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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독처수, 독처가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신약학) ⓒ베리타스 DB
어제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논두렁에 혼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봤다. 평소 자주 눈길이 가던 나무였다. 나무라면 산이나 언덕, 열린 들판에 옹기종기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숲을 이루면서 사는 게 좋을 텐데 이 나무는 무슨 사연으로 이런 옹색한 논두렁에서 홀로 자라 독처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몇 년 전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시내광야에서도 풀 한 포기 보기 힘든 메마른 벌판 한 가운데 조각목 (싯딤나무) 한 그루가 의연하게 버티고 서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고독하게 독처수로 살아가는 이 나무를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막의 재료로 삼아 고독이 거룩함의 회로로 수렴되는 묘연한 이치를 암시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인간도 독처가가 있다. 살다 보니 어쩌다 홀로 거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능력껏 효율성을 살려 제 한 몸 잘 건사하고 주변의 이웃들에게도 이모저모 마음의 한 자락을 내서 보탬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로 모여 살면 그런 역량이 눌리거나 반감되지만 저 논두렁이나 광야의 독처수처럼 이런저런 독처가들은 저 혼자서 열심히 삶의 지도를 그리고 기존 규범에 매이지 않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탈주하여 인류의 문명이 겪어보지 못한 희한한 세계를 펼쳐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괴짜 독처가들을 관대하게 포용하는 사회, 포용하지 못하더라도 그들 식으로 살도록 조용히 묵인하는 공동체가 성숙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랑 조금만 달라도 허풍스럽게 설레발치고 다수의 인습과 규범에 한 번 까칠하게 어긋나기만 하면 매도와 심판의 언어로 난도질하는 데 익숙한 사회, 그런 공동체는 외부의 도전에 앞서 늘 내부에서 먼저 붕괴한다.
내가 공동체에 대한 책을 내고 더불어 삶의 대안적 방식에 골몰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광활한 포즈로 인간과 사회를 관대하게 대하며 독처수와 독처가를 어여삐 편애하는 이유는 인생의 감추어진 비의에 대하여 여전히 희미하고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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