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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퍼포먼스’ 징계, 과연 합당할까? 학생들 징계무효 소송 제기
[인터뷰] 성소수자 연대 했다는 이유로 징계당한 장신대 서총명·오세찬씨

입력 Dec 19, 2018 10:04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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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장신대의 '무지개 퍼포먼스' 학생 징계가 합당한지 세상 법원이 판단을 내리게 됐다. 징계 당한 학생들은 법원에 징계 무효 소송을 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퀴어문화축제 당시 한 참가자가 혐오를 중단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장면.

신학교에서 벌어진 '무지개 퍼포먼스' 논란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신학교에서 학생과 학교 측간 법정 공방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발단이 보수 장로교단이 금기시하는 ‘성소수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총회장 림형석 목사) 산하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총장 임성빈)는 지난 7월 이 학교 신학대학원 학생 4명을 징계 조치했다.

이에 따라 신대원 1학년 서총명 학생은 6개월 정학, 김지만·오세찬·이창기 등 세 명의 학생은 근신 처분을 받았다. 4명의 학생들은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의미로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에 참석하는, 이른바 '무지개 퍼포먼스' 행동을 했다. 학생들은 예배 후 인증샷을 찍어 SNS 계정에 올렸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학교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학생이 불쾌감을 드러내더니 반동성애 진영을 통해 왜곡, 확산된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은 장신대를 강도 높게 압박했다. 보수 성향의 '샬롬나비'라는 단체는 이 일을 '선지동산의 영적 근간을 무너뜨리는 사건'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러자 학교 측은 조사위원회를 꾸려 '무지개 퍼포먼스'가 학교 명예훼손, 지도교수 지도위반, 수업 방해라며 4명의 학생에게 징계를 가했다.

학생들은 이에 맞서 적극 소명에 나섰다. 우선 8월 1일 성명을 내고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린 것은 양심에 따른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행동"이며 " 예배를 방해할 만한 돌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엔 재심을 청구했다. 학생들은 재심청원을 통해 ▲ 징계사유가 명확치 않고 해석에 여지가 많다 ▲ 신앙인의 양심과 신념에 따른 행위에 반성문을 강요한 건 양심을 저버리게 하는 징계이기에 부당하다 ▲ 징계과정이 중립적이지 못했다 는 등의 사유 등을 적시했다. 장신대 동문들도 징계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연서명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8월 H교수와 S교수가 근신 이상 징계를 받은 학생 두 명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재심은 없다"고 통보했다고 학생들은 알려왔다.

학교 측은 다시 한 번 석연찮은 행보를 보였다. 학교 측은 10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 신학교육부에 학생 징계 조치를 보고하면서 "장신공동체(총장, 교수, 학생)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고 반대함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애초 사유였던 학교 명예훼손이나 지도교수 지도위반 등이 아닌, '동성애 옹호'가 징계사유임을 교단 총회에 보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단 신학교육부는 학교 측 보고를 적극 지지한다며 이의없이 수용했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들의 징계가 합당한지 법원에 묻기로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학생들을 대리해 주기로 했다. 공감은 4일 학교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언급했듯 학교 징계에 학생이 반발해 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낸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졸업 후 목회활동에 나서야 하는 신학교의 특성상 학생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목회자의 꿈을 접어야 할 위험도 따른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학생들은 여기에 크게 개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역 모처에서 서총명, 오세찬 학생과 만나 저간의 사정과 심경을 들었다.

-. 가장 먼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교단 목회자의 꿈은 접어야 할지 모른다. 이 점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서총명(아래 서) : 소송을 공개할 것인지, 아니면 비공개로 진행할 것인지 논란이 없지 않았다. 또 패소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고민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승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학교나 동료 학생들에게 부당한 징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승소해도 좋지는 않다. 설혹 이긴다고 해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또 목회사역도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신경쓰지 않는다. 과정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시대는 변했다. 학교 측이 재심을 기각했을 때, 법원에 호소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만약 학교 측이 재심을 받아들였다면 대화의지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재심한다고 징계가 철회되는 건 아니겠지만, 과정은 거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학생은 교육 대상이 아니라, 학교의 한 구성원이다. 등록금만 내고 학기를 마치면 졸업하는 교육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세찬(아래 오) : 학교 행정이 일관성이 없다. 난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에 재학 중이다. 근신 받은 두 명은 휴학 중이다. 그런데 재학 여부는 큰 의미 없다. 그저 저항의 의미일 뿐이다. 교수들은 보는 것만으로 괴로워한다. 자신들이 징계한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까. 학교를 다니는 것도 다른 세 학생과 함께하는 저항의 행동이다.

