라마가 갖춰야할 텍스트의 핵심구성소를 잘 갖춘 드라마로서  작품성에 한류인기의 첫째원인이 있다.
   
TV드라마는 도덕강좌도 아니고 철학강의이거나 진지한 종교적 영성함양을 목적으로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즐기기 위한 문화적 욕망충족의 대상물이다. 그러나, 그것이 음식이나 의복이 아니라 정신적 갈증, 갈등, 공허감, 가치혼란증에 대한 영적 존재자들로서의 욕망충족행위이기 때문에, 단순히 스트레스해소나 대리적 욕망충족을 넘어서 삶의 승화나 창조적 재충전의 기회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드라마는 고도로 경제산업이 발달한 일본이나, 경제선진화를 목표로하여 앞만 보고 달려왔던 아시아인들에게 우선 강렬한 ‘인간다운 삶의 자기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강렬한 감정성을 지녀 시청자를 흡입시키면서도 헐리우드형의 폭력적이거나 직설적 성적욕망의 감정표현이 아니라  사랑감정표현의 절제, 도덕적 진실과 인간의 선한 심성에 대한 신뢰와 궁극적 보상, 무엇보다도 직접적 욕망충족보다도 욕망의 승화를 시청자는 자기 안에서 경험한다. 흔히 한국 드라마가 지닌 몇가지 정형화 된듯한 틀에박힌 작품전개의 패턴들, 다시말하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랑이야기, 선과 악의 양극화된 대비, 음모에 의한 주인공의 상처와 좌절, 시련속에서도 도덕적 순결성과 자기희생적 숭고함, 암이나 교통사고같은 과장된 돌발사건의 개입, 미덕에 대한 궁극적 보상으로서 해피앤딩이 도식적 드라마패턴으로서 약점이라고 지적되곤 했다.
  
그 모든 한국드라마의 약점지적이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류는 아시아인들에게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정의와 진실이 살아있는 인간다운 사회, 신실과 정으로 연계된 가족의 중요성, 물질적 이익과 동물적 폭력성을 넘어서는 인간다움을 상기시키는 작용을 했다. 줄여말하면, 한류가 발생하던 초심으로 돌아가보면 ‘문화산업’으로서의 기획성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문예활동’으로서의 예술성이 태풍의 눈이 된 것이라는 말이다.
  
둘째, 한국드라마가 아시아인들에게 준 호소력은 오랜세월 가부장중심문화 속에 짓눌려지내오던 여성으로서 인간승리 스토리를 통하여 ‘여성해방’의 메시지를 넘어서는 그 무엇, 남성성과 여성성이 함께 어우러저 공인간성(共人間性, Mitmenschlichkeit)이 발현되는 인간성의 건강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이다.
 
한류드라마가 아시아인들에게 준 문화적 호소력과 충격의 기술적 요인으로서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 배경음악, 수준급의 촬영기법, 중심인물들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패션, 한국의 자연풍광과 이색적 음식문화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곤 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찌보면 드라마작품제작의 기본요소들이다. <대장금>이나 <다모>같은 참신하게 영상예술로 표현된 사극적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어서, 지혜와 불굴의 용기로써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고도의 전문성까지 갖춘  ‘커리어 우먼’으로 자기실현을 이루는 드라마를 통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넘어서서 ‘인간승리’를 찬양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말한 두가지 한류드라마의 특징에 대하여 영상문화비평가 이수연은 한류 TV드라마가 왜 청중에게 관람동기와 구매동기를 부여하는가를 작품의 소구성(訴求性)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면서 다음같이 짧게 요약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소구성은 환상의 구현과 감정적 사실성이라는 두가지의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바로 이 환상적 측면과 사실적 측면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환상은 수용자의 욕망을 반영하기 때문에 매혹적이지만 감정적 사실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환상은 신기루 일 뿐이다. 또다른 소구성은 환상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면의 제약을 고려하여 이제 한류문화콘텐츠의 다른 장르 K-팝문화 현상이 왜 아시아와 세계젊은이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핵심만 살펴보기로 하자. TV드라마가 세계적 호응면에서 동질적 유교적 문화토양을 바탕으로한 아시아국가들에서 더  호흥이 컸다면, K-팝으로 총칭되는 ‘群舞的 대중음악콘텐츠’는 음악성이 지닌 초국가적 보편성과 어울러져 더 큰 폭발적 반응을 얻고있다. 한류음악이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문화현상은 왜 가능한 것인가?
  
