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대선 앞둔 한국교회 정치참여의 올바른 방향 모색

대화문화아카데미, ‘교회와 정치’ 여해포럼 개최

12월 대선을 앞둔 가운데 한국교회와 정치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포럼이 열려 주목을 모은다. ‘2012년 한국정치 그리고 교회’란 주제로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여해포럼이 11일 오후 2시 감리교신학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원규 감신대 교수 ⓒ베리타스

이날 발제자로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와 이원규 교수(감신대)가 나서 각각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교회의 정치참여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 교수는 "종교는 불가피하게 다양한 형태로 정치에 참여하게 되고, 이는 둘 사이 관계에서 협조나 긴장을 일으키거나 정치에 대한 종교적 입장 차이가 종교집단 사이에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사회 내 바람직한 종교의 정치참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우리사회 종교다원주의 사회…불교,기독교 보수적 성향 강해"

이 교수는 우리사회가 정치와 종교가 법적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음을 확인하며, 국가가 특정 종교를 선호하지 않으며 국민이 저마다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종교다원주의 사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종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와 기독교의 정치적 성향을 살폈다. 먼저 불교에 대해 그는 "일반적으로 보면 정치문제에 있어 불교가 기독교보다 더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며 "이것은 이 세상일에 몰두하는 것을 꺼리는 불교적인 달관(達觀)의 종교적 이념과도 관계가 있고, 불교인의 높은 연령층과 낮은 교육 수준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에 대해선 "기독교의 경우에는 상반된 정치적 경향이 처음부터 있어 왔다"면서 "물론 기독교인의 다수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다. 이것은 종교가 태생적으로 정치적 보수성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 안에서는 진보의 흐름이 이어져오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교회를 보수적 전통과 진보적 전통으로 구분하여 정치참여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가 서 있는 전통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흔히 종교의 사회적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사회통합의 기능으로 이것은 종교가 체제의 안정과 질서를 강조함으로 사회의 현상(現狀: status quo)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사제적(priestly) 기능이라고도 불린다. 다른 하나는 사회변동의 기능으로 이것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예언자적(prophetic) 기능이라고도 한다.

"한국교회 보수파, 진보파로 갈려…전자는 사제적 기능, 후자는 예언자적 기능 수행"
"한국교회 보수파, 진보파의 종교 참여 방식 그리고 그 공과는…"

이어 한국교회 보수파가 사제적 기능을 해왔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하게는 과거 군사정권의 정치적 규범과 가치(예를 들면 반공 이데올로기, 안보 이데올로기, 성장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함으로 체제 유지에 도움을 주었다"면서 "체제에 동조함으로 여러 가지 혜택을 그 대가로 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과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체제를 수호하려는 이러한 태도가 사회적 안정과 질서 유지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보편적 가치와 인권이 유린된 관료적 권위주의 정권을 지속시킨 커다란 힘으로 작용해서 정치적 민주화를 지연시킨 과오를 범했다"고 분석했다.

▲10일 오후 서울 냉천동 감신대 백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여해포럼이 열리고 있다. ⓒ베리타스

특히 구국 기도회나 집회 혹은 조찬모임 등에 관해서는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도덕적 정당화를 주도하기도 했지만, 한편 일부는 탈정치화를 통해 암묵적으로 체제 유지에 기여하기도 했다"면서 "즉 신앙 문제를 영적인 문제로,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림으로 이 세상의 문제적인 현실에 대하여 눈감거나 침묵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교회 보수파가 시도하고 있는 종교의 정치화 경향, 특히 기독교 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다종교 사회이며, 또한 하나의 종교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정당을 만드는 것은 종교갈등과 사회갈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국교회 내 또 다른 집단으로, 예언자적 기능을 수행해 온 한국교회 진보파의 정치참여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기독교의 일부 진보 세력은 과거 비민주적인 정치 상황에 대하여 비판하고 도전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의 대표적 활동으로 3선 개헌과 유신헌법 제정에 반대 등을 들었다.

역시 공과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그는 "체제 변혁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들은 처음부터 정권과 긴장관계에 있었고,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정치적 민주화를 이끌어내었다"면서도 두 가지 문제가 역기능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는 그들의 노력으로 민주적인 정권들이 들어서면서 일부는 정치권력에 편입되어 종교적 순수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종교적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에 입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그들의 일부 운동이 계급 투쟁적 성격을 띠면서 급진화 되어 신앙의 문제를 정치이데올로기화 함으로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보수파와 진보파의 종교 참여 양태를 분석한 이 교수는 두 파의 공과를 기준으로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교회, 정치적 민주화·경제적 평등화 등 과제 안고 있어"

많은 신도들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종교가 하나의 커다란 권력집단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에 이 교수는 "불행하게도 한국 종교들은 정치참여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정적 지원 보장이나 유리한 법·제도 제정에 대한 압력을 넣는 것인데, 이는 종교를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이 교수는 종교가 예언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겨회 진보파와 보수파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평등화를 비롯해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적 성숙에 기여해야 하며 평화적 민족통일의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정치가 만능은 아니지만, 갈등과 대립으로 쪼개진 민심을 추슬러 통합과 조화의 상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발제자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다종교사회와 한국 기독교 정치’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존 로크로부터 비롯된 서양의 다종교사회 등장과 정교분리,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정교분리를 각각 살펴본 다음 한국 정치와 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는 안재웅 이사장(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김홍우 박사(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자 30여명과 김기현(새누리당)·정세균(민주당) 등 양당을 대표한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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