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자수첩] 전병욱 목사 면직까지 갈 길 험난해

아직 안도하기엔 이르다

▲13일 평양노회가 열리고 있는 은석교회 앞에서 삼일교회 성도들과 전병욱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원회(이하 공대위)가 전병욱 목사의 징계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4년이다.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면직 여부를 다룰 재판국이 꾸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전 목사의 범죄 사실은 명백하다. 물론 전 목사 이전에도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왕왕 있었다. 그러나 전 목사 사건은 명백한 범죄다.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간 여성도의 신체 부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대는가 하면, 새벽 예배를 집례 한 이후 여성도를 집무실로 불러 구강성교라는 변태적 행위를 강요했다. 만약 그가 신도수 100명 남짓한 교회를 2만 명 상당의 대형교회로 부흥시킨 ‘스타목사’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사법처리를 당했을 것이다.  

전 목사 면직이 공론화되기까지 자그마치 4년의 시간이 걸린 주된 이유는 먼저 삼일교회가 초동대처를 잘못했고, 이어 치리권을 가진 예장합동 평양노회가 직무유기를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삼일교회가 전 목사 면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삼일교회 담임목사인 송태근 목사가 재판국이 설치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점은 인상적이다. 마침 노회 측 고위 관계자가 삼일교회가 얼마만큼의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전 목사 면직건의 향배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던 터라 송 목사의 결기는 재판국 설치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전 목사 면직이 안건으로 상정되기까지의 과정은 ‘극적’이라는 수식어조차 초라할 정도로 급박했다. 사실 노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전 목사 면직안의 상정 여부는 불투명했다. 공식 회의 자료인 “제175회 정기회 절차 및 청원보고서”에서도 전 목사 면직안은 등재돼 있지 않았다. 노회 수뇌부와 삼일교회 양측이 이 안건에 대해 의지가 남달랐다는 점은 다행스러웠다. 만약 둘 중 어느 쪽이라도 이 안건에 미온적이었다면, 이번 노회에서도 전 목사 면직은 유야무야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었다. 
우선 전 목사 면직안이 공식 등재되지 않았기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안건은 긴급 동의안으로 헌의됐다. 이렇게 되려면 노회원 100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했다. 이 일에 한 목회자가 발 벗고 나섰다. 노회원인 빛과소금교회 신동식 목사는 개회 예배와 성찬 이후 노회원들이 휴식 및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서명지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서명을 받았다. 
삼일교회 성도들, 그리고 <전병욱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소속 활동가 30여 명은 외곽에서 노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노회가 열리는 은석교회 앞에 집결해 노회 참석자들에게 전 목사 면직안 상정을 호소했다. 이어 노회 개회 직전엔 회의장 안으로 진입해 노회장에게 준비한 ‘전병욱 목사 면직 청원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회의가 시작되자 송태근 목사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13일 오전 평양노회가 열리고 있는 은석교회 예배당에 진입한 구교형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이 노회장 강재식 목사에게 전 목사 면직 청원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그러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더구나 노회 분위기를 감안해 본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험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 목사 면직을 다룰 재판국이 전 목사의 범죄를 제대로 조사할지 의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안건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온 인사가 재판국원으로 뽑혔다. 그러나 조직은 한 개인의 의지로 좌우되지 않는다. 또한 왕성교회 길 모 목사 등 노회 유력 인사가 전 목사를 비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긴박했던 전 목사 면직안 상정…숨바꼭질은 여전히 진행형   
의혹의 장본인인 길 모 목사는 기자에게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노회에서는 “하나님의 공의대로 옳고 그름을 판결해야 한다. 이 사안은 한국교회에 널리 알려진 사안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 목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그가 배후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더구나 송 목사가 『숨바꼭질』 추천사를 쓴 것을 두고 “왜 썼느냐, 나 같으면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책망하기까지 했다.   
전 목사 면직을 어렵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근본적으로 목회자들 사이에 팽배한 ‘목회자의 범죄는 하나님이 심판한다’는 인식이다. 신동식 목사가 전 목사 면직안 긴급 동의안 헌의를 위해 서명지를 들고 분주히 움직일 때, 노회원 대부분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전 목사 면직을 호소하는 시위대들을 보는 노회원들의 시선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런 인식은 비단 예장합동 교단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사실상 노회는 목사들끼리의 친목 모임으로 전락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편, 진상규명이 진행되는 동안, 이와는 별개로 삼일교회, 그리고 평양노회가 직무유기를 했던 것에 대한 비판 작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전 목사가 면직이 된다고 해서 삼일교회가 저지른 잘못은 덮어지지 않는다. 만약 삼일교회 수뇌부가 사태 초기에 그의 성범죄를 은폐하지만 않았어도 홍대새교회 개척은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태에 책임 있는 삼일교회의 이 모 장로가 공개석상에서 말끝마다 ‘전병욱이,’ ‘전병욱이’ 하기 전에 자신은 이 범죄행위에서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하나님 앞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목사의 과거 범죄가 노회 차원에서 명확히 규명되고 합당한 징계를 받기까지, 그리고 삼일교회와 평양노회가 그간의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회개하기까지 감시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된다. 숨바꼭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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