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평화의 상징 ‘무지개’를 좇아 산 서광선 목사 설교집 내

세 번째 설교집 『무지개를 좇아서』

▲서광선 목사(이화여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주간)가 세 번째 설교집 『무지개를 좇아서』(동연)를 펴냈다. ⓒ베리타스 DB
다양한 색깔 탓인지 다문화 가정,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종종 쓰이고 있는 무지개. 이 무지개에는 그러나 단순히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선 그 이상의 함의가 담겨져 있다고 『무지개를 좇아서』(동연)의 저자 서광선 목사(이화여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주간)는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무지개’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경험하며 상호 공존하는 세상을 희구하는 ‘평화의 상징’ 자체였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년 시절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동란을 겪었다. 군사 독재정권 시절엔 지성인으로서 압제에 침묵하기를 거부하며 ‘자유’를 읊어대다 해직 교수가 되는 쓰라린 경험도 했다. 폭력으로 얼룩진 험악한 세월을 살아온 그에게 ‘무지개’는 평생의 소망이요 꿈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일생은 어쩌면 ‘무지개’만 바라며 좇아온 삶으로 축약될 수도 있겠다.

『무지개를 좇아서』는 저자의 세 번째 설교집이다. 1980년대 이화여대의 강의실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추방되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강남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압구정동에 있던 현대교회 목사로 목회하면서 한 설교들을 모아 그의 첫 번째 설교집 『벙어리의 노래』를 냈고, 4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대학 강단으로 돌아와 이화여대의 신앙 공동체가 모이는 대학교회에서 학교 교목으로 강단에 서게되는데 이 때 그의 두 번째 설교집 『철 따라 계절 따라』를 냈다.

금번 세 번째 설교집은 1996년 이화여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미국과 홍콩 등에서 강의와 설교와 행정을 맡아 전전하다가 10여 년 만에 귀국해 여기저기서 그의 친구들이 계절 마다 잊지 않고 초청해 주어서 한 설교들을 모아 펴냈다.

제1부에서는 1996년 이후 미국에 있는 이민교회의 초청으로 한 설교들과 2006년 귀국해서 올해까지 한 설교들을 골라서 내어 놓는다. 제2부에서는 대학에서 은퇴한 교수를 초청한 대학과 YMCA 등 청년 단체에서 한 설교들을 모은 것이며 제3부에서는 장례식과 추모예배, 출판기념회 등에서 발표한 원고들을 엮었다.

“평화 이야기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쟁 없는 평화죠. 앞으로 우리 한반도에 외세가 침략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또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담아 남북 분단도 극복을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평화 없는 통일이란 정복에 불과하고, 통일 없는 평화란 분열과 분단으로 계속 대치하며 반목하자는 얘기 밖에 안됩니다.”

그러면서 서 목사는 신앙인들이 평화를 희구해야 하는 이유라 할만한 ‘무지개’의 함의를 구약 성서의 인물 노아에서 찾았다. “하나님이 40일 동안 노아를 방주의 생활에서 지켜주시고,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자 하나님께서는 제일 먼저 무지개를 보여주셨습니다. 이게 평화의 심볼이에요. 앞으로 다시는 너희들을 이런 식으로 망하게 하지 않겠다는 무지개 언약을 하신 것이죠.”

‘무지개 언약’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점차 다문화, 다민족 사회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요청되는 민족간의 평화, 국가간의 평화, 부부간의 평화, 형제간의 평화 등에도 부응하는 유의미한 일임을 강조한 서 목사는 나아가 인간과 인간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의 평화도 추구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포기할 줄 모르는 욕망이 오용되어 개발이란 논리 아래 신음하고 죽어가는 자연의 고통, 탄식을 수수방관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무지개를 좇아서』 겉 표지.

평화로 시작해 평화로 끝을 맺는 저자는 여러 종류의 평화들 중에서도 그가 유난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평화’에 대해 본문 설교를 통해 수차례 강조하며 그 ‘평화’에로의 초대를 선뜻 권했다. 다름 아닌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있는 한반도 남북한 형제들의 민족간 평화와 통일 운동에로의 초대였다.

추운 겨울 압록강 기슭에서 반공 목사로 낙인 찍혀 인민군에 의해 총살을 당한 부친의 시신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그는 당시만해도 "공산당을 때려잡아 꼭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그런 그가 신앙을 하게 되고, 목사로서의 길을 걷게 되자 그간 들고 있던 날카로운 칼날은 어느새 보습으로, 마음에 두었던 뜨거운 복수심은 어느새 ‘용서와 화해’란 책임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교회 선언문’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이 같은 책임의식과 더불어 내 동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책 본문 중 ‘민족을 향한 사랑’이란 제목의 설교문(2008년 6월 29일 서울 성북교회)에서 동족을 향한 그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묻어난다.

“우리와 같은 한국의 늙은이들, 전쟁을 했고 동족과 형제자매를 죽인, 손에 피가 묻은 우리 세대는 통일된 한국을 멀리 그리며 사라질 것입니다. 가나안이 젊은 여호수아의 몫이었던 것처럼, 통일된 한국은 여러분들, 젊은 한국의 여호수아들의 몫입니다. 민주주의와 평화의 촛불을 들고 통일의 가나안 복지를 향해서 용감하게 행진해 나가야 합니다..(중략).."나는 혈육을 같이 하는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조금도 한이 없습니다."(롬9:3) 이 철저한 민족주의, 미국을 하나님보다 더 높이 섬기는 우리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회개하고 본받아야 할 소중한 말씀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망각하는 우리나라 기독교 지도자들과 위정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기독교인은 민족의 번영과 평화와 화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귀중한 말씀입니다.”

무지개 언약을 새기며 무지개를 좇아 평화를 그리며 살아온 서광선 목사의 설교집 『무지개를 좇아서』. 표지 디자인은 그의 조카딸 서경실이 맡았다. 값 1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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