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대림절 묵상
심광섭 전 감신대 교수

입력 Dec 06, 2019 08:07 AM KST
christ
(Photo : ⓒ심광섭 전 감신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알트도르퍼(Albrecht Altdorfer, 1480-1538), <그리스도의 탄생>

본회퍼는 1943년 4월 5일 한스 폰 도나니 부부 및 요셉 폰 뮐러 부부와 함께 체포되어 베를린 테겔 형무소에 수감된다. 다음은 감옥에서의 생활 8개월 쯤 되는 43년 11월 28일 첫 대림주일에 본회퍼가 부모에게 쓴 편지이다.

사랑하는 부모님!

지금 이 쓰는 편지가 전달될지 또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첫 대림주일 오후에 두 분에게 기쁨으로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알트도르퍼(Altdorfer)의 그리스도 탄생의 그림을 생각합니다. 그 그림은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 밑에 구유와 함께 성가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화가는 400년 전에 모든 전통에 거슬러 이렇게 그렸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이 그림은 지금 봐도 현대적입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 안에 구세주 그리스도가 탄생하신 구유를 설치했다는 것이 여러 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우리가 이렇게 성탄을 축하할 수 있고 축하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런지요. 아무튼 그는 지금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 두 분께서는 몇 년 전에 우리와 함께 대림절이 축하했듯이 어떻게든지 어린이들과 함께 앉아 강림절을 축하하시리란 생각을 하니 기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축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모든 것을 더욱 정성 드려 축하하게 됩니다.

두 분께서 우리들 중 한 사람도 없는 가운데 그렇게 무서운 밤과 무서운 순간을 보내셔야만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러한 때에 감금되어 아무런 도움도 드릴 수 없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한 일이 정말 곧 끝이 나고 그리고 더 이상 지체됨의 고난을 당하지 않기를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두 분을 다시 볼 수 있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1943년 11월 28일)

같은 날 친구 에베하르트 베트게(Eberhard Bethge)에게 보낸 편지에는 알트도르퍼의 그림을 보면서 다음의 시를 지어 보낸다.

말구유는 밝고 맑게 빛나고
밤은 새롭게 빛을 비치니
어두움은 빛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신앙은 언제나 빛나네

Die Krippen glänzt hell und klar,
die Nacht gibt ein neu Licht dar
Dunkel muß nicht kommen drein,
der Glaub' bleibt immer im Schein.

「심한 공습 특히 폭탄에 의해서 의무실의 창이 떨어져 나가고, 어둠 속에서 마루 위에 넘어지고, 빠져나갈 출구를 찾을 가망도 없었던 지난번 공습이 나로 하여금 전혀 새롭게 기도와 성서의 세계로 돌아가게 했다는 것이네」(1943년 11월 29일)

1943년 12월 5일 제2강림주일에 친구 에버하르트 베트게에게 보낸 편지에는 공습경보와 공습 앞에서 드러나는 두려운 감정만이 아니라 진정한 은총에 의한 기쁨을 구하고 있다.

「나는 당신이 강림절 주간에 당신과 함께 있는 형제들에게만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는 군인들에게도 기쁨을 나누어 주길 바라네. 여기서 새 공습경보가 울릴 때마다 사람들이 새로이 체험하는 것은 공포만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과 기쁨 또한 만나게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네. 만일 그러한 태도가 가식적이 것이 아니라 진정하며 당연한 것이라면 사실 나는 가장 강력한 권위는 그와 같은 태도를 통해 형성된다고 믿네. 사람들은 안정을 주는 지점을 찾고 그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네. 우리 둘은 그것에 돌입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믿네만, 그러나 그것은 은총을 통해서 확실하게 되는 심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네.」

「그런데 실은 성탄절도 옥중에서 맞이할 것 같네. ... 젊은 죄수 중 몇 사람은 오랜 고독의 생활과 어둠 속의 생활 때문에 완전히 지쳤고, 아주 녹초가 되어 버린 것 같이 보이네. 이러한 사람들을 몇 달 동안이나 일을 시키지 않고 감금해 둔다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지. 사실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을 타락시킬 뿐이라네」(1943년 12월 15일)

「우리들이 장기간에 걸쳐 사랑하는 사람들과 강제적으로 격리되어 있을 때...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네. 우리는 이 격리를 말없이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되네. 우리는 병들기까지 동경을 느끼지 않으면 안되고 말야. 우리는 그것이 비록 고통으로 차 있는 것이기는 하나 다만 동경을 통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귐을 굳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네」(1943년 12월 18일)

「신앙이 없는 동요,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끝없는 숙고, 어떠한 모험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그것이 정말 위험한 것이라네. 나는 하나님의 손 안에 있지, 사람의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네. 그러면 무엇이나 견디기 쉬운 방법이거든. 어떠한 어려운 고난도 지금의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과 같은 '잘 이해할 수 있는 초조(焦燥)가 아니라 모든 것이 신앙 안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라네. ... 나는 지금 『그리스도를 본받아』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었네.

"그대의 방을 충실히 지키라.
그러면 그 방이 너를 지키리라."
halte treu Wacht über deine Zelle
und sie wird Wacht halten über dich

하나님, 우리를 신앙 안에서 지켜 주시옵소서!」(1943년 12월 22일)

※ 이 글은 심광섭 목사(전 감신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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