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남순 노트] 검찰의 사이버 감찰

강남순·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국민의 ‘비판적 사유하기’의 범죄화
▲강남순 교수 ⓒ베리타스 DB
1.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사이버 여론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말을 하자 마자 검찰은 사이버공간의 감찰을 시작한다고 한다. 웃고 넘기기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지닌 이의 그 강경한 어조가 매우 서늘하고, 곧 이은 검찰의 대응도  여러가지 암담한 생각을 하게 한다. 한 개인이나 국가에서 자유의 정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자유"란 대상화해서 눈에 보이거나 만져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니체는 한 개인이나 국가에서의 "자유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저항의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니체의 말을 적용해 보자면, "자유"라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가치가 한 사회에 얼마만큼 보장되고 있는가를 보려면, 그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저항적 행위를 얼마만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가 아닌가의 정도를 보면 된다. 
2. 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저항의 행위"는 이제 근대에서 처럼 인간의 육체적 결집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저항의 매체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다양한 시민운동들이 전개되고 있고, 공론의 장이 형성되고, 연대적 결집이 가능해졌다. 물론 이러한 사이버공간들의 역기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 후기산업시대에 들어서서 파편화되어가는 개별인들의 삶속에서,  그래도 최소한의 "공적인 공동공간"에서의 상호연결성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 이 사이버 공간이다. 시간과 거리의 개념에 고정되는 "장소(place)"의 의미보다, 시간과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서 소통할 수 있는 이 "사이버 공간(space)"이 새로운 공적세계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옆집에 사는 사람과는 소통을 하지 않아도, 수 만리 떨어져 있는 이들과 시차와 지리적 거리와 경계를 넘어서 소통이 가능하게 만드는 이 "사이버 공간세계"는 그래서 이전의 근대사회에서는 경험되지 않았던 다양한 새로운 의미들을 창출하고 있다. 
3. 이 사이버공간에 대하여 검찰이 "국론분열, 사회분열, 대통령 모독"등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감찰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은 소위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간주되는 사회구성원들인 개별인들의 "자유"에 대한 "금지선언"과 같은 맥락에 서 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사이버 여론에 의하여 국론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사유하기"를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공교육에서 질문하기, 왜 라는 물음을 묻기, 스스로 사유하기를 가르치고 있지 않는 교육을 받아 온 "국민"들이, 이 사이버공간에서 나오는 담론들을 통해서 스스로 사유하기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4. 아렌트는 "위험한 사상은 없다. 사유하는 것,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There are no dangerous thoughts; thinking itself is dangerous)" 라는 말을 한다. 전체주의 사회일 수록 사실상 그 통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위험한 사상"이라고 분류되는 객관적 범주들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사유하기"이다. 이 "사유하기"야 말로 통치자들이 가장 두려워 해야 할 "위험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유하기를 통해서 기존체제에 "왜"라는 물음을 묻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서 이 "왜"라는 물음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저항적 행위"이며 "전복의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사이버공간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사회분열"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길러나가고 훈련하는 것이 이 사이버 공간에서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 스스로 사유하는 것 자체가 "왜"를 묻게 함으로서 전체주의적 정치에 가장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면,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하나의 국론"이 존재하는 곳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회의 민주성을 근원적으로 의심해야 한다. 주류담론에 비판적 문제제기와 저항은 그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필수적인 "영양소"와 같다. 이러한 비판과 저항의 소리를 "분열"과 "모독"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사회적 범죄로 내 몰려는 시도들은 "정치사회적 퇴행"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5. 9월 26일에 방영된 JTBC 뉴스를 보니,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K대 정보보호대학원의 S 교수는 "사이버상에서의 명예훼손은 사회를 피폐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는데, 그런 차원에서 검찰이 그 부분을 수사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하지 않느냐고 답하는 반면, S대 법학부의 H 교수는 "국가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 비판하는 세력들을 억누르려고 한다는 의심을 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견해에 대하여 공적 토론이 가능한 것도 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이다. 전체주의 사회로의 이행은 국가의 다양한 종류의 "감시 (surveillance)" 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미셀 푸코의 "국가권력"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도  이미 다양하게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이제 한국사회는 사이버 감시와 감찰을 통해서 "사회분열"을 막고자 한다지만, 정작 의도하는 것은 전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생각을 나눔으로서, 한국의 공교육제도에서는 가르치지 않고 있는 "스스로 사유하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막겠다는 "장기적 목적"을 본인들도 감지하지 못한 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한 사회에서 "비판적 소리"를 내는 통로들이 모두 통제의 대상들이 될 때, 그 사회는 "사유하기"를 "범죄화"하게 되며 따라서 성숙하기를 멈추는 퇴행사회로 전이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무수한 토크쇼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어도 그 토크쇼의 진행자가 "대통령 모독죄"로 고소되거나 검찰이 감찰한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나라들도 이 땅에 많다는 것을 박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면 좋겠는데, 이러한 나의 바람 자체가 어떤 이들에게는 대통령을 "모독"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 본 글은 강남순 교수가 9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노트에 올린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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