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음의 상처는 폭력을 싹트게 하는 뿌리다

정태기 목사/ 크리스찬치유상담연구원 원장

오래 전 미국에서 겪은 일이다.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여인이 하루가 멀다하고 남편에게 구타를 당했다. 남편의 구타에 견딜 수 없는 이 여인은 목사와 교우들에게 하소연하지만 어느 누구도 남의 부부 일에 깊이 개입할 수 없기에 여인의 고통은 날로 심해지고 있었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그렇게 심한 남편의 폭력은 얼마든지 법적인 도움으로 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 당시 남편을 구타로 고발한다는 것은 여인들의 양심상 허락되지 않았다. 교인들과 목회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여인의 하소연을 듣고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여인은 남편의 심한 구타로 목숨을 잃었다. 장례식에서 관속에 누워있는 그 여인의 싸늘한 시신을 보면서 나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한 생명이 죽어 가는 것을 방치했다는 죄책감에서 지금도 벗어날 수가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여인은 목회자와 교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던가? 그 여인은 남편의 폭력에 의해 죽음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쉴새없이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손목을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교회 목회자와 다른 교인들은 폭력의 수렁에 빠져들어 죽어 가는 그 여인을 안 됐다는 마음으로 쳐다보는 구경꾼이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 폭군 남편은 정신감정을 받았고 성격이 병든 사람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남편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를 그런 폭군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구타해서 그 후유증으로 허리가 마비되는 환자가 되었고 그의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폭력으로 평생 환자로 사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건장한 남자였으나 그의 마음은 성장과정에서 얻은 상처로 인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미국 이민 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데서 오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힘이 없는 약자 아내에게 폭력으로 쏟아 부었다.

지금까지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이야기했다. 폭력을 열거하려면 헤아릴 수 없으리라.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조직폭력에서부터 학교폭력, 언론폭력, 강대국의 폭력, 인종폭력, 종교의 폭력, 교회 안의 집단 폭력, 성폭력, 권력을 가진 자의 폭력,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하는 아동폭력에 이르기까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어떤 폭력이든 간에 폭력을 행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배후에는 마음의 상처가 자리잡고 있다. 600만의 유태인을 학살한 권력의 폭력자 히틀러 역시 성장과정의 상처가 그렇게 처참한 폭력을 발생시킨 뿌리였다. 이런 면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계속 품고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폭력을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소유하고 있다. 가장 큰 마음의 상처는 가정폭력에서 싹튼다.

첫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간에 주고받는 신체적인 폭력이나 언어적인 폭력이오. 다음은 힘을 가진 부모가 자녀에게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가하는 폭력이다. 이런 폭력 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성장한 후에 똑같은 폭력을 행할 수 있다. 연구 보고서도 이렇게 주장한다. 한 마디로 폭력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가정폭력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간을 양산하는 온상이다. 가정에서 양성된 폭력 가능자가 교회로 가면 교회폭력 집단을 만들고 정치로 가면 정치폭력자가 되며, 학교로 가면 학교폭력 당사자가 된다. 고로 가정폭력은 사회를 , 교회를,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폭력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암과 같다. 암은 세포의 일부분이면서 한 생명 전체를 죽인다. 우리 사회에 암처럼 퍼져가고 있는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교회와 지도자들은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고 폭력을 다루는 훈련에도 힘쓰는 교회 지도자가 많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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