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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남북화해와 관계개선에 마중물 역할 해야"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대담 2부

입력 Feb 28, 2018 08:24 PM KST

[편집자 주]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새해부터 이사장을 새로 맞이하게 됐다. 신임 이사장은 숭실대 사회철학 교수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삼열 박사이다. 그는 군사독재시절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해외에서 반독재 투쟁을 했고 파독 광부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했다. 민주화 시대 이후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의 사회발전 사업에 열성을 다했다. 신임 이사장을 만나 아카데미 운영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대담은 2월 12일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집무실에서 진행됐고 본지 서광선 회장이 주재했다. 대담 내용은 2부로 나누어 전재한다.

서광선: 잠깐 휴식 겸해서 박사님의 사랑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이삼열 이사장
(Photo : ⓒ 이인기)
▲대화문화아카데미 신임 이사장 이삼열 박사

이삼열: 제가 서울대에 다니고 아내는 이화여대에 다닐 때 우리 사이에는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가 계셨습니다. 그분은 캐나다 선교사로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분이셨고 건국 10주년인 58년에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에 다시 오셨지요. 수의대에서 강의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영어 바이블 스터디 그룹에 불러 가르쳤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학교에 오셔서 강연을 하셨는데 저의 집안에 3.1운동 투사도 계시고 해서 그분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대학에 들어가서 그분의 바이블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습니다. 영어도 배울 겸해서 말이지요. 1년 정도 지났을 때 이화여대생 두 명이 새로 들어왔는데 그중 한 학생이 제 아내가 된 거지요. 우리는 성경공부도 하고 직업소년학교에서 주일학교 봉사도 하면서 스코필드 박사를 돕다가 가까워진 겁니다. 그렇게 4-5년을 지내다 보니 다른 여학생을 볼 수가 없게 되었지요. 하하.

서광선: 스코필드 박사님이 그 때 연세가 많았을 텐데요.

이삼열: 그렇죠. 그때 아마 75-6세이셨을 겁니다.

서광선: 정말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이삼열: 네, 한국을 몹시 사랑했고 81세에 돌아가셨지만 국립 애국자 묘지에 묻히셨습니다. 스코필드 박사님이 제 아내를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저는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던 스코필드 박사님과는 종교적 논쟁도 꽤 자주 했었습니다. 그래도 박사님께서는 저희 결혼식에 오셔서 축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때 영어 성경 배운 학생들이 모여 '호랑이 스코필드 동문회'를 만들었습니다. 장학금 등 기념사업을 하고 있는데 정운찬 전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서광선: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겁습니다. 하하.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박사님과는 "88선언"(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작업을 함께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박사님은 정책부분의 초안을 작성하셨는데, 그때 제게 참으로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그때 벌써 평화협정 후 전시 작전권 반환과 미군철수, 인도주의 원칙, 핵무기 철거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올해가 88선언 30주년인데 이것들 중 이루어진 게 하나도 없군요. 88선언을 보수 교단과 기독교인들이 싫어했지요? 동일한 거부감이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그 당시 박사님의 비전이 굉장히 용감했고 대단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평창에서 평화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음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시리즈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시리즈를 따라 동북아시아에 계속해서 평화가 온다면 평화올림픽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전망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김여정이 북한 특사로 와서 촛불 정부를 북한으로 초청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가 여기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진전입니다. 박사님께서 예언을 좀 해주십시오.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나는 미국이 절대로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이삼열 이사장
(Photo : ⓒ 이인기)
▲대화문화아카데미 신임 이사장 이삼열 박사와 본지 회장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가 대담하고 있다.

