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본훼퍼와 헤른후트 로중②

홍주민(한국디아코니아 상임이사)

심각한 상황 속에 결정적인 도움기재로서 로중 

 

로중의 말씀과 가르침의 본문은 본훼퍼에게 있어서 심각한 상황 속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기재가 되었다. 베를린대학에서 교수직을 중지시킨 것과 임박한 전쟁 때문에 1939년 여름, 미국인 친구가 강연을 위해 그를 미국으로 초청하였다. 표면상의 이유 이면에 그는 바로 발발할 전쟁을 피해 안전한 미국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양심적인 이유로 히틀러 군대의 징집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여행은 그에게 어려운 혼동을 가져왔다. 그는 미국에 남아있을지 아니면 독일로 돌아가야 할지에 대해 계속 자신에게 되물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기록된 일기장이 있다. 여기에는 긴장감 넘치는 여러 날들 동안 그가 베껴 쓴 로중과 가르침의 본문이 담겨있다. 그는 거의 항상 두 개의 성서말씀으로 하루를 마친 것 같아 보인다. 분명하게 로중은 그에게 내적인 평화를 가져다주었고 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하였다. 1939년 6월 8일 그가 미국으로 가는 배위에서 읽은 로중은 스가랴서 7장 9절이었다: “올바로 판단을 하여라. 서로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어라.” 본훼퍼는 여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을 남긴다. “나는 먼저 집에 있는 형제들께 간청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생각 깊은 곳에 두고 있습니다.” 
1939년 6월 9일 가르침의 본문은 요한복음 12장 26절이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고자 하는 이는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자도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는 여기서 확신한다. “위대한 계획이 우리 자신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이 계신 곳에서만 우리가 발견되어 집니다. 여러분이 거기에 있든지, 내가 미국에서 일을 하든지, 우리는 주님이 계신 곳에 함께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아니면 내가 주님이 계신 곳을 피합니까?” 미국에 도착하기 전 날 로중과 가르침의 본문은 시편 44장 22절의 “하나님은 우리 마음의 바닥을 다 아신다”라는 말씀과 고린도전서 13장 12절의 “지금은 내가 부분밖에 알지 못하지만,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신 것처럼, 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이다. 그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한다: “내가 갈 길을 가면서 의심을 이기게 하소서.”   
미국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본훼퍼는 며칠간 기력이 빠질 정도의 고뇌를 겪고 나서 독일로 되돌아갈 것을 결정했다: “라이퍼에 방문하면서 나는 독일로 되돌아 갈 것을 결정했다.... 이는 현재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만이 그것을 아신다.” 6월 20일 거부하기로 결정한 날의 로중은 이사야서 45장 19절 말씀이다: “나 주는 옳은 것을 말하고 바른 것을 알린다.” 가르침 본문은 베드로전서 1장 17절 “사람을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분을 여러분이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으니, 여러분은 나그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십시오”이다. 본훼퍼는 덧붙여 서술한다: “로중은 오늘 하나님으로부터 엄격한 심판에 대해서 아주 두렵게 말씀한다. 하나님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두려움 가운데 결정을 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계신다.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심판하시고 용서하시길 간구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날에 나는 하나님이 오늘 내린 나의 결정에 은혜로 심판하시길 간구할 수 있다. 이제 그 분의 손에 달려있다.”   
6월 21일 본훼퍼는 일기에 확고한 그의 의지를 남긴다: “물론 나의 결정에 대하여 늘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후회하게 될 것인가? 나는 후회할 수 없다. 그것은 확실하다. 다시 로중은 엄하게 말씀한다. ‘하나님은 은을 정련하여 깨끗하게 하신다’(말라기서 3장 3절). 그러한 것도 필요하다. 나는 나를  더 이상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신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행동과 실천은 분명하게 되고 깨끗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그가 독일로 다시 돌아오는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로중과 대화를 한 흔적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에서 그가 성서의 말씀을 그의 개인적인 상황 안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며칠 후, 6월 26일, 유럽으로 다시 돌아오기 직전에 본훼퍼는 디모데후서 4장 21절을 접한다: “그대는 겨울이 되기 전에 서둘러 오십시오.” 그는 디모데에게 전한 바울의 청원을 전적으로 자기 개인에게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루가 지나간다. 휴가를 갔다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는 병사처럼, 다시 돌아가는 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견될 지라도... 이것은 경건한 것이 아니라 아주 생생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경건한 것을 통하여 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생생한 감정을 통하여 행동하신다. ‘겨울이 되기 전에 오라.’ 이것이 만약 나에게 주어진 말씀이라면, 성서의 오용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이다.” 디모데후서 4장 21절의 말씀은 그로 하여금 미국을 떠날 마음을 굳히게 했다. 물론, 로중은 구약성서만을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 말씀은 그가 로중에서 읽은 것이 아니라 그가 성서를 읽다가 우연히 만난 구절이기는 하다. 
그는 뉴욕에서도 그가 무엇 때문에 미국에 머물 수 없는지에 대해서 미국인 친구 라인홀트 니버에게 편지를 썼다: “역사의 아주 어려운 국면에 나는 독일 그리스도인과 함께 살아냅니다. 나는 이 시대의 시련을 내 민족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전쟁이후에 독일 그리스도인들과 재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공동체를 세우는 로중의 힘  
 

