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묵상레터] 어머니 강이 살아나는 꿈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 구미정

"하나님 물들이 주님을 뵈었습니다
물들이 주님을 뵈었을 때에, 두려워서 떨었습니다"(시편 77: 16a)

"차오프라야에서는
악취가 액체 되어 흐른다
강둑도 수종을 앓고
무너져 내린다
쏟아지는 오물에
생수를 흘리지 못하는 강은 도시의 하수구로만 남아 있다."

구약학자 민영진의 시 <차오프라야>는
자정 능력을 잃은 강의 아픔을 대언한다
차오프라야는 방콕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태국 최대의 곡창지대를 관통하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어머니 강'으로 불린다
그러나 '동양의 베니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강의 오염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폭주하는 관광산업
여기에 글로벌 페스트패션 산업까지 가세해 강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염색공장에서 쏟아지는 화학 염료가 곧장 강으로 흘러든다
하늘에서 찍은 강물 사진은 핏빛에 가깝다
하늘색을 담지 못하는 강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강

시인은 "피조물이 구로하는 걸 보니
새 하늘 새 땅이 저만큼/오고 있나 보다"고 노래한다
지금 여기가 편한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전언이다
지금 여기는 고장 났다, 망가졌다, 끝장났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꿈의 언어가 '새 하늘 새 땅'이다

후천개벽을 꿈꾸는 이사야의 예언에 한 줄을 보태자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이사야 65:25)
나의 거룩한 강에서는
메기, 납자루, 붕어가 헤엄치고 수달과 왜가리가 춤을 출 것이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는 마오리족이 신성시하는 황거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누군가 이 강을 해치거나 더럽히면
사람에게 한 것과 똑같이 처벌을 받는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저만큼 오고 있나 보다

주님,
값이 싸다고, 유행을 따른다고 분별없이
패스트패션 산업에 끌려다닌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이웃나라의 저임금 노동자를 약탈하는 경제에 저항하겠습니다
말 못하는 강물을 학대하는 경제에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우리의 소비가 생태정의에 기초하게 하소서. 아멘

기획/글: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 구미정

※ 본 글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의 2023 창조절 아홉째 주 묵상레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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