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진보-보수 기독교, 타종교 관계 놓고 대화

종교 간 대화, 구원의 유일성 훼손 여부에 관심 모아져

▲18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709호 예배실에서 종교 간 대화란 주제를 놓고, 진보-보수 기독교 양 진영의 신학자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리타스

교리적 신념 차이 등으로 가깝고도 먼 진보-보수 기독교 양 진영의 신학자들이 한 자리에 마주 앉아 종교 간 대화를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1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709호 예배실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주최로 보수 기독교와 진보 기독교 간 종교간대화 심포지움이 열렸다.

‘대화, 선입견을 넘어 이웃이 되다’란 주제 아래 진행된 이날 심포지움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강연 말미에 종교 간 대화에 선행하여 보수-진보 기독교 간 대화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종교 간 대화를 둘러싸고 두 진영 간 오해의 골이 깊어져 가는 것을 우려한 것. 
 
김 교수는 먼저 보수 기독교가 종교 간 대화를 꺼리는 주요 이유로 △기독교의 절대성 고수 △종교관과 구원관에 있어서의 배타주의 △다원주의(pluralism)에 대한 오해와 인식의 결여 등을 꼽았다. 덧붙여, 보수 기독교를 싸잡아 ‘근본주의’라고 비판하는데 익숙한 진보 기독교의 태도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진보 기독교가 보수 기독교를 대하는 자세가)마치 보수 기독교가 타종교를 대하는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이러한 모습은 매우 경박할 뿐 아니라 상대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국제신대 김동춘 교수 ⓒ베리타스 DB
김 교수는 또 "진보 기독교는 그들이 보기에 타종교에 대한 관용과 개방적 신앙태도에 대한 자부심과 지성적 우월감을 유지하면서 보수 기독교를 향해 더 계몽되어야 할 꽉 막힌 꼴통보수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보수 기독교가 보기에 진보 기독교는 ‘담을 허는 여우’처럼 기독교의 근본진리를 허물고 복음을 떠나려 하는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싫건 좋건 종교다원사회 한복판에 살고 있는 보수 기독교를 향해 "기독교의 절대성과 교리적 배타성, 그리고 기독교 구원의 유일성은 붙들면서도 타종교와의 대화와 관계형성은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독교 구원의 유일성을 붙들면서도 타종교에 대한 포용성을 갖추자는 얘기였다.
 
나아가 김 교수는 "보수 기독교 역시 타종교의 종교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독교 진리가 절대적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믿어야 할 진리인 만큼 타종교도 일반적인 의미의 진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타종교를 참-거짓의 도식에서 적그리스도나 멸망의 종교로 보는 기존의 시선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리스도의 절대성에 근거한)구원은 자연종교에서는 성취될 수 없는 특별은총의 결과이기 때문에 타종교에 구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확인했다. 다만 "우리는 타종교 안에서도 하나님의 은총과 성령의 역사를 감사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신대 이정배 교수 ⓒ베리타스 DB
이에 진보 기독교의 입장에서 논평에 나선 이정배 교수(감신대, KCRP 종교 간 대화 위원장)는 "삶이 있고, 교리가 있는 것"이라며 전제(명제)적 진리에 집착하는 보수 기독교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의 절대성을 주장하는)보수신학의 명제적 진리가 성서적이기보다 오히려 근대 서구의 동일성 철학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구적 기준이라는 프루테스크 침대에 모든 것을 맞춰 동일시하려는 식민지적 잔재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더하여 "우리의 삶을 위해 교리가 있는 것이지, 교리에 끼워 맞추려고 우리의 삶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오늘 기독교가 자신의 명제적 진리만을 고집한다면 사춘기 이전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세상에 비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자기 종교를 의당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믿음의 눈만이 아니라 의심의 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발제자가 우려한 종교혼합주의에 대해 "이미 성서신학자 R. 불트만이 밝혔듯 원시기독교는 본래 종교혼합주의적 현상이었다"며 "그는 구약성서, 유대교, 스토아철학, 영지주의, 그리고 밀의 종교들이 바로 신약성서 속에 산재되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독교 정체성은 상실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혼합적 개방 과정 속에서 더욱 분명해졌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은 종교혼합주의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기독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만인·만유구원론 보다는 천국, 지옥 복음 선포해야"

칼뱅의 이중예정론의 결과인 이중심판론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되는 몰트만의 만유구원론은 성서 신학적으로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