본훼퍼에게 귀국길은 전쟁 가운데 제자들과 목사후보생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에 그는 고독한 감옥생활 가운데 로중이 점점 더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힘을 가졌음을 확인했다. 로중을 묵상하는 것이 친구들과 학생들 그리고 친척들을 경계를 넘어서 영적인 공동체로 지켜내도록 도와주었다. 어느 곳에 있어도 그랬다. 그들은 모두 매일 동일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서로 간 연결되었다. 예전의 휜켄발데의 목사후보생들에게 보낸 회람편지 외에 로중에 대한 서신은 체포된 이들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갓 결혼한 그의 친구인 에버하르트 베트게와 그의 부인 레나테 사이에 오갔다. 그것들은 『저항과 복종』 안에 인상 깊게 서술되어있다.   
로중은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한 영적인 공동체에 살고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표식이 되었다. 1937년 12월 20일에 예전의 휜켄발데의 목사후보생들에게 보낸 성탄편지에서 본훼퍼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우리가 지금 성탄절 축제와 연말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나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한해의 마지막 주 로중과 연결하여 짧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 그는 그 날의 로중에 대한 짧은 해석을 한다. 성탄전야 로중은 “시편 41장 5절이었다. ‘주님, 나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 영혼을 치유해 주소서. 왜냐하면 내가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은 참회에 관련된 말씀이다. 육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구유가 우리의 참회의 올바른 장이다. 우리의 육과 피를 짊어진 이는 우리의 마음을 아신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불안한 일상으로 뒤덮여 있어도 이 성탄 절기에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께 참회할 시간을 내야하지 않은가.” 이러한 본훼퍼의 말속에는 예전의 목사후보생들과 함께한 공동체에 대한 동경이 함축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홀로 있으면서 형제공동체의 은총과 생명력을 그리워하는 이에게 하나님은 진실한 형제애로 더 밝게 드러나시고자 합니다. 이전에 성만찬 식탁에서 행했던 것처럼,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는 한 영혼 안에서 말을 합니다. 내 영혼을 치유해 주소서. 왜냐하면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 성탄 전야에 새로이 우리 구주이신 하나님의 크신 은총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6년이 지난 후, 1943년, 본훼퍼는 감옥 안에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중은 부모님과 에버하르트와 레나트 베트게와 함께하는 공동체에게 감옥에 갇혀있는 외로운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다. 베를린에 격심한 공습이 있은 후, 그는 부모님께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낸다. “1943년 8월 24일. 사랑하는 부모님! 어젯밤 아주 혼란스러운 밤이었습니다! 간수가 내게 찾아와 별 이상이 없느냐고 하였는데, 저는 아주 안정된 상태였습니다. 내가 있는 감방이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경보음이 창문을 통해 아주 심하게 울렸고 남쪽 방향에 있는 도시 위로 작열하는 불꽃놀이를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로중은 아주 분명한 어조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내가 너희 땅을 평화롭게 하겠다. 너희는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것이며, 아무도 너희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레위기 26장 6절).”   
성탄절에 연대와 친근함의 표식으로 서로 간에 로중을 선물하는 관습은 오늘날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본훼퍼가 이러한 것을 수형기간 동안 해낸 것은 간수들과의 좋은 관계형성과 연관이 있다. 본훼퍼에게 있어 1943년 성탄절에 로중을 서로 교환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다음의 인용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성탄전야에 레나테와 에버하르트 베트게에게 보낸 서신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우리가 올해도 로중을 교환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가장 커다란 성탄의 기쁨이었다. 나는 이미 때때로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왔고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지난달이 중요하였고 내년에 함께 할, 아침에 읽어야할 이 책에 대해 서로 간에 생각하게 된다. 매우 감사하다!”(계속 이어집니다)
“Die Losungen der Herrnhuter Bruedergemeine fuer das Jahr 2015”
한국어 판 제목 『2015 말씀, 그리고 하루』
역자: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출판 (주문 010-6439-2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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