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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민사상, 민족주의를 넘어 열린 시민사회로!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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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충돌의 진짜 이유

땅 넓이로 말하면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 땅에서, 요즘 이스라엘과 필레스타인 폭력 무장파 하마스 사이 충돌로 양측 합하여 1만명 이상의 전쟁 사망자가 났다. 부상 입은 민간인 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두배가 넘는다.

인류의 비극이자 고통이다. 인간의 어리석음, 증오심, 이기심, 복수심의 민낯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그 비극의 뒤에는 강대국들의 군사적-경제적 이해관계, 배타적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광신, 무엇보다도 "입장을 바꾸어서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능력의 결핍과 상실에 있다.

중동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은 어느편을 지지할까? 대부분은 이스라엘 편을 들고 팔레스타인 저항적 테러집단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기습공격으로 일으킨 야만적 민간인 살육과 인질 납치 행위를 '정의의 하나님!' 이름으로 비판하고 망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 점만 보면 옳은 판단이다. 아무리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 억울하고 정당한 생존권 주장이라고 변명할지라도, 음악축제에 참석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민간인을 포함한 여행객들을 집단 살육하고 납치한 행위는 전 인류의 비난과 응징을 받아 마땅하다.

거기에 더하여, 한국 기독교인들은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받아들여 날마다 영적 양식으로 살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등 우방 국가들이 이스라엘 편을 지지하고 있으며, 지구촌의 유일한 공동집회장인 UN에서 이스라엘 국가건설을 승인했고, 팔레스타인은 아직 독립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자치정부'로서만 대하는 국격차별화 현실들이 상승 작용하여, 한국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역사적 눈'을 뜨는 문제가 오늘 칼럼의 글쓰는 목적이다.

현실의 깊은 곳을 통찰하는 '역사적 눈'을 가질 필요가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요청된다. 현실이 곧 진실은 아니다. 진정한 신앙인의 눈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표층적 감정과 이스라엘 편애를 절제하면서 차분하게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통찰해야 해답이 나온다.

배타적 선민신앙과 혈연, 지연중심의 가치관은 성경과 예언자정신에 위반

팔레스타인은 현재 이스라엘 국가가 자리잡고 있는 요단강 서편쪽에서 지중해 연안에 이르고, 남쪽은 사해남부와 북쪽은 레바논및 시리아의 국경선에 닿는 중동지역이름이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베두인들의 후손인 원주민들을 총칭하는 명칭이다. 하마스나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일부 정치과격파 무리들이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설립과 그들의 생존권을 무력항쟁을 사용해서라도 쟁취하겠다는 무력항쟁 과격파들 이름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류는 이슬람 종교를 지니고, 아랍어를 쓰지만, 그들 모두가 무력항쟁파 하마스나 헤즈불라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팔레스타인 원주민 중에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민주주의 정치를 지지하고, 이스라엘과 필레스타인의 공생 공존을 원하는 평화적 팔레스타인들도 적지않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상호 앙숙관계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지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 약 3,000년 전,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입주하여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거쳐 로마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할 때 까지, 이 지역은 이스라엘 민족 국가의 삶의 터전이었다. 로마 제국에 의해 멸망 당한 유대국은 AD.70년 이후부터는 나라없는 백성으로서 온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세계2차대전 중 독일 히틀러 나치당에 의해 600만명이 죽임당하는 끔직한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국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시오니즘' 운동이 일어났고,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국가 성립을 선언한다. 유엔이 이스라엘 국가 설립을 지지하고 결의한 이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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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KRM)
▲가자지구 리말 지역 내 하마스 관련 건물들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

2000년만에 꿈에도 잊지 못한 고토(故土) 팔레스타인 지역에 새나라를 세운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오니즘 지도자들과 새로 나라를 되찾은 이스라엘 민족구성원 마음속엔 "유대민족은 이스라엘 땅의 모든 지역에 대해 배타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갖는다"라고 주장하고 확신한 것이다. 새 이스라엘 건국일 기념식에서 수상 벤구리온이 낭독한 성경구절은 아모스서 9장 11절-15절이었다: "내가 너희를 그 본토에 심으리니 , 저희가 나의 준 땅에서 다시 뽑히지 아니하리라.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니라"(암 9:15).

