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난민 혐오, 보수 세력의 출구전략일 뿐”

[인터뷰] 예멘 난민 돕는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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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홍주민 한국 디아코니아 대표

지난 5월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은 한국 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예멘 난민이 왔다는 소식에 우리사회는 혐오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이 올라왔고, 지난 3일 오후 4시 기준 60만 478명이 서명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6월 30일치 보도에서 난민 혐오를 도시 빈민들의 삶을 그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빗대 "예멘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 쏘아올린 작지만 커다란 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인도주의적인 시선에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게 일었다. 드러나지 않게 난민들의 처우 개선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한국디아코니아 대표인 홍주민 박사도 그 중 한 명이다. 참고로 홍 박사가 대표로 있는 한국디아코니아는 사회구성원들 전체의 연대 및 공감실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2014년 출범한 민간단체다.

홍 박사는 직접 제주로 날아가 난민 지원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언론 기고를 통해 혐오의 시선을 거둬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 10일 자택이 위치한 경기도 오산에서 홍 박사를 만나 예멘 난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홍 박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우선 예멘 난민 지원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이들을 돕고 있는가? 그리고 왜 난민을 돕게 됐는가?

이전까지는 난민 문제에 관심이 깊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을 통해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이들에 대해 출도제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알게 됐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무엇보다 예멘 난민을 전하는 한국 언론의 논조가 편향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독일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보며 예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독일 공영방송 ARD가 프랑스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 걸 봤는데, 이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예멘은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고, 난민들은 겨우 비행기표 구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쳐 제주도까지 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가만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난민 디아코니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어 하루 한 끼 식사라도 해결해줘야겠다는 마음에 천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모금운동은 6일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그런데 모금액을 어떻게 전달할까 생각하다가 현장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저가 항공권을 사서 현장을 방문했다. 제주 현지에서 난민들에게 생활비와 쉼터에서 사용할 이층침대를 지원해줬다.

-. 현장 상황을 간략히 말해 달라.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었다. 난민들은 식사와 잠자리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은 사실상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다만 민간단체 두 곳이 이들을 지원했다. 어느 관광호텔에서는 2인실 객실에 4~5명을 묵게 하고 숙박료도 할인해줬다. 난민들은 호텔 사장을 천사 보다 더한 존재라며 고마워했다.

-. 예멘 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단체인 한국교회언론회는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의 국적과 종교는 한국 사회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크므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바처럼, 이슬람의 테러 문제는 결코 소홀히 하거나, 인도적 차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살상과 테러는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예멘은 한때 분단국가였다가 통일과 분열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북쪽과 남쪽은 각각 사우디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정작 예멘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왜 외세가 우리 땅에서 대리전을 치르냐고 한다. 수니파 계열의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도 탐탁치 않게 여긴다. 이슬람은 시아파와 수니파가 대립하는 양상인데, 여기에 이슬람국가가 끼어든 상황을 경계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슬람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개신교 내부에 근본주의자가 많듯 말이다. 제주에서 난민들과 하루 밤을 같이 보낸적이 있었다. 이때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스무살 안팎의 청년들이었는데, 꼭 내 아들들을 보는 것 같았다. 또 예의바르고 긍정적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 그러나 예멘 난민과 관련 가짜 뉴스가 난무한다. 보수 개신교계도 가짜 뉴스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그 이유를 진단한다면?

지난 6.13 지방선거가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보수 세력들은 완패했다. 선거 직전 보수 세력들은 성소수자를 겨냥해 보수 정당과 동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이들에겐 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예멘 난민이 표적이 됐다고 본다.

