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본훼퍼와 헤른후트 로중③

홍주민(한국디아코니아 상임이사)

영적인 기본양식으로서의 로중 
▲저항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훼퍼. ⓒ사진제공=홍주민 박사

교수형 당하기 전, 감옥생활 2년 여 동안 본훼퍼에게 있어 파울 게르하르트의 찬양과 시편 외에 로중은 본훼퍼에게 있어 영의 양식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그에게 위로를 주었고 감옥생활을 견디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히틀러 암살이 좌절된 것에 절망하지 않고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떨쳐내게 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로중은 당면한 상황과 직접 연관하여 말씀으로 전해졌다. 1944년 7월 20일, 슈타우펜베르크에서 히틀러 암살시도가 있던 날, 로중과 가르침의 말씀은 시편 20장 7절 “어떤 이는 전차를 자랑하고, 어떤 이는 기마를 자랑하지만, 우리는 주 우리 하나님의 이름만을 자랑합니다”와 로마서 8장 31절 “하나님이 우리 편이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이었다. 하루 후 1944년 7월 21일은 시편 23장 1절 “주님은 나의 목자이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도다”와 요한복음 10장 14절 “나는 선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였다. 
암살시도가 좌절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본훼퍼는 1944년 7월 21일, 에버하르트 베트게에게 다음의 편지를 쓴다. “짧은 인사의 말을 전한다. 너와 신학적인 대화가 멈춰진다 해도, 삶의 징후를 넘어 나는 늘 너와 함께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신학적 사고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삶과 신앙 사건들이 닥치기도 한다. 그런 경우 로중은 어제도 오늘도 내가 기쁨 가운데 살아가도록 기쁨으로 나를 몰고 간다. 그리고 파울 게르하르트의 아름다운 찬양으로 이끈다. 그러한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기쁨이다.” 이 사실은 로중과 가르침의 본문이 본훼퍼에게 있어 투옥 기간 동안 신앙과 삶에 아주 커다란 힘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본훼퍼는 신학의 도움으로 그의 운명을 극복했다. 그것은 슈타우펜베르크에서의 히틀러 암살 좌절 이후 한 달이 지난 1944년 8월 21일, 로중과 가르침의 본문을 명상한 것에서 증빙이 된다. 그 날의 가르침의 본문은 고린도후서 1장 20절이었다. “하나님의 모든 약속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됩니다.” 본훼퍼는 베트게에게 편지를 쓴다. “다시금 나는 로중을 잡고 명상을 하였다. 모든 것이 ‘그 분 안에서’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바르게 소망할 수 있다. 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이 약속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예수의 삶과 말, 행동과 고난 그리고 죽음에 대해 오래도록 조용히 몰두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항상 하나님의 현존 가까이에서 살 수 있고 이러한 삶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준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불가능한 것이 없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이 세상의 권력이 우리를 함부로 못한다. 위험과 곤경이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밀어낼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고난 속에 우리의 기쁨이 있고 죽음 가운데 우리의 생명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공동체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하여 하나님은 예수 안에서 ‘예’와 ‘아멘’이라고 말씀하셨다.”
마지막으로, 감옥 안에서 로중이 본훼퍼의 영성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었는지는 다음의 관찰에서 드러난다. 그는 마지막 기도시간인 1945년 4월 8일, 그의 감옥 동료들과 함께 주일 설교본문이 아니라 로중과 가르침의 본문으로 묵상했다. 이사야서 53장 5절 “그가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가 치료받았다.” 베드로전서 1장 3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아버지께 찬양을 드립시다. 하나님께서는 그 크신 자비로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로 하여금 산 소망을 갖게 해주셨습니다.” 이 두 개의 성서말씀은 그리스도교의 영원의 희망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베트게는 여기에 덧붙인다. “그는 감옥생활의 마지막 결론을 이러한 성숙한 언어로 말했다.” 교수형으로 처형당할 프로센뷔르크로 이송되면서 본훼퍼는 영국인 동료 S. 페이네 베스트에게 유언을 남겼다. 페이네 베스트는 편지로 본훼퍼의 소식을 벨 주교에게 전달했다. “제 소식을 치체스터 주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면 그분께 다음의 말을 전해주십시오. 이제 나에게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나는 우주적인 그리스도교적 형제애에 기초하여 국가 간의 증오를 극복하고 궁극에는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본훼퍼는 민족 간의 불화와 미움을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인 승리에 대한 신뢰 가운데 숨을 거둔다.   
본훼퍼의 로중 사용에 대한 신학적 결론 