다만, 학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를 다니지만 소송에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지식을 머리 속에 넣는 일 보다, 그간의 배움으로 현재 마주한 현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 법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학교 측이 끝내 불통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동대학교의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지키고 있는 김대옥 목사의 재임용을 끝내 거부했다.

서 : 아직 그 지점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닫힘'으로 진리 추구하는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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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서총명 학생 제공 )
장신대 학생들은 지난 5월 이른바 무지개 퍼포먼스에 나섰다. 이러자 학내에서 반발이 일었고, 반동성애 진영이 이를 악의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급기야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징계조치를 취하기에 이른다.

-. 학교 측의 태도를 볼 때 상당히 경직돼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 : 성소수자에 반감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학교는 어떠한 학문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신학교라고 해서 세상에서 터부시 하는 모든 걸 다 거부하고 신학만 배우지 않는다. 더구나 성소수자는 당면 현안이다. 따라서 학교 안에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신학'보다는 '신앙'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강해 성소수자 같이 신앙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의제들을 아예 걸러 버린다. 이 문제가 자신이 있는 울타리로 들어온다는 데 대한 반감이 큰 것 같다.

오 :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이 이 의제에 강경하다 보니 겁을 먹은 측면도 없지 않다.(예장통합 총회는 성소수자 인권 증진에 앞장선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해 이단성을 지적하는 등 성소수자 의제에 강경입장을 취하고 있다 - 글쓴이)

우리들의 행동에 대한 학교 측 징계만 봐도 그렇다. 학교 측이 먼저 우리의 행동을 조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장신대 동문들은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온라인 연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러자 학교 측이 연서명에 참여한 학부·학원생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겠다'고 겁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총회 측이 해명하며 진화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 번은 우리 교단 안에서 여성 목회자 안수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지금은 그때 상황과 많이 겹친다.

-. 오세찬 학생의 답변대로 예장통합 교단은 성소수자 의제에 강경 일변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서 :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시대를 잘못 잃고 있는 것 같다. 교회의 역할은 예전과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가 많이 변했다. 그래서 교회는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교회는 영향을 주고받지도 못할 뿐더러 끌려갈 것이다. 교회가, 교단이 이렇게 반인권적인 목소리를 내는 건, 사회로부터 지탄 받기에 아주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얼마 버티지 못하리라고 본다. 지금은 세력이 있고 자금이 있으니, 또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전의 자신감에 사로잡혀 얼마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 마디 덧붙이면, 진리는 완성형이 아니라 도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든 걸 품을 수 있다. 만약 완성된 진리를 믿는다면 이전의 것은 다 틀린 게 되는데, 이게 진리인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 진리다. 그래야 모두에게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정반대 입장이다. 닫음으로서 진리를 찾으려 한다.

오 : 교회가 이렇게 세상과 담은 쌓은 중요한 이유는 현장을 잃어서라고 생각한다. 현장을 잃었기에 이웃을 잃었고, 이웃을 잃었기에 교회에 더 이상 예수가 있지 않다. 교회는 안으로 들어와야 무언가 이뤄지는 것처럼 세뇌한다. 나와 같은 생각,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만 만나다 보니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결여되어 가는 것이다.

물론 교회 안에도 다른 사람이 존재하고, 성소수자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교회는 신앙의 이름으로 이를 부정하고 다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공동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자기 목소리로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교회는 어떤 존재인지는 관심 없이 단지 숫자 '1'로 환원시켜 버린다. 그저 숫자와 목표가 있고 그걸 잘 수행할 수만 있으면 그만이다. 사람을 도구로 만들어 버린다는 말이다. 교회가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조직 논리가 더 앞서는 것 같다.

-. 학교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 : 학부를 포함 8년 가까이 이 학교를 다녔다. 징계 당한 학우들 모두 그렇다. 지난 8년 동안 학생이고 제자였던 이들이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나섰다. 학교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기 바란다. 징계 전에는 학교생활에 아무런 후회가 없었다. 지금 이 시간이 우리가 제자이고 가족이며 형제자매였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오 : 고향을 잃은 기분이다. 우리의 행동이 학교가 부과한 혐의점과 맞는가 묻고 싶다. 벌이라는 건 법과 원칙을 어겼다면 주고 싶지 않아도 줘야하고, 반대로 어기지 않았다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것이다. 학교 측 징계는 너무 감정적이다. 우리가 과연 합당한 징계를 받은 것인가? 난 법정에서도 이렇게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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