한국대중음악이 한류의 또하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창기 한국 예술음악인들의 헌신적 공헌과 함께 대표적 연예기획사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들의 문화산업적 기획능력과 수많은 ‘이이돌 그룹들’(idol groups)의 발굴선발, 교육훈련, 외국연예기업체와의 협력등에 힘입은바 크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3사방송국의 음악콘서트와 경연대회, 그리고 한국대형 연예기업체들이 아무리 상업적 마인드를 가지고 ‘예술적 문화’를 ‘상업적 기업’으로 전락시킨다고 비평받는 일면이 있다하더라도 오늘날  ‘문화산업’이라는 말이 자연드럽게 받아드려지는 현실에서 긍정적, 부정적 양면성은 공평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한류를 이어가는 한국대중음악의 자세한 분석이나 전문적 음악성의 비평적 해설에 있지 않다. 그러한 작업은 문화신학자의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TV드라마에서 이미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왜  요즘  ‘아이돌 팝’이 국경, 인종, 민족, 그리고 이념을 넘어 세계 젊은이들의 열광적 호응을 얻는가 그 음악적 비밀코드를 간파해내려는데 우리의 관심이 있다.
 
첫째, 주지하다시피 K-팝으로 통칭되는 한국적 젊은 이들의 ‘群舞形態의 한국대중가요’는 음악과 춤과 가사가 어우러지는 매우 역동적 종합 예술음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아이돌 팝’(idol pop) 그룹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듣노라면 그 옛날 산야를 무대로삼아  심신을 단련하고 예술적 기예를 익혔던 신라 화랑들의  현대적 부활을 보는듯 하고, 강강수수월레를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조상들의 신명나는 댄스음악의 현대판 부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엔 개인이 아닌 집단공동체의 역동적 몸동작과 조화로운 힘의 예술,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모티브의 주입을 통해 지속되는 신명남과 어우러짐, 단순한 놀이문화로서만 아니라 새로운 이상적 사회실현을 꿈꾸며 준비하는 예언적 언행들의 숨결이 숨겨저 있다.
 
둘째, 한류의 중심장르로서 날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 젊은이들의 ‘군무적 대중가요’의 음악적 특징으로서 한민족의 문화적 특성을 바탕에 깔고서 지구촌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혼융시키는 음악적 융화성(融和性)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융화’(融化)는 녹아서 아주 다른것이 되는 것을 뜻하고, ‘융합’(融合)은 여럿이 녹아서 하나로 합치는 것을 뜻한다면, 융화(融和)는 서로 어울러져 화목하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댄스 & 일렉트로닉’ 음악장르와 닮은  아이돌 그룹의 ‘군무적 대중음악’을 보고 들으면 그 안에는 음악적 계보상으론 발라드풍의 사랑의 노래가 있는가하면, 정통흑인음악, 발랄하고 경쾌하게 질주하는 듯한 뮤직하우스 스타일, 힙합이나 랩이 들어간 이색적인 리듬의 노래 스타일 등이 서로 어우러지면서도 각각 음악적 특성을 잃지않는 묘한 ‘융화’적 음악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명칭자체가 ‘아이돌 팝’이 된 것도 세계나 한국의 대중음악 장(場)에서 독특하고 차별화된 음악적 실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명칭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음식문화에서 ‘비빔밥’처럼 비빔밥 구성소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 살아있으면서도 전체가 어우러져 이전에 없던 독특한 음식맛을 내는 한국적 예술미의 현대음악적 재현으로 느껴진다.
 
