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재난구호, “재난구호, 자립기반 조성에 초점”

서울패션직업전문학교 박정원 학장 인터뷰

[편집자 주] 지난 4월25일(토) 발생한 강진으로 폐허가 된 네팔에서 전 세계의 구호단체들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형참사가 잦았던 관계로 재난구호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정성 있는 관심과 실질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구호 문제에 있어서 첨병역할을 하는 단체 중의 하나인 한국재난구호(이사장 조성래 목사)를 방문하여 활동상황과 활동이념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담은 한국재난구호 이사인 서울패션직업전문학교 박정원 학장과 본지의 김진한 대표 사이에 진행되었다.  
김진한(문): 안녕하십니까? 한국재난구호의 이사님이신데 서울패션직업전문학교의 학장님이시군요. 재난구호 기관에서 봉사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지요? 실존적인 이유를 말씀하셔도 좋겠습니다. 
박정원(박): 특별한 동기는 없구요. 이사장님을 우연한 기회에 뵙게 되었는데 그분께서 함께 일하자고 권하셨습니다. 저도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사장님의 활동사항들에 대한 자료를 검토해보니까 그분께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구호도 중요하지만 외국의 재난 상황에 대해서도 원조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했구요. 이 단체가  외교통상부 산하의 정식 NGO 단체라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신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문: 패션학교 학장께서 재난구호단체에서 봉사하는 것은 그 단체와 활동상의 접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재난구호 이사 박정원 학장(서울패션직업전문학교)을 마포구 소재 그의 학장실에서 만났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네, 접점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2000년에 개교했는데, 패션, 패션디자인, 패션비즈니스, 마케팅 등 패션 단일 전공학교입니다. 저희 학교의 학생들이나 교수들은 봉사활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봉재기술은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하는 도상에서 산업의 기반역할을 했듯이 가난한 나라에 전수해서 그 나라가 자립하게 될 바탕을 만들어주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때문에 저희 학교에서는 패션과 관련된 봉사활동에 대해서 지원을 하는 한편으로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교수들을 상대로 회의를 열어서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재난 현장에서 직접 구호활동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지만, 이재민들의 자립을 돕는 것도 구호활동의 중요한 축을 구성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이사님께서는 재난구호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활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 최근에 네팔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세계적으로 구호팀들이 활약하게 되고 그들의 활약상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합니다. 대개의 구호단체들이 기술적인 측면이나 제도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구호활동에 있어서는 그런 측면보다 재난을 대하는 태도 혹은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정서적이거나 도덕적인 반응보다 효율적인 대처가 우선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생명이 걸린 사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동대처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네팔 지진이나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 등을 볼 때,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가 그러한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네팔 같은 빈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대처능력이 현격히 부족한 것이 드러납니다. 네팔 국민들이 시위를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재난 자체에다 후속조처 미흡이라는 두 가지 부담을 겪어야 하거든요. 미국 같으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의 지휘아래 재난선포로부터 복구까지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차이를 볼 때, 재난 구호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국제적인 재난구호단체들이 재난구호의 매뉴얼을 설정해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 재난이 발생했을 때 허둥대면서 후속조처를 적절하게 못하는 일로 인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거든요? 생필품이 답지하는데 전달이 안 된다든가 이재민들이 굶고 있다든가 등의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재난 당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유엔 등의 국제기구가 통제권을 갖고 매뉴얼에 따라 재난구호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 네팔 지진은 천재이기는 하지만 인재라는 시각이 더 일반적입니다. 폐허가 된 건물들을 살펴보니 콘크리트 구조물에 철근이 들어있지 않다든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든지, 지진 예고가 있었음에도 예방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든지 등의 사례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재난구호가 구호물품의 전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난방지의 차원에서 매뉴얼을 설정한다든지의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사안이 있으신지요?  
▲박정원 학장은 향후 재난구호의 초점이 "단순한 적선"으로부터 "자립기반 조성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탤런트 김혜자 씨도 TV에서 홍보하듯이 물품을 보급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입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사회적 인프라 건설에 원조를 더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건물을 재건하고 학교를 지어주며 기술도 전수해주는 일이 사실상 더 실질적인 원조가 됩니다. 저희 학교도 패션스쿨이어서 재난국에 봉재기술 등을 가르쳐줄 수 있거든요. 이처럼 자립해서 살아갈 방도를 제공하는 것이 재난구호의 미래지향적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문: 단순한 적선이 아니라 재능기부의 차원에서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재난구호의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학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나라 경제개발 도상에서 봉재기술이 산업의 기반을 구성했듯이 재난국에 기술을 전수하는 일은 매우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외국에 봉재기술을 체계적으로 보급할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박: 재난구호 이사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캄보디아에 대한 구호활동에서 시도했는데, 분야별로 기술학교를 설립하자는 제안과 관련하여 국가가 토지를 기증해야 하는 문제가 걸림돌이 된 사례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나 베트남에는 이미 우리나라의 봉재공장들이 많이 진출해있는데, 현재는 임금인상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노사문제가 개입되면 일이 복잡해지게 되죠. 하지만, 기술전수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자립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이지요. 
문: 이사님께서는 재난구호의 미래지향적 방안을 주로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봉사를 제공할 때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저는 가끔 TV를 통해서 봉사활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접하고서 감동을 받는 적이 많습니다. 특히, 좋은 일을 하시는 군요라고 칭찬을 건넸을 때, 그들은 제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라고 답을 하는 경우에 그러합니다. 저는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압니다. 생색을 내기 위해서 봉사를 시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봉사를 하면서 봉사를 받는 사람들이 너무 감사해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교화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지요. 
문: 맞습니다. 이웃을 돕는 일은 이웃에 대한 시선을 교정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처음에는 시혜자와 수혜자의 관계로 설정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도 나와 동등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이웃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인 것입니다. 이웃을 돕는 것은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아가는 사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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