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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일 갈등 국면에서 시민사회 역할은?
1965년 체제 부정한 아베, 전향적인 기초 놓아야

입력 Aug 02, 2019 03:54 PM KST

japan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일본이 7월 초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로서 한일 양국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진은 7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던 2차 아베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

일본 아베 정권이 2일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7월 초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에 이은 2차 조치다.

수출우대국이란 일본 기업이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나라를 말한다. 일본은 미국, 영국, 호주 등 27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올렸는데, 아시아에선 2004년 한국이 유일하게 수출우대국 지위를 받았다. 그런데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로 한국이 빠지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긴급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번 조치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불충분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취한 것일 뿐 (징용 소송 관련) 대항조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더 큰 함의를 담고 있다. 일본 정부 입장은 결국 일본이 한국을 더 이상 안보상의 우방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시계를 1965년 직후로 되돌려보자. 이 해, 한일 양국은 국교정상화에 합의했다. 이후 양국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나갔다. 위안부·독도 영유권·강제징용 등 과거사 현안은 해결을 미룬 채로.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대일 무역적자는 한국경제의 고질적 모순으로 자리잡아나갔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한일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미국은 동북아 안보질서를 설계하면서 과거사 보다는 동북아 냉전구도에 따른 전략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다. 박정희 정권도 과거사 보다는 경제개발을 위해 일본의 자금을 더 필요로 했다. 말하자면 동북아 냉전구도라는 외적 요인에 한국 정치의 내부사정이 과거사 현안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차례로 성사됐고 6월엔 남북미 정상이 비무장지대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아베 신조 총리의 궁극적 목표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이다. 아베는 이 목표를 위해 북한의 위협을 자주 들먹였다. 그런데 이제 남북이 손을 맞잡으니 아베로서도 새로운 전략구상이 필요했다. 역대 일본 정부는 통일 한반도를 부담스럽게 여겨왔다. 그런데 이제는 통일 한반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불가역적 국면에 접어든 한일 관계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제 한일 관계는 이전 같을 수는 없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이번 사태는 기회일 수 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결과였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 전부를 대표하지 않았고, 많은 한국 국민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했다. 이에 박정희 정권은 국민의 반대를 힘으로 누르고 일본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미국은 막후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 관철을 위해 박정희 정권을 압박했다. 미국은 전후 일본 역사도 왜곡했다. 한국전쟁 이후 동북아 냉전구도가 본격화되자 미국은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등 A급 전범을 방면하고 이들과 밀월관계에 들어갔다. 따지고 보면 왜곡된 한일관계를 만들고 유지해온 장본인은 미국이었던 셈이다.

다시 현재로 시계를 돌려보자.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 과정에서 양국 시민사회의 연대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국정농단을 일삼은 정치세력을 몰아낸 경험이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날로 우경화로 치닫는 아베 정권에 제동을 걸 역량이 부치는 실정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21일 치러진 비록 개헌선 달성엔 실패했지만 참의원 과반을 차지하면서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섰다. 아베 총리가 장수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베를 대체할 정치세력이 마땅히 없어서다.

만약 과거사를 전향적으로 인식하고, 주변국과 관계에서 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가진 정치세력이 떠오른다면 아베 정권은 힘을 잃을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변방에 머무르고 있는 일본의 양심적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한국 시민사회가 연대한다면 일본 시민사회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 그리고 재특회 등 혐한 세력의 준동에도 맞설 힘이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한일 양국 교회가 현 시국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협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가 지난 달 17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관계 회복을 촉구한 건 고무적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사정이 엉망이다. 국난 수준의 어려움이 닥친 지금, 교회가 바로 서지 못해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이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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