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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유사진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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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올해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의 사용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있었던 퀴어문화축제 전경.

오늘날 우리는 자기의 주장을 자유롭게 유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 경제, 종교, 역사, 과학 등 어느 영역에서든지 검증되지 않는 정보들이 사실인양 유통되는 것이 현실이다. 유통되는 정보의 양태는 일부가 전체인양 확대되거나 정반대로 전체가 축소되기도 하고, 혹은, 오류에 사실의 가면이 씌워진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정보는 사실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진실성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유사진리라고 명명할 수 있겠다. 이처럼 유사진리가 진리행세를 하는 데에는 착오나 미숙함보다는 유포자의 권력의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정치판의 이슈에 관해 교묘하게 편집된 가짜뉴스가 나돈 것은 결국 권력의 선점을 위한 꼼수가 아니었던가?

과학에서는 유사진리를 유사과학 혹은 의사과학이라고 규정하고 반증주의를 통해 검증하고 있다. 이처럼 유사진리는 검증의 과정을 통해서 제거되어야 하는데, 일찍이 예수께서는 거짓 선지자들을 판별하기 위한 검증 조건을 제시하셨다. 그 조건은 바로 언행일치이다. 나무가 좋고 나쁜 것은 그 열매로 알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그 조건을 일컫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권력의지를 내려놓으라고 가르치셨고 당신 자신이 그 말씀대로 실천하셨다. 그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이다. 이로써 그분은 언행일치의 조건을 만족시키며 참 선지자이심을 입증했다. 오늘날 교계에서 횡행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그것의 유사진리 여부를 판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동성애 옹호집단이나 반대단체, 그리고 이단대책위원회는 각자의 주장을 제기하면서 교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름의 진리를 선언하지만, 그 선언의 내용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한다. 그들의 권력의지가 주장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옹호집단은 7월15일 퀴어 퍼레이드를 열기로 예고했다. 그들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원인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동성애가 아니라 이방인을 박해하는 관습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천사들이 소돔에 있는 롯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웃들은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이 배타적인 폭력이 그 사회를 멸망으로 몰고간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비난은 사회의 이방인인 성소수자들을 박해하는 관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퀴어축제를 방해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유사진리에 해당한다. 롯의 집의 대문을 부수려 하며 낯선 방문자들과 "상관하겠다"(창세기19:5)고 행패를 부린 소돔의 불량배들은 동성애 행위자들이다. 이들은 동성성교를 지배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수치를 느끼게 해서 굴복시키겠다는 발상인데, 이 발상은 동성애 행위가 권력욕의 표출임을 증명한다. 오늘날 퀴어 퍼레이드를 벌이는 동성애 행위자들은 그들의 호소와는 달리 이미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 그들은 사회의 규범을 공격하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이것이 이성애자들이 구성한 사회구조의 병폐에 대한 항변이라면 일견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퀴어 퍼레이드는 질펀함과 방자함을 과시하는데 집중하는 듯이 비쳐지고 있다.

한편, 반동성애대책위원회에서는 퀴어 축제에 대응하려는 모임들을 잇달아 열고 있다. 그들은 동성애 때문에 우리 사회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천문학적인 보건예산이 소모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항문성교 등 혐오스런 표현을 사용해가며 군대 내 성폭력을 동성애자들이 주도하는 양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군복무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보건사회 관계부처에서도 확인해주지 않는 정보를 유포하기보다 바울 사도가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로마서1:27)라고 언급한 대로 그들 자신(다른 판본에서는 '그들의 몸')이 보응을 받은 사실만 밝혀도 될 뻔했다.

그리고 기독교 8개 교단의 이단대책위원장들은 동성애옹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타 교단의 임 모 목사에 대해 이단 심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단대책위원장들 중의 한 목사는 임 목사가 동성애 옹호활동을 하는데다가 퀴어성경 주석을 번역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교단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단 연구를 할 수밖에 없으며 "동성애를 옹호하는 일반 언론에 대해서도 한국교회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까지 했다. 이 주장의 명분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한 명의 여자 목사를 두고 이단심문을 하겠다며 대책단을 구성한 이면에는 위의 발언에서 보듯이 권력의지가 분명히 자리잡고 있다. 사상검증보다는 자기 교단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데 목적이 있으니 이 단체의 이단심문은 폭력적인 근대 서양사의 재현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주장들이 초래하는 분란의 밑그림은 권력의지의 충돌이다. 동성애 옹호든 반대든 양측은 결국 권력을 통해서 자신들의 안정을 확보하고자 한다. 상대방이 자신들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제압하고자 하는 의도를 사실상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권력의 욕구는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유사진리만 양산할 뿐이다. 따라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집단이 퀴어축제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까지도 대변한다고 주장하려면, 방자함을 그들의 정체성 선언의 통로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세의 결집을 통해 동성애 행위자들을 제압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가말리엘의 권고를 따르는 것이 이 분란을 종식시킬 지혜가 되겠다. 초대교회 당시의 예수 운동이 유대의 전통에 위협을 가한다는 고발에 대해 율법학자 가말리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사람들을 상관하지 말고 버려 두라 이 사상과 이 소행이 사람으로부터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하나님께로부터 났으면 너희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사도행전5:38-39). 또한, 임 목사의 활동에 대해서 이단 시비를 하려면 "이단에 속한 사람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라"(디도서3:10)는 말씀을 따르면 될 일이다. 이것이 예수께서 가르치신 태도가 아닌가? 하지만, 관련 단체들이 권력의지를 감추고서 명분만을 내세우다보니 그들의 주장은 유사진리의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유사진리로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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