셋째, 한류대중음악의 특성으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이돌 그룹들의 예술문화직업에 종사하는 예능인으로서 자기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아이돌 팝그룹이 ‘사회비판정신’과 ‘섹스와 돈의 우상숭배’ 양자 사이에서  항상 유동적으로 불안정한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영국의 비틀즈 노래패나 미국의 마이클 잭슨의 음악세계도 첨엔 ‘탐욕과 위선에 병든 사회와 현대인’에 대한 강렬한 문명비판 운동으로서 시작되었다가 점차로 거대한 문화산업의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힘앞에 굴복하여 현실적응과 현실탐익의 문화산업단체로 전락하듯이 한류의 아이돌그룹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한류와 정의’라는 두 개의 아젠다가 동시에 성립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인 셈이다.
 
한류대중음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를 단순한 음악적 기예의 측면만 보고서는 이해 않되는 숨겨진 어떤 요소를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물질과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들이 새로운 삶을 지향하는 무의식적 갈망을 한류대중음악 콘서트에서 읽거나 느끼는 것, 곧 새로운 삶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면서 현재 식상한 세계문명질서를 비판적으로 저항하는 문화적 상상력의 의한 새로움에 대한 지향성인 것이다.그것이 진정한 문화의 힘이다. 이 점을 놓친다면 한류는 권력과 자본의 패권논리에 다시금 포로가 되어 태풍이 열대성 고기압으로 변화되듯이 그 역동성과 매력을 상실하고 말 위험이 항상 있는 것이다.

(3) 한류의 예술적 상징성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우상적 기능과 정의 문제

한류만이 아니라 포스트모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는 일종의 유사종교적 기능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스포츠, 섹스, 대중문화를 교묘하게 관리조종하여 독재적 정치가들이 대중의 관심을 중심주제에서 주변문제로, 창조성에서 소비성에로,  존재의미의 관심에서 존재현실의 관심에로, 궁극적 관심에서 일상적 관심에로 돌려놓은 수단으로서 이용하기도 한다. 모든 대중문화가 저급 문화라거나 대중음악에 쉼취하는 팸덤들이  ‘깨어있는 역사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단정해서는 않된다.
  
그러나, 인간의 문화활동 속에 깃들어있는 의미활동 속에 문화현상이 유사종교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인간들로 하여금 세속주의적 가치들을 ‘종교적 대상’으로까지 승격시키고 거기에 몰입하거나 몰입당하게 함으로서 진정한 인간의 ‘자기실현’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를 때, 문화신학은 문화현상이 드러내는 유사종교적 기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에서 TV드라마나 K-팝 장르에서, 주연급 배우와 음악가수및 연예인들은 현대인들의 ‘우상’이 되고 있다. ‘아이돌 팝’이라는 호칭자체 속에서 ‘아이돌’(idol)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직단접적으로 젊은 세대 예술인들과 그 예술행위가 수용자들에게, 모방하고 흠모하고 심지어 숭앙하고 감격해하는 ‘종교적 대상’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표징이기도 하다. 그들의 파격적인 패션스타일, 엘렉트로닉 사운드와 신비로운 가사들, 역동적 동작의 춤과 노래들은 단순히 음악영역을 넘어서 문화종교적 의미를 담지하는 것이다.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당분간 현실 그 자체를 잊게하여 몰입하게 하며, 심지어 맹목적인 헌신과 추종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화비평가 이동연은  “스타가 만들어낸 문화적 표현물들과 공연, 그리고 각종 장식물들은 문화산업시장에서 상품으로 소비되면서 대중에게 기념비적인 욕망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유사종교적 우상의 아이콘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소비 메카니즘이다” 이라고 갈파한다.
 
