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성 칼럼] 살(殺)처분된 동물들의 피가 하늘을 향해 울고 있다

지난 27일 기장총회회관에서 2011 사회선교정책협의회가 열렸습니다. 개회예배를 드리는 순서 가운데 “구제역으로 인해 죽임당한 생명과 피해가정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기도에 앞서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소와 돼지를 살(殺)처분하는 끔찍한 광경을 담은 영상이 화면에 비쳐졌습니다. 살(殺)처분은 해당동물을 안락사 시킨 다음에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비와 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산채로 생매장하고 있습니다. 땅에 구덩이를 깊이 파고 그 속에 소와 돼지를 몰아넣은 후 포클레인으로 흙을 덮어 산 채로 생매장을 하는 끔찍한 영상이 비춰지는 동안 깊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생매장을 앞에 둔 어미소가 자신과 함께 곧 구덩이에 던져질 새끼소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장면이 화면에 비춰졌습니다. 아! 하는 짧은 탄식이 신음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과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총회총무 배태진 목사님은 인사말을 하는 가운데 어미소와 새끼소가 함께 산 채로 매장되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비통함과 깊은 아픔을 느낀다며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앞으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 속에서 함께 생매장될 새끼소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소의 슬픔과 아픔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작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파동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8일자로 구제역으로 살(殺)처분된 동물의 수가 이미 200만 마리를 돌파했습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을 이렇게 생매장 살(殺)처분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는 없는 걸까요? 물론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통해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워낙 변종이 많아서 백신의 개발과 접종에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더구나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면역기간이 단지 몇 개월에서 수년 내에 그칩니다. 이는 계속해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나 돼지, 사슴 등에 대해 매년 예방접종을 할 경우 그 비용이 구제역발생으로 살(殺)처분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즉 예방접종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비용보다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살(殺)처분하는 비용이 싸게 먹힌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백신을 예방접종할 경우 세계 축산물 육류시장에서 청정국 지위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는 축산물수출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뜻이고 이는 곧 경제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축산물수출국들이 평소 예방접종을 하지 않다가 구제역발생시 발병위험지역의 동물들을 대량 살(殺)처분하는 것으로 대처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경제적 요인 때문입니다. 구제역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 아니므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병입니다. 폐사율(斃死率) 또한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에 걸릴 위험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의 동물을 참혹하게 생매장 살(殺)처분하는 것은 분명 냉혹한 인간중심주의, 경제제일주의의 논리가 빚어낸 참극입니다.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는 “동물사육과 살육에 관한 신학적 성찰(기독교사상, 2011년 2월호)”에서 최근의 구제역사태는 ‘최소한의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최대한의 살코기를 얻어내려는 공장식 축산업이 가져온 필연적인 불행한 귀결’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가진 동물을 그저 인간에게 고기와 가죽을 제공하는 ‘고기제조기’ 정도로 인식하는 우리 인간들의 비뚤어진 사고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 싼 값에 고기를 먹으려는 과도한 육식문화와 식탐이 존재하는 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고기를 제공하려는 시장의 원리 아래 반생명적인 사육과 살육의 고리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수백만의 동물들이 산채로 생매장 살(殺)처분되는 지금의 끔찍한 현실 앞에서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생명’의 주인이라고 고백할 때 그 ‘생명’은 오로지 인간의 생명만을 의미할까요? 동물의 생명은 인간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그 생사여부를 결정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창세기 7장~9장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이야기는 하나님의 구원사 속에 분명 동물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시기에 앞서 하나님은 노아와 함께 들짐승과 가축과 땅에 기는 것, 새 등 ‘무릇 생명의 기운이 있는 육체’가 둘씩 노아와 함께 방주에 들어가도록 하셨습니다(창7:14~15) 분명 동물은 노아의 가족과 함께 심판에서 구원받은 ‘생명의 기운이 있는 육체’였습니다.

또한 홍수 심판 후에 새로운 언약을 맺을 때도 그 언약의 대상자로 노아와 그와 함께하는 모든 생물들을 꼽고 있습니다.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너희와 함께 한 모든 생물 곧 너희와 함께 한 새와 가축과 땅의 모든 생물에게 세우리니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 곧 땅의 모든 짐승에게니라.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창9:9~11)” 이처럼 성서는 동물의 생명 또한 심판과 죽음으로부터 구원하는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서는 땅이 동물을 내었고(창1:24) 사람은 땅의 흙으로 지어졌다고 말합니다(창2:7) 땅은 동물과 사람에게 똑같은 생명의 근원이자 삶의 터전입니다. 지금 그 땅이 생매장된 동물들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그 피가 하늘을 향해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인간중심적인 이기(利己)를 극복하고 탐욕을 버려야 합니다. 그 길만이 이익을 위해 생명을 죽이는 반생명의 역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글: 김성 목사(강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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