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 리뷰] 『2015 말씀 그리고 하루』

홍주민 역, 『2015 말씀 그리고 하루』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2015), 253쪽

▲헤른후트 기도서 『2015 말씀, 그리고 하루』 겉 표지.
이 책은 『헤른후트 로중』(2015 Hernnhut Losungen)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헤른후트(Herrnhut)는 “주님이 보호하시는 곳”을 의미하는데, 모라비안 교도들의 공동체가 생활하던 곳을 지칭한다. 구체적으로는 니콜라우스 루드비히 폰 친첸도르프(1700-17609)가 1415년에 화형당한 얀 후스의 후예들에게 자신의 사유지를 제공하여 정착하도록 한 곳이다. 이들이 그곳을 “헤른후트”라 칭하고 1727년경 200여명의 모라비아 이주자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모라비안 공동체인데 이들에게는 매우 독특한 형식의 말씀묵상집이 전해 내려온다. 그것이 바로 헤른후트 기도서이다.  

이 기도서는 Die Losungen(로중)이라고 일컫는데 그 의미는 군사적인 용어로 “암구호”이다. 적군과의 대치상황에서 암구호는 생명과 같은 것이듯이, 이 기도서에는 매일 매일의 삶속에서 짧은 말씀이지만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말씀으로 영적 투쟁에서 승리할 것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도서의 첫 주창자인 친첸도르프는 헤른후트 공동체원들과 함께 이 기도서를 통해 말씀운동을 시작했다.  
이 로중은 슐라이에르마허, 본훼퍼, 코트비츠, 비헤른 등 수많은 개신교인들에게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디트리히 본훼퍼는 헤른후트 기도서의 애독자였다. 그는 “헤른후트 기도서는 단순한 성경말씀 구절에 그치지 않는다. 매일 주어지는 말씀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갈 길을 결정할 수 있게 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1939년 여름 자신이 미국에 계속 머물 것인지 아니면 독일로 돌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로중에 제시된 “주님은 은을 정련하고 깨끗하게 하신다”라는 말라기서의 말씀을 읽고 독일로 귀국할 것을 결정한다. 그는 “나는 나를 더 이상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님은 나를 잘 알고 있다. 결국 모든 행동과 실천은 분명하게 될 것이다”라고 일기문에 썼다. 이후 본훼퍼는 귀국 후 나치에 대한 저항운동에 가담했다가 1943년 4월 5일 체포되어 1944년 전쟁이 끝나기 바로 직전에 교수형으로 처형당했다. 
이 책의 역자는 “본훼퍼에게 헤른후트 기도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필자도 그동안 이 작은 기도서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 기도서의 매일의 말씀이 짧은 말씀이지만 하루의 영의 양식으로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어 그는 헤른후트 기도서가 지난 285년 전부터 개신교 전통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어 왔으며 현재 55개 국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좀 더 깊이 있는 말씀에 닻을 내리고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