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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학생인권조례안 통과되길 희망하며

서울시 학생들의 종교 및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빈곤 학생, 장애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권리를, 그 중에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종교 다원화,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학생들을 성숙한 신앙인과 성숙한 문화인으로 계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에 박수를 보낸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 제15조 3항의 각 호에는 ①학생에게 예배·법회 등 종교적 행사에 참여하거나 기도·참선 등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②학생에게 특정 종교과목의 수강을 강요하는 행위 ③종교과목의 대체과목에 대하여 과제물 부과나 시험을 실시하여 대체과목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 ④특정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는 이유로 학생에게 이익·불이익을 주는 차별행위 ⑤학생의 종교 선전을 제한하는 행위 ⑥특정종교를 비방·선전하여 학생에게 종교적 편견을 일으키는 행위 ⑦정당한 사유 없이 교내 행사를 외부 종교시설에서 개최하는 행위 ⑧종교와 무관한 과목 시간 중 특정 종교를 반복·장시간 언급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종교적 이념으로 설립된, 종립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종교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 수강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종교 과목 수강 중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선전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조례안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개 종교는 '믿음'(belief)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믿음'이란 일방적 선전 등 강요로 인해 주어지는 것이기 보다 자발적 동기에 기초한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길러지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기존 종립학교에서는 수십년 동안 '건학이념을 실현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종교적 정체성을 갖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에게 종교 교육 의무화, 종교 교육 강요 등으로 그 정체성에 혼란을 주어왔으니 학생들 개개인의 신앙적인 면에 있어서는 폭력 아닌 폭력을 가해온 셈이다. 때때로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종교 과목 교육에 있어 암암리에, 아니 대놓고 저질러지기도 하는 특정 종교에 대한 비방은 학생들로 하여금 종교적 편견을 갖게 하는 등 삐뚤어진 렌즈로 타종교를 보게함으로써 종교 다원화 사회에서 가장 큰 우려로 손꼽히는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다.

시대가 변했고, 사회가 바뀌었다. 세상과 유리된 채 깊은 산 속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 것이 종교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선교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종립학교는 이제라도 영토 확장 개념을 기초로 한 십자군적 일방 통행 선교 패러다임(다른 말로 하자면 제국주의적 선교관)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을 중시한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더이상 학생들의 신앙의 마음 밭을 주입식 종교 교육으로 마구 짓밟아서는 안된다.

금번 인권조례안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조항은 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 금지법이다. 이 조항의 해설에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학생 등을 고려해 전문 상담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아울러 명시했다"며 "개별 학교마다 전문 상담인력을 두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역교육청이 그 역할을 대신 맡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제28조 2항에는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사회구조나 문화에 따라 누구나 권리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 학생이 될 수 있음에 유념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소수자 학생을 위한 진로 및 취업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교내 생활에서 자칫 소외당하기 쉬운, 속된 말로 왕따가 되기 십상인 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교내 발생이 빈번한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 또 ‘다름’에 대한 ‘같음’의 횡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위 조항이 통과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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