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우리가 DMZ를 걷는 이유

1. 타카가토 스즈요(일본, 오키나와 전 시의회 의원, 여성활동가) 

오키나와에서 돌아가신 한국 위안부 할머니의 소원인 “통일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를 가슴에 품고 걷습니다. 사실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은 오키나와 섬들을 포함해 전역에 약 1년 동안 총 145개의 일본군 위안소를 설치하였습니다. 위안소에는 한반도 여성, 대만 여성이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고 또한 오키나와의 유곽 여성들도 강제적으로 위안부가 되었습니다. 한반도 여성들 중에는 오키나와로 이송하는 군의 수송선박이 미군의 폭격을 받아 적어도 6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하지만 여성 이송과 관련한 명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키나와에 연행된 여성이 실제 몇 명이었는지, 몇 명이 오키나와 전쟁에서 사망하고 몇 명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는지 실태는 아직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오키나와로 연행된 위안부 중 한 분인 배봉기 씨는 전후 기간에 오키나와에서 살다가 1991년 10월에 77세의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녀는 고향 생각을 하면서 통일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녀의 그 절실한 소원을 안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협정 체결만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킵니다. 정전 상태인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조약이 체결된다면, 그것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지고 ‘군비확충 경쟁’에서 ‘평화 외교’로 가시적인 변화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후 70년이 되는 올해, 안전한 평화로운 세계 실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국제여성평화걷기는 그것을 실현하는 담당자가 되겠다는 결의의 뜻입니다. 
2. 패트리샤 게레로(인권변호사, 리가드레스 Desplazadas 콜롬비아 설립자 겸 이사)
한국 전쟁 참전용사의 충격적인 전쟁 경험을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저희 집 거실이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콜롬비아 대게릴라전 사단에 있던 퇴역 장교였고, 유엔군의 일부였던 콜롬비아 보병대대 1사단에 배속되어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가끔 집에서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저는 당시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는 새내기 여학생이었는데, 닫힌 문 뒤로 들려오는 폭격과 매복, 습격에 대한 말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절대로 잊지 못한 이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 앞에 서서 하게 될 것이라는 건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위안부 여성과의 만남이 저를 바꾸었습니다. 침묵을 깨는 용기를 그녀들로부터 배웠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젠더 정의 간부회의(약자로 ICC여성)의 일원으로서 저는 제 나라에서 60년이 넘는 동안 처참하게 벌어지고 있는 무력 갈등의 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2000년, ICC여성의 일원으로 일본 종군위안부 여성의 국제전쟁범죄재판에 참여 차 일본을 방문하였고, 그리고 그 때 그 경험이 저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정의와 진실, 국가에 의한 배상을 위해 싸우는 이 나이 든 여성들의 기억을 듣고, 한복 차림의 그녀들이 법정 심리에서 울고 소리치며 기절하는 모습을 본 그 경험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녀들로부터 배운 중요한 교훈은 침묵을 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강간당하고 성적 노예가 된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들은 평생 혼자서 수치심에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 리자 L. 마자(필리핀 가브리엘라여성연맹 명예의장) 
정의가 없이는 여성을 위한 평화는 없습니다. 여성에게 평화는 정의입니다. 필리핀 여성 민중은 지방 거주민, 토착민, 노동자, 젊은이, 학생, 주부, 전문인, 종교와 그 외 분야를 망라하여 조직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가난, 굶주림, 뒤처짐, 차별대우, 폭력 등이 군사화와 전쟁으로 수행되고 부추겨지는 제국주의적 세계화 정책에 의해 악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군비확장과 전쟁 정책은 엄청난 필요 자금과 자원을 다른 용도로 전환시킵니다. 그 자금은 천만 명의 무직자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에 사용될 수 있고, 2천2백만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줄 수 있습니다. 이 돈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건물과 어린이집, 여성을 위한 위기관리센터, 벽지에 병원과 보건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상 교육, 보건 및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우리의 농업과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 정의에 기반하고, 여성들이 참여하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평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 평화는 군국주의자들이나 전쟁광들이 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 약한 자들을 침묵시키는 그런 평화가 아닙니다. 
필리핀 여성과 한국 여성이 공유하는 집단적 기억으로, 결속하고 함께 하기를 희망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필리핀 여성들과 한국 여성들이 결속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우리들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한국전쟁 때 한국을 위해 싸웠습니다. 우리들의 할머니와 어머니들 또한 전쟁의 희생자들이며 생존자들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 당시 한국 위안부들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전쟁의 기억과 함께 여성들의 속박과 착취당하는 상황을 서로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각자의 조국과 아시아 지역, 그리고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계속 정진해온 만큼 이러한 모든 악조건과 투쟁하는 우리의 집단적 기억을 확인합니다. 
