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가난은 하느님을 알 수 있는 인식론적 계기”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2015종교포럼에서 밝혀

▲5월 16일(토)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2015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가난’, 혹은 ‘가난한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는 아니다. 구교-신교를 아우르는 기독교 전통에서 다루는 중요한 교리들은 천지창조, 삼위일체, 부활 등이다. 이에 대해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자 <가톨릭 프레스> 발행인은 가난이 “교리에서는 홀대 당할지 몰라도 실천에서는 최우선으로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5월16일(토)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2015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이하 포럼)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먼저 기독교가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을 짚어 보자. 김 소장은 “하느님 특징 중 제일은 하느님이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풀이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구약성서의 하느님은 “정치적, 경제적 억압에서 고통 받는 가난한 백성을 해방시키는 분”이며, 신약성서에서는 “하느님은 예수라는 가난한 사람이 됐고, 가난한 사람을 편들어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다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 
이 대목에서 가난,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는 중요하다. ‘가난’의 기독교적 정의는 비단 경제적인 차원에 국한되지 않아서다. 사실, 이 문제는 모호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들을 섬겼지만, 명확한 개념은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서 기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실체는 쉽게 눈에 띤다. 
▲<가톨릭 프레스> 발행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김 소장은 성서에 근거해 ‘가난한 사람들’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먼저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정치적 권리가 없는 사람’들 역시 가난한 사람의 범주에 속한다. ‘돈이 있어도 직업 탓에 인간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도 가난한 사람이다. 매춘부, 로마군에서 일하는 유대인이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종교 규칙을 지키지 못한 탓에 종교에서 무시당하는 사람들’도 가난하다. 이 같은 분류에 따른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현대적 의미는 사회적 약자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기독교인-비기독교인을 막론하고 ‘가난’하면 얼른 경제적 빈곤을 떠올리며, 금전적 시혜를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한 사회복지의 대상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난한 사람은 윤리적 개념에 불과하지 않고, 더 큰 신학적 가치를 지닌다.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을 알 수 있는 인식론적 계기다. 가난한 사람으로 있는 예수를 그리스도교가 발견하지 못한다면, 가난한 사람으로 있는 예수를 알지 못한다면,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을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소장은 가난이 경제적 의미로 축소된 원인을 교회 내부의 어용 신학자들에게서 찾는다. 김 소장에 따르면 이들 어용 신학자들이 개념규정 단계에서부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선택’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난이란 주제를 그리스도교에서 중요하지 않은 주제로 취급”했고, “성서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방해하려” 시도했다. 김 소장은 “신학에 중립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교는 부자를 비판하여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을 편들어 사랑한다. 그리스도교는 악의 세력에 저항하여 사랑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편들어 사랑한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가난은 인류가 최후까지 고민해야 할 문제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현재 교회의 현실은 어떨까? 교회가 다른 어느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섬길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김 소장은 “그리스도교가 말로는 가난한 사람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로 처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톨릭과 개신교의 현재 재산을 자진해서 90%를 줄이고 10%만 남기자”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이를 “그리스도교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진짜 십일조”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끝으로 “부자들을 위한 부자교회는 악마의 유혹에 빠진 교회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정답이다. 진짜 그리스도교와 가짜 그리스도교는 여기서 결정된다”라면서 “가난문제는 그리스도교에서 여러 주제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주제이며 교리면에서 사소한 주제로 외면받기 쉽지만, 실천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결론지었다. 
김 소장의 발제가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불교 측 패널인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는 “거지 노숙을 제도화한 종교가 불교인데, 무소유를 관념적으로 접근했을 뿐 실질적인 생활의 가난 문제에 대해 도외시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불교가 재산이 많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실제 불교 종단의 한 해 예산은 군 단위 지자체 예산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출가 스님 절반 이상이 의식주나 의료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개신교 측 논찬자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김 소장의 발제에 동의한다”면서도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어냈다. 김 실장은 “가난은 불편한 진실로 다가와 있다. 가정폭력이나 혐오범죄는 가난한 계층에서 더 많이 불거진다. 가난한 사람들에는 같이 대하기에 불편한,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분들이 많다. 이분들로 인해 시민단체나 교회공동체가 깨지기도 한다. 반면 부자들은 더 윤리적인 사람들로 변해간다.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는 당위적이지만 마땅한 노하우가 없어 난감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조 대표와 김 실장의 지적에 대해 김근수 소장은 “삼위일체론에 대해 이해하기보다 가난한 사람들과의 일치가 더 어려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도 답을 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는 총칼이 막아서기 마련이다. 가난은 인류가 마지막까지 고뇌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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