이삼열: 서 박사님과 마주 앉으니 88선언 때의 추억이 새롭습니다. 우리 모두 잡혀갈지 몰라서 떨었지요. 보수교단의 비판 성명서가 막 신문에 나오는데 이적행위로 잡혀갈 것 같았습니다. 그 후에 들으니 사실 정보부가 조사해서 검거할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88선언이 도화선이 되어 대학생들과 시민사회에 통일 운동이 열화같이 일어났고 노태우 정부는 압력에 몰려 77선언으로 통일논의의 자유를 허락 했지요. 91년에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 합의서가 만들어질 때 우리 88선언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그때 만든 평화통일 5대원칙은 기독교와 시민사회의 통일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평창 올림픽 후에 남북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다 있습니다. 미북 대화가 성사될지 대결 상황이 악화될지 아무도 예단키 어렵지요. 트럼프도 이말 저말 전략적으로 던지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개선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 우선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고, 북한이 단단히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발표된 공동보도문에서도 북한의 개선의지는 확고한 것 같습니다.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와 10.4 남북정상들의 공동선언을 모두 포괄해 실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남측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뿌리 깊이 깔린 남남갈등이 문제입니다. 극우 보수파에선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 핵시설을 폭파해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장사정포를 쏘아 수도권 인명이 당장 수십만, 수백만 피해를 볼 텐데, 그래도 나중에 핵무기로 수천만이 죽는 것 보다는 낫다고 망발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 안의 강경파,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는 매파들을 어떻게 견제하는가도 문제지만 남한의 극우세력과 보수파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정상회담마저 종북행위로 규탄하며 방해하는 양태를 시민사회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큰 문제입니다. 정말 남남갈등을 해소시킬 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최근에 유네스코를 통해서 북한 사정을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때 벌써 이런 제안을 하려고 결심했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완전히 거꾸로 가면서 흡수통일 정책을 도모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고 관계 개선이 성사되기만 했더라도 지금처럼 위험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상당 부분 진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했고 아직 조금은 부침이 있지만 정책의 진정성이 유지되니까 북한에서 신뢰하며 김여정과 김영남을 보낸 것입니다. 모든 정성을 다 바쳐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와 결심을 보인 것이지요. 위장전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광선: 그래도 핵은 절대 없애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삼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디까지 양보하느냐 입니다. 핵 동결선까지 양보하고 그 다음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타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일단 체제안전의 보장을 받고야 타협에 응하리라고 봅니다. 국교관계 회복과 평화조약, 불가침 약속등 안전 보장을 받지 않고 핵무기 양보를 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대화를 시도한 것이지요. 이것에 대해서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중요한데, 일단 남북대화가 추진되고 교류협력이 진행되면 전쟁이나 선제공격은 막은 것 같습니다.

서광선: 맞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이삼열 이사장
(Photo : ⓒ 이인기)
▲대화문화아카데미 신임 이사장 이삼열 박사

이삼열: 저는 어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장에 갔다 왔습니다. 공연 소식을 듣고 관람하고 싶었는데 15만 명이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좌석은 700석 밖에 없는데. 어쨌든 인터넷에서 접속이 잘 되지 않아 40여 분 걸려서 겨우 신청했는데 당첨이 됐습니다! 경쟁률이 480대 1이거든요? 영문을 알아보니까 연령대별로 추첨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70-80대도 신청했는데 대개 손자들을 시켜서 신청해서 숫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30대 연령층의 경쟁이 치열했을 겁니다. 어쨌든 공연은 너무 좋았습니다. 현송월 단장도 한 몫 하더군요. 노래도 잘하지만 메시지가 정제되어 있고 정말 진심어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평화의 비둘기 노래와 현송월이 부른 "백두산도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 노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우리가 호응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이제 공이 우리에게 던져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들이 많습니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주장하면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 않겠다는 미국에 거슬리니까 한미동맹 균열이라고 비난하지요. 이 지점에서 교회와 시민사회가 대화로 해결할 것을 강조하며 행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욕을 먹더라도 말입니다. 대화가 있는 동안은 다툼이 있더라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와 시민사회가 이런 합의를 보기위해, 전쟁은 절대 안 되고 대화는 해결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서광선: 맞습니다. 교회가 힘을 주어야 합니다. 당장 다음 주에라도 긴급회동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NCCK와 보수교계 지도자들을 망라해서 대화를 하고 남남갈등을 종식할 만한 결의가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 미국 대사, 중국 대사들도 초청해서 각자의 입장을 청취하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펜스 미국 부통령이 와서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도 자기 입장을 관철하려는 태도는 볼썽사납지 않습디까? 잔치 집에 와서 손님들과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를 뜨는 법이 어디 있어요? 미국에 사는 내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더군요. 펜스 부통령의 행동을 보고 자기가 오히려 더 화가 나더라는 거에요. 무식하고 예의가 없는 짓이라고 썼더군요. 미국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박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안에서 대립된 의견들을 조율해야 할 시기니까 진보와 보수의 대표자들을 초청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자리를 마련해보시지요. 이것이 교회가 남북 관계에 대해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삼열: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에게도 힘이 되고 가르침이 됩니다.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김여정과 김영남까지 왔는데, 남한 쪽에서 거만한 자세로 거부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점점 심각해지는 남남갈등이 큰 문제입니다.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전통과 명분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의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몇 차례 준비 모임을 갖고서 본격적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 볼까하는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보수 진보진영에서 누구를 초청할까부터 시작해서 미리 논의해봐야 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준비 모임이 잘 되면 프레스센터 같은 곳에서 공개로 대화 모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서광선: 정말 할일이 많은 시기에 수고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이삼열: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서 박사님께서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화문화아카데미가 대화의 장을 만들어서 교회와 시민사회가 남북화해와 관계개선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광선: 오랜 시간 동안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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