1. 먼저, 놀랍게도 본훼퍼는 그의 책에서 로중을 모호하게 표현했다. 그는 『공동의 삶』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우리는 성서낭독이 중요하며 오늘을 위한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때문에 성서낭독이 몇몇 구절만 선택해서 많은 이들에게 하루를 이끄는 말씀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형제단의 로중이 실제적인 축복의 말씀으로 될 때까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교회투쟁 기간에도 크고 감사한 놀라움을 로중을 통해서 경험했다.” 본훼퍼는 여기에서 로중이 성서의 사용에 대한 하나의 형태로서 그의 시대에 분명하게 역할을 한 것을 소개한다. 그것은 단지 몇 개의 선택된 구절 안에서만 하루의 하나님 말씀을 듣고자 했었던 형태이다. 본훼퍼는 이러한 인용을 하면서 그러한 성서사용이 성서의 전체적인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하나님 말씀은 단순히 개별 그리스도인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단지 개인적인 신앙심 고양 차원에 불과한 것이다! 성서는 교회와 세계를 위한 하나님 말씀인 것이다. 본훼퍼는 더 나아간다. “하지만 짧은 로중 말씀이 성서독경의 지위에 가까이 갈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루의 로중은 종말의 시간까지 관통하여 남는 성서말씀은 아니다. 성서는 로중 이상이다. 성서는 ‘하루의 빵’ 이상인 것이다. 성서는 모든 시간과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성서는 개별적 경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관철되고자 하는 종류인 것이다. 이와 함께 본훼퍼는 로중의 창안자인 니콜라우스 루드비히 폰 친첸도르프의 의도에 동의하여 로중을 이해한다. “‘성서의 빛’으로서 로중은 사람들에게 성서를 전체적인 연관성 속으로 찾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로중은 독자로 하여금 지속적인 독경으로 이끈다. 
2. 로중을 읽는 것은 영성을 열어주는 장이다. 지성적인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도 그러한 근본적인 신앙의 과정으로서 포기할 수 없다. 이 사실은 감옥에서 보여주었던 본훼퍼의 예에서 나타난다. ‘성서의 빛’으로서 로중은 누구에게나 신학적인 전제교육이 없이도 읽을 수 있고 이해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로중이 선택되어지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기본적인 기준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3. 국가사회주의로 인해 그리스도교 신앙이 위협을 당하던 시대에 고백교회 구성원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한 교회의 중요성을 새로이 발견했다. 그것은 심리학적으로 추론된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오면 한꺼번에 여러 사안이 몰려오게 되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동류의식의 근거들이 검증된다. 로중이 이러한 순간에 본훼퍼와 다른 고백교회 구성원들에게서 발견된 것은 그들의 공동체에 대한 잠재력과 연관된 것이다. 이미 매일 아침 작은 로중을 펴서 선택된 말씀을 읽는 외형적인 관습은 하나의 동질감을 가져온다. 게다가 위협과 박해의 시기에 동일한 말씀을 통하여 개인이나 전체 교회가 용기를 받고 경종을 울리는 경험을 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4. 제 3제국 시대에 로중이 고백교회 안에서 계속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사실은, 매일의 로중이 오직 구약성서를 통해 선택되어졌다는 사실과 연계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로중은 그리스도교적인 하나님의 음성이 전체 성서로부터 들려져야 한다는 것을 견지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구약성서를 포기할 수 없다! 로중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유대교와 관련 없이 그리스도교 신앙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백교회는 이러한 입장에서 주석적으로 아주 중요한 논쟁을 독일-그리스도교 신학과 진행하였다. 본훼퍼 자신이 옥중에서 구약성서를 점점 더 가까이 함으로써 영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혹시 이것은 구약성서가 신약성서보다 더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의 행동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하나님은 말하고 축복하고 구원하면서 역사 속으로 개입하신다.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은 막연한 섭리로 축소되어질 수 없다. 하나님은 그의 말씀과 축복, 심판 그리고 구원에 관해 설명함을 통해서만 증언되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하여 로중은 독자에게 용기를 주고자 한다. 
5. 본훼퍼는 로중 속에서 사랑하고 위로하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다. 그는 로중으로 인해 회개와 돌이킴, 그리고 실존을 완전히 흔들어버리고 경고하시는 하나님 말씀을 듣는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심판과 은혜의 긴장이 넘치는 장에서 만나신다. 나는 이러한 하나님의 일면이 오늘날 많은 개신교 교회의 설교단에서 사라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랑하는 하나님만 남겨져 있고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들에게 순종과 섬김을 실천할 장으로 부르는 하나님은 거의 없다. 본훼퍼의 로중 사용은 모든 이가 심판하고 용서하는 하나님께 마주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6. 로중의 모든 독자는 자신이 로중에 대한 자전을 서술한다. 본훼퍼도 로중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술하였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러한 것은 본훼퍼에게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먼저, 그는 전체 성서의 지속적인 독경으로 로중 사용을 게을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 다음 그는 로중의 공동체 형성의 성격을 발견했다. 그가 전쟁초기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독일로 귀국을 하는 문제에 있어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것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옥중에서 로중은 그에게 파울 게르하르트의 찬양과 시편 외에 가장 중요한 영적 기본양식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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