다시 말하면, 이스라엘 민족 국가 건설은 2차 대전 이후,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UN 회원국들의 호의로서 주어진 특혜가 아니고, 인류 역사를 주관하는 야훼 하나님의 뜻과 약속의 실현이라고 믿는 종교적 신념 위에 세워진 국가라는 말이다. 정치군사적 타협이나 협상이나 양보, 공생 공영의 포용적 정신보다는 배타적인 종교적 신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말이다. 현재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나후의 극우적 정권이 들어선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집단 거주지역 가자지구와 요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통제가 더욱 심해졌고 이에 대한 반발로서 하마스의 테러공격이 촉발 되었다.

입장을 바꿔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억울하고 분노에 찬 삶의 정황을 생각해보자. 1948년 UN 결의로서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 지역 곧 이스라엘이 고토(故土)에 세워지기 이전까지 약 2,000년동안 그들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농사짓고 목축하고 아들 딸 낳고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시골 전통에서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논밭을 200여년간 농사 짓고 살았다면, 경작권을 주장하며 당연히 그 논밭 땅은 200년간 농사 짓고 가꾸어온 자기 땅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2,000년전 땅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자기들을 팔레스타인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고 인간적 차별과 정치경제적 억압을 1948년이후 오늘까지 75년간 계속한다면 열불날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침입자요 폭력 집단인 것이다. UN마저 차별을 가하여 이스라엘에겐 독립국가로서 인정하고, 자기들 팔레스타인 집단에게는 주권도 없는 '자치정부' 형태로서만 인정하니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집단 거주 제한지역인 <가자지구> 북쪽 난민켐프에서 하마스같은 무장항쟁파가 자생적으로 힘을 길러 이번에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상호인정, 공생공영, 역지사지(易地思之), 열린사회만이 살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은 온 인류에게 깊은 자기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옳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일까? 특히 한국 기독교인들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첫째, 배타적 선민사상은 하나님의 보편적 인류구원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종교적 집단 이기주의로 타락할 수 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특별한 구원 경륜 안에서 선민으로 선택했다고 신앙적으로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선민의 목적은 만민과 만국에 구원과 복을 가져다주려는 것이지 이스라엘 백성 그 자체만을 위한 하나님의 편애가 아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고통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주민들의 고통에 아파하신다.

둘째, 성경적 신앙의 큰 흐름은 생물학적 혈통주의와 지역과 특정 공간 땅에 매인 자연숭배, 공간문화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려는 종교다. 아브라함에게 "본토 친적 아비집을 떠나 내가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창12:1)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미래 역사의 지평으로 부르신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의 고토(故土)라고 집착하거나, 심지어 예루살렘 성도(聖都) 소유권과 지배권을 가지고,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다투는 것은 웃기는 소행이다. 십자가 신앙이 '축적된 종교'로 변질된 것이다. 종교 전통이 사람잡는 원인제공을 한다면, 신성한 장소나 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셋째, 아브라함의 3대 종교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은 모두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종교이다. 아무리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억울해도 사람생명을 무차별로 죽이고 납치하는 하마스의 테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폭격등은 용납될 수 없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우리시대 교회가 강조해야 할 3가지 메시지는 <생명, 평화, 정의>라고 선포했다. 알고 보면 아랍인들의 맨 첨 조상이라는 이스마엘과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라는 이삭은 '배다른 형제 관계'(창16장)이다. 형제를 죽이는 살인죄가 전쟁인 셈이니 '거룩한 전쟁 교리'는 종교 광신주의자들의 허위적 교리다.

넷째, 결국은 '닫힌사회'를 극복하고 '열린사회'를 함께 지향해야 한다. 과거의 전통, 문화, 혈통, 권위, 배타적 선민사상, 배타적 종교 광신등은 닫힌사회의 산물일 뿐이다. UN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인정하고, 이스라엘 국가와 공존공영하도록 해야한다.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 종교 전통들이 어울려 사는 열린사회 국가로 변신해야 한다. 이념을 강조하는 배타적 전체주의, 순수 혈통을 강조하는 순혈주의는 퇴화하고 망하고 만다. 이스라엘의 닫힌 유대교가 예수 메시야를 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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