보수 세력들은 이슬람의 성적문란, 폭력성 등을 부각시켜 대중에게 다가갔다. 청와대 청원이 60만을 넘어섰다고 하나, 이것도 '매크로'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앞서 개신교 내부에서도 근본주의자가 많다고 했는데, 한국 개신교는 사실상 근본주의 신학의 지배를 받는다. 이런 근본주의적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

독일 ‘민관협력'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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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홍주민 박사 제공)
한국 디아코니아 대표인 홍주민 박사는 제주 현지로 날아가 예멘 난민들이 쓸 침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에 인색하다.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2012년 난민법 제정 이후 2018년 5월까지 난민 인정률은 4.1%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은 시리아 난민 100만명을 수용했다. 독일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와 출입국사무소가 난민인정을 담당한다. 법적인 잣대로 하다보니 출신국 정보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심사가 이뤄진다. 어떤 난민은 3년만에 난민 지위를 받았는데, 1년에 겨우 한 시간 반만 인터뷰를 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정보와 상황을 근거로 판단하지 않기에 통계상만으로도 난민을 받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인다. 차라리 외교통상부에서 관할하는게 어떨까?

독일의 경우, 민관협력 시스템에 주목하기 바란다. 독일 시스템의 핵심은 '민관협력'이다. 독일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가지 원리가 있는데, 하나는 연대다. 강한 사람과 부자가 약자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게 연대의 핵심이다. 연대의 원리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정책과 약자들을 위한 사회보험을 통해 작동한다.

그 다음이 보충의 원리다. 예를 들어 난민이 들어왔다고 하자. 이 경우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난민들을 돕는다. 그러다 부족한 부분을 상위, 즉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채운다.

3년 전, 100만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독일로 왔다. 이때 개신교, 가톨릭, 적십자 등 10만개 민간 복지단체들이 정부와 협력해 움직였다. 대규모 난민은 정부 단독으로, 또 민간 단독으로 다룰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난민을 받아 들였다.

-. '난민 문제 때문에 독일이 극우화됐다' 혹은 '독일 집권연정이 위태로워졌다'는 식의 반론도 있다.

잘못된 정보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이 기독사회당(CSU)과 연정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CSU는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친기업 성향이 강하다. 특히 난민 의제에 대해선 반감이 강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루터교 목사 가정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메르켈은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었고, 사회당이나 녹색당 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이었다.

사실 난민문제를 둘러싸고 제호퍼 CSU 대표와 대립했고, 이로 인해 연정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이때 메르켈은 제호퍼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기독교 정당 맞냐고 물었다. 메르켈은 3년 전 처럼 시리아 난민이 오면 다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난민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말 같지 않은 이야기다. 독일 국민 가운데 7~80%는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다. 난민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10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CSU가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게 밀릴까봐 난민 이슈를 건드린 데 불과하다.

* 이와 관련, 기민당과 기사당은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 심사 시설을 만들고, 이미 다른 국가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거친 이들은 해당국과 ‘협의해' 돌려보내기로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독일 연정은 붕괴위기를 넘겼다.

독일 개신교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독일 개신교의 난민에 대한 입장은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라고 한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 35절 말씀에 입각해 있다.

가짜 난민은 없다

-. 우리 정부에게 조언하고픈 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4.27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이에 앞선 촛불혁명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흐름은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교두보로 자리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 제주도만 봐도 4.3의 아픈 기억에 힘입어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난민을 배제하고, 난민협약을 탈퇴한다? 아마 온 세계가 제주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백안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독일처럼 난민 수용소를 설치해 심사를 진행하고, 진행 과정 동안 숙식 등 복지를 해결해야 한다. 또 입장을 명확히 해서 난민 혐오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사실 가짜 뉴스가 퍼지고, 혐오정서가 만연한 건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예멘 난민 논란을 둘러싸고 난민협약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횡행한다. 그런데 시민사회는 이 같은 혐오 감정을 굉장히 안타까워한다. 예멘 난민에 대해 포용적 사고를 가진 시민들이 많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

-. 향후 한국 디아코니아의 지원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난민은 정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예멘 난민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땅의 가장 약한 사람들의 존재가 드러났다.

가능하다면 제주 이후의 삶에서도 연대하며, 세계인의 일원으로서 짐을 나눠지고자 한다. 가령, 이들이 선호하게 될 수도권에 쉼터를 만들어 누울자리와 일용할 양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더욱 중요하게는 이들이 가짜 난민이 아닌, 단지 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사회에 알리고자 한다. 가짜 난민은 없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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