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어떻게 목사가'라는 섣부른 판단 보다는..."

박영돈 목사, 생활고로 유명 달리한 목회자 가정 자살 소식에 의견 밝혀

전북 익산의 한 목회자 가정이 지난 12월 중순 생활고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을 바라보는 개신교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는가 하는 연민의 시선도 있지만 그보다는 여전히 '어떻게 목사가'라는 정죄의 시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한 기독교 단체는 생활고로 생명을 저버린 목회자 가정의 사연을 접하고 미자립교회 목회자 난방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돈을 모금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목회자 가정의 극단적인 선택을, 이른바 '자살을 정당화하는 것이냐'는 식의 비판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목회자의 자살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에 대해 박영돈 목사(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비정한 목회현장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어떻게 목사가'라는 섣부른 판단을 유보해 줄 것을 당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목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목사가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그랬다고 한다. 최근 한 교단에서 일어난 그런 사례 넷 중 셋은 장로들과의 갈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은 게 원인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목사가'라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정한 목회현장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억울한 일을 당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 목사들을 종종 만난다. 못된 목사 때문에 고통받는 교인들도 많지만, 못된 교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목사도 적잖다"며 "그런 험한 일을 당해도 목사는 잠잠해야 한다는 일종의 메시아 콤플렉스까지 있어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목사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혼자 삭혀야 한다. 마음의 괴로움을 어디다 털어놓을 데도 없고 마땅히 상담할 때도 없다. 많은 생명을 살리려는 비전과 꿈을 안고 뛰어든 목회의 비정한 현실이 그들을 자신의 생명조차 건사하기 힘든 극한 상황으로 내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목사의 자살 문제에 대해 "세상 사람이 자살하면 동정을 살 수 있으나 목사가 그러면 믿음과 소명이 없는 목사라는 의심과 정죄의 눈초리만이 따갑다"며 "그래서 쉬쉬한다. 그러나 이제는 직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교회가 쇠퇴해가고 목회현장이 점점 더 척박해지면서 말할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목사가 많다"고 그는 전했다.

박 목사는 "내가 잘 아는 한 목사는 설교와 가르침의 뛰어난 은사가 있음에도 교회가 오랜 기간 성장하지 않고 극빈자 수준의 사례로 생계를 겨우 이어간다"며 "그래도 교회라도 평화로우면 그런 어려움은 감수할 텐데, 자신이 양육한 교인들이 그를 힘들게 하니 견디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자살이 하나님께 죄만 아니면 죽고 싶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다"고도 했다.

끝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목회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박 목사는 "어떤 목사는 죽을 각오로 금식기도 하는 걸 마지막 돌파구로 삼는다. 목사가 이런 위기 예방과 관리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일 수 있다. 각자도생하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냉혹한 사회과 교회에서 아무도 자폭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도록 서로를 돌아보며 서로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목사의 해당글에는 페이스북 유저들 1천 2백명이 좋아요 표시를 하며 큰 호응을 보였다.

이지수 기자 veritasnews20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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