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금식 기도회" 개최

"노동의 가치 존중받고, 노동3권 보장되는 사회 위해 연대를!"

비정규직 금식기도회
(Photo : ⓒ NCCK)
▲2월 22일(목) 저녁 7시 광화문 세종로공원 비정규직 농성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순절 금식기도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남재영 목사)는 2월 22일(목) 저녁 7시 광화문 세종로공원 비정규직 농성장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순절 금식기도회"를 개최했다. 정평위는 사순절 첫째 주간인 지난 2월 19일부터 파인텍 굴뚝 농성장과 세종로 공원 비정규직 공투위 농성장에서 금식기도회를 진행 중인데 4일째인 22일에 집중기도회로 모였다. 기도회에는 NCCK 인권센터, 예장총회 국내선교부, 감리교 정의평화위원회,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가 동참했다.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 발표됐다.

아래는 입장문의 전문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우리의 입장>

촛불혁명의 완성은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고난을 되새기는 사순절을 맞이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오늘 우리사회 노동 현실을 돌아보며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한국사회는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게 되었다. 촛불을 들었던 모두의 마음은 단지 정치권력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희망으로 가득했다. 거리의 시민과 일터의 노동자들이 분리되었던 1987년 항쟁과 달리, 평범한 시민과 노동자들이 광장에서 하나 된 촛불항쟁은 그 간절한 희망의 발로였다.

촛불항쟁에 이은 새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부패한 권력의 적폐와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과정에 진입하였으며, 어려운 국제적 여건 가운데서도 남북간 평화의 물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할 뿐이다. 부끄럽게도 한국사회는 아직도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정당하게 보장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율은 10.3%로 매우 낮은 상태이며, 곳곳의 사업장에서 노사간 협의는 결렬되어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고공으로 나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인 '단체행동' 또한 처벌의 대상이 되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더욱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절반에 이르는 이들이 비정규직의 굴레에 매여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처해 있고, 극심한 임금차별로 인해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새 정부가 일자리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그 취지를 무색케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추진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예외의 대상이 남발되는가 하면, 변형된 형태의 또 다른 비정규직인 '중규직'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왜곡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규직의 반발로 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가 난항을 겪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저임금의 인상 역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최저생계비를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삶은 위협받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채 고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건강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낼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문명국가의 기본규범이자 국제사회의 공통규범인 노동3권은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행위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도 당해서는 안 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역시 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을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자발적인 선택을 포함하여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정규직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어떤 경우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고용과 근무의 형태가 차별의 요인이 되는 사태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사회적 공정성'의 기준에 대해 합의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비정규직 고용을 광범위하게 허용해온 까닭에, 제한된 상시 정규직은 일종의 특권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정성의 문제는 사실상 이와 같은 특권체제를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용인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정규직을 보장하는 절차는 '공정성'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다양한 공정성의 기준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허용되고 결과적으로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보장받도록 하는 절차에 대한 합의가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사회가 촛불의 염원을 담아 온전한 민주주의를 이루기를 바란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약자들이 저마다의 삶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는 사회를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안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 행사의 측면에서는 약자요 소수자로 전락해버린 노동자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고 행사하게 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삶과 고난의 의미를 새기며 그 뜻을 이 땅에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한국 교회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마음껏 행사하며 행복한 땀을 흘리게 되는 것이 곧 하나님 나라에 다가가는 길임을 믿는다. 우리는 이와 같은 믿음에 따라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이 당당한 삶을 누리는 그날까지 함께 연대하고 실천해나갈 것이다.

2018년 2월 22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순절 금식기도회 참가자 일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국내선교부/ 기독교대한감리회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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