그런데, 문화신학이 주목하는 것은, ‘아이돌 팝’ 연예인들이나 가수들이 ‘종교’를 의도적으로 참칭하거나 이용하거나 대신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사실이다. 참다운 종교적 대상을 부정하고 대신 그 자리에 자신들이 관계하는 ‘문화예술활동’을 대치하려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종교가 말하는 ‘신적인 것, 혹은 궁극적 실재’의  구체적  ‘상징’ 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원본이 없는 우상’으로서  유사종교적 성향과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e)나 마찬가지이다. 이 불어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흉내, 모의, 외모, 겉치례, 환상, 환영>등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단어이다.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는 종교를 신이나 절대자같은 실체를 전제하지 않고서도 ‘궁극적 관심에 붙잡힌 상태’라고 종교현상학적으로 규정한바있고, ‘궁극적 관심’이란 “마음과 뜻과 성품을 다하는 관심”이며 종교란 바로 그런 ‘궁극적 관심에 붙들린 상태’라고 말한바 있다. ‘아이돌 팝’에 열광하고 심취하는 청중이나 특히 열성팬들에게는 교회와 성당과 사찰에서 받는 자기 삶의 의미보다 ‘아이돌 팝’ 콘서트에 더 몰입을 경험 한다면 대중문화가 그들에겐 종교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원본이 있는 종교냐 없는 우상이냐’라는 관념론적 담론은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진정한 문제는 정통종교이거나 유사종교 기능을 하는 문화종교이거나 간에 종교가 주는 실질적 ‘존재변화체험’ 곧 자기실현, 자유인으로서 해방, 생사문제의 해결, 사랑자비의 실천능력 고양, 진선미와 일치 등을 경험하게 해주는냐의 여부만이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성서적 종교의 관점에서 참종교의 시금석으로서 ‘정의’ 문제가 거론된다. 사실 신구약 성경에서 참 종교로서 야훼신앙과 우상종교로서  바알신앙과의 갈림길은, 종교가 해당 종교 귀의자에게 주는 위로, 풍요로움의 약속, 안전, 다산과 번영, 생명의 충만감 같은 점에 있지 않고 ‘정의로움의 요소’가 핵심이었다. 황금송아지가 상징하는 부와 권력은 오늘날도 한류라는 문화산업에서 경제적 부가가치창출과 명예로움의 만족감과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치아젠다로서 작동한다.
  
한류와 관련하여 ‘정의로움’의 요소는 3가지 차원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한류문화 현상이 문화창조적 아이콘으로서 긍적적인 ‘시뮤라크르’가 되느냐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현대 대중문화의 ‘우상’이 되느냐도 결국 ‘정의’ 요소가 사느냐 죽느냐로서 결정된다. 첫째, 한류문화산업의 창작진들과 출연자 연예인들과 연예기획사와 소비대중등  각 구성원들간에 공정성과 투명성과 인격적 존중이 담보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둘째, 한류문화상품이  제3국에로 수출될 때 여타 민족문화와 지역 문화산업체와의 상호관계성에서 상보상생적 관계가 ‘정의로움’이라는 기준에 어긋나지 않게 영위되고 있는가? 셋째, TV 드라마이건 아이돌팝이건 세계에 진출하는 한류의 문화콘텐츠가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과 권력과 소비문화의 잘못된 문명질서를 ‘정의로움’의 이름으로 분노하는 저항적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화현상으로서 1980년대 말부터 나타난 한류에 대한 문화콘텐트학적 분석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일별했고, 말미에 한류와 ‘정의’라는 주제가 왜 이번 학술심포지엄의 제목 속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양자의 관계성에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이제 본 논문의 중심부에 들어가보고자 한다. 다음장에서 우리의 관심은  한류를 창발(創發)시켜낸 조선 동이족 후예들의 집단적 민족심성의 원형적 특징을 문화신학적으로 조명해보는 과제가 될 것이다. (계속)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