4. 메어리드 맥과이어(북아일랜드, WCD 공동명예위원장, 노벨평화상 수상자)
북아일랜드 갈등 상황에서 폭력의 고리를 끊고 대화의 창구를 연 것은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에게 평화는 인권입니다. 1976년 8월,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제 동생 앤의 세 자녀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사건은 앞서 스러져간 수천 명의 죽음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양심을 건드렸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폭력은 잘못된 것이며 생명은 귀하다는 것. 그리고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또 죽이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폭력은 보복성 폭력을 부채질하고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분노를 깊게 한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무언가 이렇게 악화되는 살인과 파괴의 악순환 구조를 끊어야 했습니다.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주창하고 정치 지도자, 정부, 종교 및 영성 지도자, 준군사조직을 포함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다할 것, 분명하게 모든 폭력을 거부할 것, 북아일랜드 시민들에게 닥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것을 호소한 것은 시민사회, 특히 여성이었습니다.  
분단된 사회가 지니는 공포감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 용서가 평화의 열쇠입니다. 그리고 평화가 이루어진 북아일랜드에서도 평화 만들기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북아일랜드처럼 분단된 사회에선 공포감과 불안감이 심했습니다. 정체성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종종 분리, 고립, 자신감 부족 및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불신하는 정신적 외상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므로 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대화의 길을 여는 용감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노력이 양쪽 모두, 특히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북아일랜드에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여성/남성/젊은이들이 수백 개의 평화단체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북아일랜드의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정서적·종교적·정치적 분단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정의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북아일랜드를 창조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또한 연계 구축, 문화적 교류, 경제적 협조 등을 위해 국경을 넘어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북측의 아일랜드의 여성들은 ‘북아일랜드 분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수감자들과 가족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용서가 평화의 열쇠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용서와 화해에 집중했습니다. 북아일랜드에서 평화협상과정이 진행되었을 때 여성들은 포괄적이고 조건 없는 대화를 할 것, 탈군사화, 수감자의 권리, 평등, 소수자 권리 등 어려운 문제들을 다룰 것을 주장하면서 협상테이블에서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북아일랜드의 폭력적 분쟁이 끝나는 것을 본 것은 축복받은 일입니다. 하지만 분쟁 이후 현재에도 평화 만들기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리마 보위(라이베리아, 노벨평화상 수상자)
실패한 나라를 평화의 나라로, 비난과 회의론에 맞서 평화의 신념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14년의 전쟁 기간 동안 저와 제 자매들은 라이베리아가 실패한 나라로 흘러가는 것을 바꿔서 평화의 나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는 비폭력 평화 활동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 여정은 비난과 회의론으로 가득 찼으나 우리는 굳은 결심을 하면서 그 일을 해 나갔습니다. 우리는 매일 피켓 시위, 연좌 농성, 언론 홍보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찬반의 혼합된 반응을 접하면서도, 우리는 계속 전진해 나아갔습니다. “처음 그들은 당신들을 무시하고, 그 다음에는 비웃고, 그 다음에는 싸우지만, 결국 당신이 이긴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가 세계를 바꿉니다. 우리는 이 여행길에 오르며, 제가 동참하는 이유를 밝히고 싶습니다. 저는 한반도의 갈등과 다른 전 세계의 갈등에 인간성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연대하는 마음에서 걷습니다. 저는 평화와 단결을 위해 걷습니다. 저는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세상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굳게 믿기 때문에 걷습니다. 
6. 조디 에반스 (미국, 코드핑크 공동창립자)
네, 우리는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이번 WCD 대표단에 참여하는 이 훌륭한 여성들이 참여하는 모든 활동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일관적인 주제는 바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평화적인 수단이다’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향한 역사적인 움직임의 일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953년 한국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를 끝내고 사람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평화협정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 현재에도, 세계는 아직도 이 평화협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전쟁을 넘어서는 세계로 향할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에게 진정한 위협이 되고 있는 빈곤과 에볼라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 또는 지구의 미래 생명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상당한 전 지구적 자원을 이용할 때입니다.  
우리 여성들은 이 도전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의욕으로 충만합니다. 
2015 WOMENCROSSDMZ  한국위원회 사무국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64-46 서강빌딩 B1 02호 Tel. 02-3143-1713   Fax. 02-3143-1714 
www.womencrossdmz.or.kr  www.womencrossdmz.org 
facebook.com/womencrossdmz  twitter.com/womencrossdmz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