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평] 정권 안보무능, 긴장을 위기로 키워

“화평케 하는 자, 복 있다”하는 가르침 되새겨야

한반도가 군사적 긴장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20일(목) 경기도 연천군에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한 발을 발사했고, 이에 우리 군은 155mm 자주포탄 수십 발로 대응사격을 가했다. 남북이 휴전선에서 포격전을 벌인 건 1973년 이후 42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휴전선 일대에서의 긴장으로 인해 전면전으로 치닫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형국이다. 다행히 22일(토) 오후 고위급 접촉을 시작하면서 파국은 면했지만 남북은 다분히 호전적인 수사로 거친 설전을 벌였다.  

우리 언론은 이에 대해 ‘남북 긴장 최고조,’ ‘준전시상태,’ ‘추가도발 시 단호대응’ 등 다분히 선동적인 헤드라인으로 긴장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 긴장을 바라보는 외신의 시선은 냉정하다. 미국 CNN은 2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인용해 “북한 김정은이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게 ‘완전무장’을 명령했다”면서도 “이런 성명은 북한이 전형적으로 구사해온 호전적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이 지역에 위기가 고조됐을 때, 북한은 한국과 ‘전시상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CNN 보도는 남북한간 긴장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사실 남북한간 대치국면은 남북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경제 살리기’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정부에게 현재와 같은 긴장상황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 등 외부 요인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코스피 지수가 2년 내 최저치인 1,876.07포인트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반도에 심각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은 휴전선 인근에 군사력을 배치해 놓았기에, 남북이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미군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 역시 인접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오는 9월3일(목) 전승절 기념식을 앞두고 있기에 한반도 정세 불안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위기의 근본원인은 정권의 안보무능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 정권의 무능이다. 지난 4일(화)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이 불거지자 이 정권은 ‘원점 타격,’ ‘혹독한 대가’ 운운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군 당국은 특히 확성기를 통해 대북 심리전에 나서며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이 연천 쪽에 포탄을 발사하고 22일(토)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철거할 것을 요구하자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뢰 도발에 따른 우리의 응당한 조치”이며 “만약 이를 구실로 추가도발을 해온다면, 우리군은 이미 경고한대로 가차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 지점에서 북한의 로켓포 발사가 이뤄진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미 간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와중에 북한은 로켓포를 발사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 합동훈련 동안 호전적인 수사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더구나 지금 상황은 목함지뢰 폭발과 뒤이은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이 벌어지는 와중이기에 북한의 로켓포 발사는 대응 수위를 한 층 높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CNN이 북한의 호전적인 수사에 대해 ‘전형적’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은 다른 한편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실 이런 제스처 역시 북한이 늘상 구사해온 화전양면 전술의 연장선상이다. [또 사실 화전양면 전술은 고전적인 외교술의 일환이기도 하다.] 북한은 과거에도 위기 상황을 조성한 다음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요리조리 피해온 전력이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움직임은 그동안 북한이 취해왔던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다시피 한 점을 감안해 본다면, 북한이 이번 위기를 통해 남한과 관계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고 시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단,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이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장성택,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측근들을 줄줄이 숙청했다. 이어 2012년 로켓을 발사하더니 다음 해인 2013년엔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긴장의 수위를 한껏 끌어 올렸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23일(일) 서울발 보도를 통해 “김정은식 공포정치는 북한군 장성들로 하여금 군사도발 의지를 강화시켰다. 군 장성들 사이에 무력도발로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변화된 움직임이라든지 최근 군사도발을 통해 북한이 던지는 메시지의 속내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예전과는 달라진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매뉴얼조차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는 김양건 비서의 전통문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뢰 도발에 의한 상황 악화라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22일(토) 시작된 남북 고위급 협상이 24일(월) 오전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현 정권 담당자들의 대북 인식의 한계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현 정권의 주요 담당자들은 대부분 공안몰이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왔다. 이들이 가진 대북인식이란 적대감이 전부다. 이런 사람들에게 북한의 잇단 도발은 공안몰이에 더할 나위없는 소재일 뿐,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계기로 활용하려는 사고는 기대난망이다. 오히려 북한을 향한 적대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높다. 
뉴욕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아틀랜틱 카운실의 아시아 전문가 제이미 메츨(Jamie Metzl)은 “북한은 곧바로 근본적인 약점을 드러낼 갈등보다 갈등의 현장(conflict theater)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한미 연합군을 상대로 한 승산 없는 전면전보다 위기상황을 조성해 놓고 이득을 취할 것이라는 의미다.  
남북간 긴장상황이 지속되면 당장 군 복무 중인 우리의 젊은이들이 그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아닌게 아니라 현역 군인은 물론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까지 현 상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정권 담당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힘과 배경을 이용해 병역을 면탈한 사람들이기에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심정을 알 턱이 없을 것이다.
한반도 긴장상황은 현 정권의 무능으로 인해 더더욱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 나라의 앞날과 한반도 전체의 명운에 대해 이토록 걱정해본 적인 일찍이 없었다.
과연 이 위기의 순간에 좋든 싫든 이 땅에서의 삶을 살아내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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